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빈라덴의 참깨

딸기21 2002. 11. 26. 10:35

몇해 전 서울지검 남부지청에 참깨 원산지를 속여 판 놈들이 걸려들어왔습니다. 국내 영세 참기름업체들에 수입 참깨를 팔면서 원산지를 '중국'으로 바꿔 표기했다는 거였는데, 그럼 이 참깨의 진짜 산지는 어디냐. 아프리카의 수단이었습니다. 중국산 농산물을 국내산으로 속여 파는 거야 다반사지만, 수단산을 중국산으로 둔갑시킨다는 얘기는 처음이었죠.


머나먼 수단같은 나라보다는 그래도 가까운 중국산으로 해야 값을 더 받을 수 있다는 건데, 잡혀온 놈들 주장은 "모모 기업같은 큰 회사들도 다 수단산 참깨를 쓴다"는 거였습니다. 저는 올봄에 이마트에서 기니산 가자미를 사다 먹은 적도 있는데 맛이 괜찮았습니다.

식생활의 국제화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오사마 빈라덴 아시죠. 오사마가 91년 아프간에서 나와 걸프와 아프리카를 오갈 때의 이야기입니다. 


수단에는 하산 알 투라비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습니다. 이슬람 율법학자이자 정치가이고, 수단 집권당의 정신적 지주인 사람입니다. 물론 이 사람은 테러리스트는 아닙니다. 근본주의 노선을 걷는 정치가로서 이슬람권에서 명망이 대단한 인물입니다.


  


투라비가 잘 봐준 덕분에 오사마는 수단에 잠시 둥지를 틀고 테러범 양성캠프를 만들어 기지로 삼았습니다. 동시에 여러군데 돈을 넣어 사업을 크게 벌였죠. 


여러 사업 중에 농산물 수출하는 분야도 있었는데 수단에서는 참깨가 많이 난답니다. 독과점적인 사업이었기 때문에 국내에 들어왔던(지금도 들어오고 있을지 모르는) 참깨도 다 오사마의 회사 손을 거쳤다고 봐야겠죠. 원산지 모르는 채 먹고 있는 참기름, 그 돈이 오사마에게 들어간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 


참깨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사마가 수단에서 했던 투자 중에 가장 성공적이었던 것이 아라비아고무회사에 대한 겁니다. 수단은 전세계 아라비아고무의 80%를 생산하는 나라입니다. 오사마와 수단 정부가 합작투자한 아라비아고무회사는 수단 고무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요. 


아라비아고무는 생필품 여러 곳에 쓰이는 물건입니다. 인쇄에서 잉크가 종이에 달라붙게 하는 것이 아라비아고무랍니다. 그런가 하면 음료 따위가 캔 바닥에 들러붙지 않게 하는데에도 아라비아고무가 쓰인답니다.


<새로운 전쟁(The New Jackals)>의 저자 사이먼 리브는 "청량음료 한 캔 사먹을 때마다 전세계인들이 오사마의 재산에 돈을 보태주는 셈"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농담은 아닌 셈이죠. 코카콜라 마시면서 오사마에게 돈 보태준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