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치의 '고인물', 베냐민 네타냐후.
1949년생. 약칭 Bibi. 1996년 총리(~1999). 2009년부터 2021년까지 다시 총리. 2022년 12월 또 총리. 15년 이상 총리 재임,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기 집권 기록. 집권 리쿠드 당 대표.
지겹고 지겨운 네타냐후
텔아비브 태생. 예루살렘에서 자람.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지내다가 1967년 귀국해 군 입대. 다시 유학 가서 MIT 졸업, 보스턴 컨설팅그룹에서 근무.
1976년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서 이스라엘 항공기 피랍(엔테베 사건). 인질 106명 구출 작전에 참여했던 이스라엘군 1명 사망, 그게 네타냐후의 형. 네타냐후는 2년 뒤인 1978년 귀국한 뒤 형의 이름을 딴 ‘요나탄 네타냐후 대테러연구소’ 설립.
1984~88년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표부에서 일했고 1993년 우익 정당 리쿠드당의 대표가 됨. 그 해가 바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공존 즉 ‘두 국가 해법’을 약속한 오슬로 평화협정의 해. 당시 이스라엘 노동당의 이츠하크 라빈과 시몬 페레스가 미국 중재로 협정에 서명했고 그 공로로 팔레스타인해방기구의 야세르 아라파트와 노벨평화상 받음. 하지만 라빈 암살에서 보이듯 이스라엘 안에서는 반발이 적지 않았음.
그나마 온건파인 노동당이 1948년 건국 이래 이스라엘 정치의 주축이었는데 오슬로 협정 후폭풍과 냉전 종식이라는 안팎의 정세 변화로 1990년대 중후반부터 상황이 바뀜. 그 중심에 있었던 사람이 네타냐후. 1996년 페레스의 노동당을 제치고 총선에서 승리, 이스라엘 역사상 최연소 총리가 됨. 하지만 3년만에 선거 패배, 노동당에 정권 내주고 정계 은퇴 선언.
그런데 2000년 우파 정치인 아리엘 샤론이 예루살렘 이슬람 성지를 방문, 아랍계 자극. 팔레스타인 봉기(인티파다) 촉발. 샤론은 갈등을 부추겨 선거에서 이기고 총리가 됨. 은퇴했던 네타냐후는 샤론 정부의 외교장관, 재무장관으로 복귀. 재무장관 시절 이스라엘 경제 호황, 정치적으로 그 덕을 봤음. 하지만 가자지구 압박을 중단한 샤론과 견해가 달라 사임.
2009년 총선에서 네타냐후 승리, 우익 정당들 이끌고 연정 구성하고 2번째 집권. 부패 혐의에 당내 갈등 계속, 2019~20년 연립정권 구성 난항을 겪고 정정불안이 이어짐. 네타냐후는 뇌물, 사기 등의 혐의로 3년간 조사를 받고 기소됨. 재판 피하기 위해 정권을 연장하려고 중도파와 손 잡았다가, 싸웠다가… 총선을 몇 차례나 다시 치렀음. 2021년 6월 사퇴할 때만 해도 네타냐후 시대가 끝날 줄 알았는데 작년 11월 총선에서 부활.
전국을 시위로 몰아넣은 집권 연정의 '사법 쿠데타'
리쿠드당과 극우 유대 정통파 정당, 유대 우월주의 정당 등으로 구성된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극우'인 현 연립정권 .
정치생명을 이어가려고 내놓은 카드가 ‘사법제도 개편’. 이스라엘은 대법원이 막강. 고법이 없는 대신 상급심은 모두 대법원이+헌재 기능도 대법원이 맡을뿐더러, 소 제기 없어도 법안을 대법원이 심사해 무력화할 수 있음=전통적으로 좌파 성향 강했던 대법원은 민주주의의 보루 역할(feat. 성일광 교수님).
[하레츠] As General Strike Shutters Israel, Netanyahu Set to Freeze Judicial Overhaul
대법원 힘을 빼기 위해 대법관 인사위원회에 정부 측 인사를 앉혀 인사권 장악 시도+의회 과반수가 찬성하면 대법원 판결도 무효화할 수 있도록 하려 함. 진행 중인 네타냐후 부패 재판을 훼방놓기 위한 법을 통과시켰고, 정치기부금 투명성 규정한 조항을 완화해 자기 재판 비용 대려 한다는 비판도.
