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이 문을 닫았다.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코로나19의 유럽 확산이 현실화되자 관광객들이 몰리는 시설들에게는 비상경보가 울렸다. 프랑스 정부는 5000명 이상이 모이는 실내 행사를 금지시켰고,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대규모 이벤트를 중단시키거나 미루게 했다. 유럽뿐 아니라 세계의 문화·예술산업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루브르를 찾은 사람은 960만명에 이르렀고, 그 중 4분의3이 외국인이었다. 이튿날 박물관은 다시 개장했으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에는 장막이 드리워졌다. 평소 사람들이 몹시 붐비는 이 전시실에는 경비 직원들을 두지 않는 것으로 박물관과 노조가 합의했기 때문이다.
파리 북페어도 연기됐다. 12~15일 열리기로 돼 있었던 독일 라이프치히 북페어도 미뤄졌다.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주최 측은 세계 2500여개 출판사에서 출품한 책들을 구경하러 28만명 이상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 인구가 60만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도시에, 북페어가 취소되는 것은 보통 큰 타격이 아니다. 여행상품과 호텔 예약들도 줄줄이 취소됐다.
중국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박스오피스다. 춘제(설) 연휴를 앞두고 감염증이 급속 확산되자 정부는 1월 21일 후베이성 우한을 봉쇄했고 전국에 경계령을 내렸다. 미국 영화전문매체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올 설 연휴 동안 중국인들은 영화표를 사는 데에 420만달러를 썼다. 지난해 설 때 17억6000만달러를 쓴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액수로 줄어들었다. 007 시리즈 최신작인 ‘노 타임 투 다이’는 코로나 타격을 피하기 위해 아예 개봉을 11월로 연기했다. 팝가수 머라이어 캐리도 하와이 공연을 미뤘다.
이탈리아의 관광·문화산업은 초토화될 판이다. 감염증이 확산된 북부 롬바르디아주와 베네토주는 밀라노와 베네치아가 있는 곳이다. 이 지역들을 모두 봉쇄한 데 이어, 10일 정부는 아예 전국에서 주민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초강력 조치를 취했다. 베네치아의 축제는 취소됐고 라스칼라 오페라극장은 문을 닫았다. 북부 15개 주에서는 박물관과 미술관은 물론이고 클럽과 식당, 문화센터들까지 영업이 제한되거나 중단됐다.
미국도 심각하다. 서부 워싱턴주를 시작으로 감염증 사망자가 늘면서 캘리포니아와 뉴욕주 등 여러 주들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뉴욕에서도 감염자가 나왔고, 박물관과 콘서트홀들과 극장들은 셔터를 내렸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브로드웨이 극장들은 배우들 감염 관리에 신경이 곤두서 있고, 확산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며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할리우드와 루브르가 망하지는 않겠지만, 문제는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문화시설에서 일하는 이들은 관람객들에게 감염증이 옮을까 걱정하는 한편, 노동시간이 줄고 임금이 깎이는 현실적인 위협도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다. 뉴욕타임스는 문화시설들이 대거 문을 닫으면서 곳곳에서 ‘노동의 긴장’이 벌어지고 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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