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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일기/ 조삼모사(朝三暮四)

딸기21 2006. 11. 2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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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삼모사(朝三暮四)

13. 사물이 본래 하나임을 알지 못하고 죽도록 한쪽에만 집착하는 것을 일러 ‘아침에 셋’이라 한다. ‘아침에 셋’이라 한다. ‘아침에 셋’이 무슨 뜻인가? 원숭이 치는 사람이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주면서 ‘아침에 셋, 저녁에 넷을 주겠다’고 했다. 원숭이들이 모두 성을 냈다. 그러자 그 사람은 ‘그러면 아침에 넷, 저녁에 셋을 주겠다’고 했다. 원숭이들이 모두 기뻐했다. 명목이나 실질에 아무런 차이가 없는데도 원숭이들은 성을 내다가 기뻐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성인은 옳고 그름의 양극을 조화시킨다. 그리고 모든 것을 고르게 하는 ‘하늘의 고름(天鈞)’에 머문다. 이를 일러 ‘두 길을 걸음(兩行)’이라고 한다.

원래 열자(列子)에도 있는 얘기라고 하고 워낙 많이 알려져 있는 얘기이지만 월드컵 때 유행했던 조삼모사 카툰이 생각나 웃음이 좀 나온다. 장자의 원문은 ‘勞神明爲一 而不知其同也 謂之朝三’이고 해석은 ‘사물이 본래 하나임을 알지 못하고 죽도록 한쪽에만 집착하는 것’으로 돼 있다.

보통 눈앞의 이익에 어두워 멍청하게도 그게 별로 이득이 아님을 알지 못하고 제 꾀에 넘어가는 걸 가리켜서 조삼모사라 하는 줄 알았는데 장자는 ‘세상이 하나임을 알지 못하는 것’으로 확대해서 해석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해설자는 ‘아침에 많이 받으면 이자까지 따져 원숭이 선택이 결국 이득’이라면서 영악스럽게 따지고 계산하면서 이분(二分)의 세계 너머에 있는 경지를 알지 못하는 원숭이를 질타하는 것이라고 풀이를 해놨다.

글쎄, 어떨까. 요즘 ‘글쎄’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꼼꼼이는 나더러 ‘왜 자꾸 글쎄’라고 하느냐고 뭐라고 하는데, 이거야말로 ‘글쎄’다. 더 어릴 적 같았으면 나는 분명 ‘멍청하게 뭐가 이득인지도 모르는’ 원숭이를 탓하며 그렇게 되지 않아야지, 이런 뜻으로 받아들였을 것 같다.

그런데 가만 보면 원숭이가 나쁜 게 아니고(이자까지 계산하는 원숭이라면 좀 나쁠 수도 있겠지만) 어리석은 원숭이를 우롱하는 저 사람이 더 나쁘다. 내가 회사생활하면서도 보니깐 원숭이랑 월급쟁이 신세가 거의 비슷하다. 조삼모사인줄 몰라서 당하는 것이 아니라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하는 것이다. 저 원숭이들이 사육사한테 받아먹지 않고 나가서 자기들이 따다가 먹었으면, 조삼모사로는 안 살았을 것이다. 갇혀 있으니깐 주는 대로 받고 웅성웅성 구는 것이다. 

회사에서 쥐꼬리만한 특별상여금이든가 추석보너스 놓고 지금 받을래 나중에 받을래 하면 나 같은 사람들은 다 원숭이 노선을 따른다. 이게 나중에 어차피 나올 돈 지금 떼어 나오는 것인 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당장 쓸 일이 있고 또 지금이라도 확보를 해놓는 것이 생존전략임을 알기 때문이다.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령 내가 머리가 나빠서 그렇다 쳐도, 머리 나쁘다고 우롱하면 쓰나. 더군다나 먹을 것 혹은 먹고 살거리(돈 포함해서) 중에서도 특히 월급쟁이 돈처럼 일용할 거리 가지고 장난질 치면 그 놈이 나쁜 거다. 나는 나중에 아무리 작은 권력이라도 생기면 조삼모사 하는 식으로 권력 밑에 있는 사람들한테 절대로 장난치지 말아야지. 사람들이 몰라서 당하는 게 아니라 속으로 원망하고 증오하면서 당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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