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노숙인 무리들이 나타났다. 파란 매트와 베개, 가방들이 쌓였다. ‘월드 빅 슬립 아웃’ 행사가 열리는 날이었다. 요가매트와 침낭 따위를 들고 광장으로 나온 시민 900여명은 이날 밤 노숙 체험을 하면서 거리에서 한겨울을 보내야 하는 노숙인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행사를 기획한 것은 이 지역에서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면서 노숙인들에게 일자리와 잠자리를 제공하는 캠페인을 해온 조슈 리틀존이라는 33세 남성이었다. 그의 제안을 계기로 뉴욕뿐 아니라 영국 런던, 아일랜드 더블린, 호주 브리즈번 등 세계 10여개 도시에서 동시다발 노숙 행사가 펼쳐졌다.
타임스스퀘어 노숙행사에 참여한 시민들과 자원활동가들은 네온사인과 광고판에 둘러쌓인 광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보냈다. 노숙 캠페인에 참석한 짐 오셔라는 54세 남성은 뉴욕타임스에 “하룻밤일지라도 밖에서 잔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느껴볼 수 있었다”면서 “집이 없다는 것은 곧 도움이 없다는 뜻이고 희망이 없다는 뜻이라는 사실을 예전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뉴욕 맨해튼에서는 24세 노숙인이 다른 노숙인 4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뉴욕에는 3900명 정도의 노숙인이 거리에서 지내고 있지만 자기 집이 있는 주민들은 홈리스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척박하고 위험한 일인지 알지 못한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이날 최고의 스타는 배우 윌 스미스였다. 스미스는 광장 한 옆에 설치된 무대에 나와 참가자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면서 이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호소했다. 다른 스타들의 참여도 이어졌다. 영국 음악가 제이크 버그와 톰 워커, 배우 헬렌 미렌은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침낭 속의 하룻밤’을 보냈다. 음악인 지기 말리와 엘리 굴딩, 메간 트레이너와 숀 킹스턴은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로즈볼에서 노숙을 했다.
행사를 제안한 리틀존은 7년 전 타임스스퀘어에 샌드위치 가게를 낸 이후로 노숙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가게에 들어온 노숙인 남성을 채용한 것이 계기가 됐다. 노숙인은 어렵사리 용기를 내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리틀존은 그에게 주방 일자리를 줬다. 알고 보니 노숙인의 남동생도 거리에서 지내고 있었다. 이 형제와 거리의 친구들에게 일자리를 주려고 뛰어다니면서, 리틀존은 가게 손님들에게 모금을 해 노숙인들의 식사를 제공해주는 일도 하게 됐다.
홈리스들을 돕는 활동의 범위는 점점 넓어져갔다. 2016년에는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를 방문해 노숙인들을 지원하도록 지역 사업가 270여명을 설득했다. 그가 운영하는 샌드위치 가게 ‘소셜바이트’는 지난해 에딘버러에 지점을 내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노숙자 보호처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리틀존은 “거리에서 하룻밤을 보내면 작은 연민과 공감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알게 된다”고 했다. 이번 캠페인을 하면서 그는 5000만 달러 모금 목표를 정했다. 모금한 돈의 절반은 홈리스를 돕는 지역 비영리단체들에 보내고, 나머지 절반은 유니세프 같은 국제기구에 전달해 세계의 빈민들을 도울 계획이라고 했다.
캠페인은 하룻밤의 이벤트로 끝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내에서도 노숙인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5년 로스앤젤레스(LA) 시에서는 노숙인 급등에 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 최근에는 노숙인들 사이의 방화와 폭력이 잇달았고 대선 이슈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를 방문한 영국 글로벌홈리스연구소(IGH)의 루이즈 케이시 소장은 부동산 값이 급등한 것과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 것이 노숙인 증가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IGH는 2030년까지 세계 150개 도시에서 노숙인들을 없앤다는 목표를 세우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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