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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에너지 확보 전쟁에 유럽도 뛰어들었다. 미국, 러시아, 중국이 3파전을 벌이던 카스피해 유전 싸움에 인도가 끼어든데 이어 유럽연합(EU)이 발벗고 나서기 시작한 것.
석유와 천연가스 이권을 둘러싼 열강의 중앙아시아 쟁탈전은 송유관 투자, 군사기지 확대, 독재정부에 대한 지원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앙아시아 각국에서는 열강의 `신식민주의'에 맞선 이슬람 민족주의 세력의 운동이 확산되면서 정치, 사회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 이권을 둘러싼 열강의 중앙아시아 쟁탈전은 송유관 투자, 군사기지 확대, 독재정부에 대한 지원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앙아시아 각국에서는 열강의 `신식민주의'에 맞선 이슬람 민족주의 세력의 운동이 확산되면서 정치, 사회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유럽-중앙아시아 `에너지 대화'
28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을 비롯한 EU 대표단과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아제르바이잔) 외무장관 회담이 열렸다. `에너지 대화(Energy Dialogue)'라고 이름붙여진 이번 회의에서 EU 측은 중앙아시아에 에너지 협력과 군사협력 등 포괄적인 협력을 제안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EU는 이 지역에 올해부터 2013년까지 7억 유로(약 9000억원) 어치의 원조를 제공한다는 약속도 했다.
EU는 2005년 민주화시위를 유혈진압한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왔다. 최근 중앙아시아 진출에 발벗고 나선 독일은 우즈베키스탄 금수조치를 풀어 달라며 EU 의회를 설득하고 있다.
치열한 송유관 싸움
카스피해 등 중앙아시아 유전, 천연가스전을 둘러싼 에너지 쟁탈전에 먼저 불을 붙인 것은 미국과 러시아였다. 러시아가 카스피해와 흑해를 잇는 카스피해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을 출범시키자 미국이 아제르바이잔∼터키 간 바쿠-트빌리시-세이한 송유관(BTC)을 만들어 맞불을 놓았던 것. 미국은 최근 BTC에 4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은 질세라 2011년 완공 목표로 카자흐스탄에서 중국 서부로 이어지는 1600㎞ 송유관 건설에 착수했다. 인도는 이란과 연계, 남아시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에는 세계 석유, 천연가스 매장량의 5%가 묻혀 있다. 이 지역을 둘러싼 열강의 각축전은 19세기 영국과 러시아 사이에 벌어졌던 `대(大) 각축전(Great Game)'을 방불케한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전했다. 모스크바 외교국방연구소의 드미트리 수슬로프 연구원은 "지금 강대국들이 이 지역에서 벌이는 모습은 파워게임 그 자체"라면서 "지난 세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핵심 플레이어로서 주체적으로 참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곳곳에 군사기지
에너지 쟁탈전은 군사력 확장에 나선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한층 복잡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은 이 지역에 들어선 각국의 군사기지들이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전쟁을 전후해 군사기지들을 `장기 임대' 형식으로 곳곳에 만들자 러시아와 중국은 상하이협력기구(SCO)를 만들어 대응했다. 파미르 고원이 바라다보이는 타지키스탄의 두샨베 공항에는 삼색기를 매단 프랑스 공군기들이 기항하고 있고, 10여 ㎞ 떨어진 곳에는 인도인 기술자들이 옛소련 시절 만들어진 러시아 군사기지를 재건하고 있다. 러시아는 타지키스탄에 `테러와의 전쟁'을 지원해준다는 명목으로 1만여명을 주둔시키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마나스 공항 외곽에는 미군 KC135 급유차들이 줄지어 있고 인근 칸트에 있는 러시아 공군기지에는 수호이27 전투기들이 배치돼 있다. 중국도 키르기스스탄에 군대를 보내놨다. 우즈베키스탄 테르메즈에는 독일 전차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주민 생활 뒷전, 사회 긴장 고조
이 모든 움직임은 중앙아시아 각국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는 상관없이 진행된다. 각국 정부는 국민경제보다 이권챙기기에 급급하고 있으며,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삼아 민주화운동을 억압하고 있다. 열강은 이를 못본체 하며 석유 빼가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의 토양을 공동으로 배양해주는 꼴이다.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에서는 외세와 기득권층의 `오일 커넥션'에 반발한 이슬람 민족주의 운동인 히즈밧 타흐리르(해방당)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 정치분석가 이리나 즈비겔스카야는 "국민들의 광범한 지지를 받는 진정한 민주정부가 없기 때문에 그 공백을 이슬람 세력들이 메우고 있다"며 "열강의 기름 싸움 여파는 장기적으로 이 지역의 안정을 크게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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