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공세와 우호적인 지원, 인내심…중국식 접근방법이 드디어 북한에 통하기 시작했다."
북한을 봉쇄해 붕괴로 몰아가려는 미국과 달리 꾸준히 당근을 주어가며 설득해온 중국의 대북 접근방식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1일 중국이 `조용히' 북한 김정일 정권을 둘러싸고 있는 두터운 벽을 뚫고 침투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스스로 자본주의적 개혁과 경제성장의 모범을 보임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사회를 움직이는 지렛대로 작용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 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남동부 순방 이래 북한이 중국의 조언에 따라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김정일이 정권 유지와 경제 발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북한을 압박, 핵 야망을 버리게 해줄 것을 요구해왔으며 중국이 이같은 바램을 무시하고 있다며 비판해왔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에 변화를 강요하는 대신, 지난해 한 해에만 20억 달러에 이르는 돈을 북한에 `투자' 명목으로 쏟아부어 항만과 공장 재건, 에너지부문 현대화 등을 추진토록 했다. 미국 외교관들은 이를 가리켜 '거대한 당근 작전'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중국은 이같은 거액의 원조를 북핵 문제와 연관시키지 않아 미국의 불만을 샀다.
이에 대해 중국측 전문가들은 미국측과는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와이 호놀룰루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센터의 알렉산드르 만수로프는 CSM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한을 다시 일으켜(raise) 재건(rebuild)하고 재창조(reinvent)하려 하고 있다"면서 "사상 처음으로 김위원장이 중국식 개혁의 성과를 완전히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김위원장이 지난 1월 중국 남부 주장(珠江) 삼각주를 돌며 중국의 11차 5개년계획 집행과정을 관찰할 때 수행했던 중국측 관리들은 모두 김위원장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김위원장은 월마트, 코스트코, 홈디팟 같은 미국 대형 유통체인들이 들어차 있는 `세계의 작업장'을 직접 둘러본 뒤 정말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을 변화로 유도하는 방식을 중국쪽 전문가들은 '속삭임'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미국에 체류중인 전직 중국 외교부 관리 안나 우는 "중국이 북한에 대고 고함을 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중국은 그대신 북한에 `다시는 그렇게 하지 마라'`이리 와서 안락함을 누려봐라'`왜 그렇게 배고프고 외롭고 절망적인 길을 가느냐'며 속삭이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아마도 중국은 1월 김위원장 방문 때 시장 개혁을 통해 경제를 살리면 20년 뒤에까지도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충고를 해줬을 것"이라면서 "정치적 통제력을 유지하되 자본주의자가 되어 남쪽을 따라잡으라는 것이 중국쪽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북한의 인프라 재건을 지도하고 있고, 북한 대외무역의 40%를 차지한다. 한 국제 싱크탱크는 북한에서 유통되는 일용품의 80%가 중국산이라는 통계까지 내놨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막강하다. 문제는 중국의 대북 접근법이 미국이나 한국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베이징(北京) 중국국제연구소의 진린보 연구원은 "중국은 북한과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한다"며 "중국적 사고방식으로 봤을 때 가장 좋은 것은 북한이 파산상태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 핵문제를 서둘러 풀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미국 입장에서 중국의 이러한 태도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협상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계속해서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CSM은 한국도 중국이 북한에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면서 "남측은 중국이 남북한 분열이 지속되도록 조장하면서 미-중간 완충지대로 삼으려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CSM은 또 변덕스러운 김위원장이 경제 개혁의 필요성을 이론적으로는 받아들이더라도 중국처럼 세계에 국가를 개방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그는 개혁 권고를 귀담아 듣겠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회피하면서 돈을 벌 생각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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