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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평]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내일 위해 오늘 무엇을 해야 하나

딸기21 2021. 7. 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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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를 결정할 기술 변화와 인간, 그리고 정치
비관할 수밖에 없는 현재에서 ‘가느다란 낙관’ 찾기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 우리가 결정해야 할 11가지 거대한 이슈
구정은·이지선 지음/추수밭·1만6000원

 

 

전대미문, 사상초유, 미증유…. 이뿐인가. 공전, 파천황, 희유, 희대, 전무후무…. 언론이 흔히 쓰는 말이다. 이제까지 들어본 적도, 있어 본 적도 없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니. 코로나19 대유행도 그렇게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역사를 부정하는 말이다. 당대 사건과 사물을 과장하고 부풀리는 데 이용된다. 전대미문에, 사상초유란 없다. 이미 예비되어온 일이다. 코로나19만 해도 그렇지 않나. 이밖에도 인간 역사에는 인류를 몰살 직전까지 몰아붙인 질병과 전쟁, 참사가 허다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앞으로 올 역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는 10년 뒤를 전망하는 책이 아니다. 10년 뒤 역사를 만들어가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오늘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또한, 과거를 살펴야 한다. 켜켜이 쌓아올린 과거가 이어져 오늘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오늘을 잘 살아내지 않고, 미래를 꿈꾸는 일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은 인간이 만들어낸 기술이 인간과 세계를 변화시키는 지점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예상과 다르지 않다. 현실은 문제투성이다. 디지털과 로봇, 자율주행 시대에 인간의 일은 설 자리를 잃는다. 노동자들은 일감에 따라 움직이며 경쟁해야 하고 알고리즘이 노동의 가치를 매긴다. 외주화는 더욱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인간이 사라진 자리에 기계가 들어선다. 인간의 머리 대신 인공지능이 더 빠른 연산을 뽐낸다. 여전히 신뢰받지 못하지만 자율주행의 변화 속도는 예상을 넘어선다. 스마트폰이 인류와 세상을 뒤바꿨듯 자율주행차가 모든 것을 바꿔놓을 것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는 핵전쟁 이후 혼돈과 무질서에 휩싸인 2019년을 그린 걸작이다. 인간 탐욕에 바탕한 기술 진보의 미래가 어떠할지 이 영화는 잘 보여준다.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사는가가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기술은 생태계도 크게 바꾸고 있다. 농업에 유전자 조작 기술이 적용된 것은 오래된 일이고 이제 인간마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유전자 기술을 활용한 질병 치료 가능성이 높아지고 곡물 생산을 확대해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되리라는 기대 뒤에는 자본과 산업의 무한 욕망에 갉아먹히는 인간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종결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코로나 뒤에 숫자가 바뀌어갈 공산이 크다. 기후위기가 가속화하고 인구는 줄어드는 가운데 수명 연장의 꿈은 비루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도시는 커지고 늘어나지만 인간 삶의 공간은 협소해진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어떤가. 세계화로 사람은 원활히 이동하지만 이주자와 원주민은 같은 공간에서 다른 삶을 살아간다. 우리로 받아들이지 않고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격차는 더욱 다방면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협소한 집단주의 앞에 공동체와 연대는 힘을 잃어간다. 좌파든 우파든 정치는 이런 상황을 악용한다. 망가진 정치가 인류를 더욱 망가뜨린다.


그렇다. 인류는 알 수 없는 곳으로 그 어느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저널리스트 출신 두 저자가 “쓰는 동안 내내 답답했다”고 토로하는 이유다. 이대로 가면 10년 후 세계는 돌이킬 수 없다. 그럼에도 저자들은 “가느다란 낙관”을 내어놓는다. “그레타 툰베리가 세계에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고, 부자들은 세금을 더 내겠다고 손을 들며, 어떤 도시는 첨단 기술에서 환경과의 공존의 길을 찾고, 또 다른 도시는 첨단 기술보다는 공동체의 가치를 우선하는 소박한 삶의 전략을 취한다. 포퓰리즘과 전체주의에 대한 견제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고, 느리지만 기술을 뒤쫓아 노동자를 보호는 법이 마련되고 있다.” 미래는 우리 사람에 달렸다. 지금까지와는 달라야 한다는 굳건한 의지와 믿음, 그리고 실천이 10년 뒤 세계사를 변화시킬 유일한 근거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