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문제 때문에 인도가 딜레마에 빠졌다. 초강대국 미국과 에너지대국 이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인도가 양쪽으로부터 `경고'를 받는 처지가 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 BBC방송 등은 미국이 25일 이란 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는 것에 찬성해줄 것을 인도에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데이빗 멀포드 인도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현지 언론과 회견을 갖고 "미국은 인도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의에서 미국 입장을 지지할지 눈여겨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가 이란의 핵 보유에 반대한다면 투표용지에 이를 표시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미-인도 핵분야 협력계획이 "하원에서 사장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핵무기 보유국이면서 국제기구 사찰을 받지 않고 있는 인도에 대해 지난해 7월 `면죄부'를 주면서 핵 기술을 전해주고 경제 제재도 풀기로 약속했었다. 양국간 핵 기술 교류 협정은 미 하원 승인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인도는 미국과 관계개선에 나서면서 한편으로는 이란과 에너지 협력협정을 체결,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를 수입하기로 해 미국의 눈총을 받아왔다. 미국은 인도와 파키스탄을 상대로 이란과의 에너지 수입계약을 철회하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말 이란 제재를 위한 `무기확산방지법'에 따라 이란과 무기 원료를 거래한 인도 기업 2곳을 제재하기도 했었다.
인도의 `이중 플레이'에 대해 이란도 비난하고 있다. 인도는 지난해 9월 IAEA 이사회에서 이란 핵문제 안보리 회부에 찬성표를 던졌다. 러시아 등의 반대로 안보리 회부는 무산됐지만 이란은 인도에 강한 배신감을 표시했다. 올 들어 서방과 더욱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은 최근 "핵무기를 갖고 국제기구의 사찰을 받지 않는 나라도 있다"며 미국의 이중 잣대를 비난했고, 인도는 "어째서 우리를 걸고넘어지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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