[구정은의 '세계, 이곳'] 이스라엘 조종사들의 보이콧과 사막 도시 베르셰바의 역사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반발이 일었고 대규모 반정부 시위 12주째 계속.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자국 내 아랍계 주민들을 차별하고 탄압해왔지만 자기네들 민주주의는 지킨다면서 아랍국들과 차별화해왔음. 시민들은 네타냐후가 이스라엘의 민주주의를 망가뜨리고 있다며 반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군의 반발. 장성들 “안보 위협” 공개 비판에, 군의 핵심 전력 가운데 하나인 예비역들(전시에 소집되고 평시에도 정기 훈련) 훈련 보이콧 등등. 사법 독립성 훼손되면 국제형사재판소(ICC) 협약도 거부하며 미국을 등에 업고 전쟁범죄 국제적 심판을 피해온 이스라엘 명분이 사라짐.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 Firing his defense minister, Netanyahu raises public anger at his rule to new heights
민주적이지 않은 국가의 군대에 복무하지 않겠다는 예비역이 늘어나고 네타냐후의 권력 장악에 대한 반대가 상비군으로까지 확산되자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23일 네타냐후에게 사법개편 법안을 추진을 멈추고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리는 안보 내각을 소집할 것을 촉구. 네타냐후갸 듣지 않자 갈란트 장관은 25일 TV에 나와서 "군과 보안기관에도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국가안보의 위협이 되고 있다” 공개적으로 말함.
네타냐후는 갈란트 해임으로 응답. 시민들 분노에 기름을 부었음. 수도 텔아비브 주요 도로인 아얄론 고속도로에서 시위대가 타이어 불태우고...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아얄론 고속도로를 ‘이스라엘판 타흐리르 광장’라 표현.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이 일어난 이집트 카이로 해방 광장에 비유한 것.
이제는 사법개편안 중단하라는 것을 넘어 네타냐후 총리 사퇴 요구까지 나오기 시작. 네타냐후 비판해온 에후드 바라크 전 총리, TV 인터뷰에서 "사법개편 중단한다고 시위가 멈추지는 않을 것,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을 지났다". 리쿠드 당내 고위 인사들도 네타냐후에 사임 요구. 반네타냐후 총파업 때문에 맥도날드도 27일 문 닫았음. 하지만 사법 쿠데타로 불리는 제도개편안 주도한 야리브 레빈 부총리 겸 법무장관은 강행 입장. 극우 성향 축구 팬클럽 라파밀리아가 월요일 의회 밖에서 사법 개편 지지 시위하는 등 우파 '맞시위'도.
팔레스타인 땅에 불법 정착촌 더 짓겠다는 이스라엘
정착촌은 팔레스타인 땅을 불법 점령하고 이스라엘이 곳곳에 세운 유대인 마을. 팔레스타인은 요르단 강 서안지구와 가자 지구로 나뉘어 있는데 그 사이에 이스라엘이 있음. 지금의 이스라엘 땅 상당 부분은 1967년 이른바 6일전쟁으로 불리는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이 빼앗은 것. 군의 무장력을 등에 업고 아랍계 땅을 빼앗아 유대인 마을을 세우는데, 그로 인한 인권침해가 극심. 우물도 유대인만 파서 물 쓰게 하는 걸로 악명. 그 정착촌들을 잇는 도로를 만들어 이스라엘군이 통제하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땅이 갈기갈기 찢겨짐. 국제법상 불법, 유엔도 줄곧 철수를 요구해왔지만 이스라엘은 안하무인.
그런 정착촌들이 이스라엘에 불법 점령당한 동예루살렘, 서안지구, 골란고원 등에 존재. 한때는 이집트 땅인 시나이반도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도 정착촌. 1979년 이집트와 평화협정 체결하면서 시나이 유대인 마을들은 철수.
[예루살렘포스트] Palestinians accuse settlers of West Bank arson, Israel claims accident
2005년 서안 4개 정착촌과 가자지구 21개 정착촌은 샤론 정부의 조치로 철수. 2023년 1월 기준 정착촌은 서안에 144곳, 동예루살렘에 12곳. 전초기지 110여개. 서안지구 정착촌 이스라엘 주민 약 45만명+동예루살렘 불법 점령지 유대인 22만명, 골란고원 2만5000명=약 70만명(이스라엘 정부 통계).
이 마을들은 안보를 이유로 이스라엘 일반법이 아닌 군법이 적용됨. 2019년 12월 전쟁범죄, 반인도 범죄를 심판하는 ICC가 조사 들어간다고 발표. 유엔과 이슬람협력기구(OIC), 러시아, 영국, 프랑스, 유럽연합 등등도 이스라엘의 정착촌 정책을 비판.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몰아내는 것은 강제 이주를 금지시킨 제네바 협약 위반. 그런데 총리 복귀한 네타냐후는 요르단강 서안 지구의 불법 정착촌을 오히려 늘리겠다고 선언.
잠시 시계를 되돌려 보면... 2001년 집권한 아리엘 샤론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가 레바논으로 옮겨가면서 레바논 내전이 벌어졌을 때 쳐들어가 팔레스타인 난민촌 학살을 저질렀던 책임이 있는 사람(당시 국방장관). 1980년대에 점령지의 불법 정착촌을 만든 것도 바로 샤론이었음(당시 주택장관).
하지만 2001년 집권 뒤에는 분리장벽을 세우고 팔레스타인 영토를 잠식하는 대신에 점령지에 만들었던 정착촌 일부를 폐쇄. 국제사법재판소(ICJ)가 2004년 분리장벽을 세우는 것은 국제법상 불법이라고 규정했지만 샤론은 장벽 건설을 강행하고 이스라엘이 점령한 영토를 굳히려 함. 팔레스타인은 당연히 반발. 정착촌 포기하고 이주하게 된 유대인들도 반발. 리쿠드 당 안에서도 반발이 거세자 샤론은 탈당하고 새 정당을 만들어 나감. 이를 계기로 네타냐후가 다시 리쿠드 당권을 장악.
미국과 이스라엘 반대로 팔레스타인이 유엔에 가입은 못했지만 옵서버 자격 갖고 있고 유엔 산하기구들에는 대부분 가입, 사실상의 독립국가. 다만 힘이 없어서 그렇지. 지금 자치정부라고 부르지만 한국도 대표부를 두고 있고. 그런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에 정착촌을 짓는다는 것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영토를 부정하는 것이자 오슬로 협정에서 약속한 두 국가의 공존을 부정하는 것. 두 국가 해법 자체를 거부하는 우익들에게 정착촌은 단순한 주거지 이상의 의미.
2월 이스라엘 정부는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에 4곳의 미승인 전초기지를 포함해 7,000채 이상의 주택 신축을 승인. 유엔 안보리가 비판 성명 내고 미국도 거세게 반대. 반발한 팔레스타인인이 정착촌 유대인 2명 사살.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보복 공습. 올들어 잇단 충돌로 양측 70여명 사망. 대부분은 팔레스타인인.
긴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요르단 아카바에서 이-팔 양측 만남. 중재자인 요르단 미국, 이집트 등 참여. 2014년 이후 미국이 나서서 이-팔 회의 자리에 모은 것이 처음이었음. 회의 끝나고 요르단 외교부가 “이-팔 양측이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면서 이스라엘이 정착촌 건설 4개월 동안 동결하기로 했다고 발표.
하지만 그 직후 네타냐후, “정착촌 건설 동결 없다”, 이스라엘 장관들 “회담에서 무슨 얘기 나왔는지 우린 모른다.” 이달 들어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다시 회담했는데 그러고 나서 곧바로 서안 정착촌 추가건설 금지한 2005년 법 일부 폐지, 이어 24일 1000여채 건설계약 입찰 절차 시작. 팔레스타인 외교부 "이스라엘이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계속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정치적 분열이 심한 상황. 무장정치조직들은 자치정부가 회담에 참가한 것 자체에 반발. 이슬람지하드, 정착촌 강행하면 무력 저항 예고했고. 좌파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도 저항 선언. 24일부터 이슬람 성월인 라마단 시작. 또 4월 5~13일 유대교 축제인 유월절 앞두고 있어서 폭력사태 우려.
미국도 강하게 비판
늘 이스라엘을 편들어온 미국도 정착촌이 불법이라는 데에는 동의해왔음. 정착촌은 이-팔 극단적 갈등을 부추기고 평화 프로세스의 장애물이 되기 때문. 그런데 2019년 트럼프 행정부가 “서안의 이스라엘 민간인 거주지역 건설은 국제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반발을 샀었음.
네타냐후는 트럼프와 1980년대부터 친구사이였다고. 트럼프 정부는 이스라엘이 시리아를 침공해 점령한 골란고원을 이스라엘 땅으로 인정. 유엔이 시리아에 돌려주라고 한 건데. 그리고 이스라엘이 역시 불법 점령한 동예루살렘 문제에서도 트럼프 정부는 이스라엘 편을 들어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김. 국제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조치, 아랍권의 거센 반발.
[포린폴리시] Blasting Israeli Settlement Construction Will Get Biden Nowhere
바이든 정부는 다시 원래의 미국 입장으로 회귀, 네타냐후 연정의 정착촌 정책에 이례적으로 강경한 반응.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보, 워싱턴 주재 이스라엘 대사 불러다가 정착촌 짓기 위한 이스라엘 법 개정에 항의. 미국은 공식적인 외교관 초치 항의는 아니며 불러다 경고의 뜻을 전달한 것뿐이라고 하지만 이스라엘 대사를 미 국무부가 불러서 항의한 것은 10여년 만에 처음. 2005년 샤론 정권의 정착촌 철수와 추가 건설 중단은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이스라엘이 약속했던 것이기도. 미 국무부, 이스라엘이 20년 된 약속을 깼다고 비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이 중동을 규합하려고 했지만 아랍국들이 미국 뜻을 따르지 않음. 중동에서 미국이 종이호랑이처럼 되고 있는 판. 중동 반미 정서의 근본적인 이유가 미국이 이스라엘 편을 든다는 것. 아랍국들과 이스라엘 간 수교의 물꼬가 트이면서 아랍국들이 실리 추구 쪽으로 이동하긴 했지만 이스라엘이 또 분탕질을 치면 미국 입장에선 골치 아픔.
지난달 팔레스타인인 공격에 유대인 2명이 숨진 뒤 이스라엘 극우파 베랄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은 팔레스타인 마을을 "지도에서 지워야 한다"고 했고, 미 국무부는 혐오스러운 표현이라고 비난. 이 재무장관이 이달 중순 워싱턴에 갔는데 미국 측이 면담 거부하기도. 그런데 재무장관은 팔레스타인 얘기가 나오자 “그런 것은 없다”며 존재를 부인, 다시 분노를 일으킴.
네타냐후 집권하고 석 달 됐는데 아직 바이든 대통령이 회담 얘기를 꺼내지도 않음. 이스라엘 총리들 늘 특별대우 받던 것과 대비됨. 이스라엘 언론들도 미국의 강경한 태도를 주요하게 보도하고 있음. 바이든 정부는 네타냐후가 사법개편 빌미로 민주주의 훼손하는 것에도 비판적. 백악관, "민주적 가치는 미-이스라엘 관계의 특징이고 앞으로도 계속 유지돼야 한다”
'아브라함 협정' 맺은 아랍국들도 반발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 중재로 아브라함 협정 성사.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등 아랍국들이 이스라엘과 수교. 하지만 이스라엘 우파 정권의 거친 행보로 삐그덕거리기 시작. 최근 두 차례 협상을 중재한 요르단은 이스라엘이 정착촌 동결한다는 약속 깨뜨리고 있다고 비판했고. 아브라함 협정 체결한 UAE는 이스라엘 무기 구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 경제협력도 재고하겠다고.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스라엘과 손 잡은 아랍 정권들은 부담이 심할 것. 자국민들 반발 불보듯.
[미들이스트모니터] Saudi Arabia condemns Israel's new settlement plans in East Jerusalem
아브라함 협정 이후 최대 관심사는 '사우디는 언제 이스라엘과 수교할까'였는데. 아직 수교하지 않은 사우디, 정착촌 건설 계획 비판하며 즉각 중단 촉구. 사우디는 2002년 ‘아랍 평화 이니셔티브’라는 것을 만들었고. 1967년 점령한 영토에서 철수해야만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할 것이라는 게 공식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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