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EU 잔류파 영국 하원의원 피살...극우파 소행?

딸기21 2016. 6. 1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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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살인극까지 벌어졌다. EU 탈퇴를 주장하는 남성이 잔류를 지지한 여성 의원을 길거리에서 공격해 결국 숨지게 한 것이다. 정치권은 일제히 범행을 비난했고, 소셜미디어에는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사상 초유의 EU 탈퇴 투표가 정치인 공격으로까지 이어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노동당 하원의원인 조 콕스(사진·41)는 16일(현지시간) 지역구인 웨스트요크셔의 버스톨에서 괴한에 살해됐다. BBC등 현지 언론들은 목격자를 인용해 콕스가 괴한의 흉기에 찔린 뒤 다시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고 전했다. 콕스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경찰은 주변에서 52세의 토머스 메이어라는 남성을 용의자로 체포했다.

16일(현지시간) 괴한에게 피살된 영국의 조 콕스 하원의원이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된 뒤 의회에서 첫 연설을 하는 모습



용의자의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목격자들은 그가 콕스를 공격하면서 “영국이 먼저다(Britain first)”라고 외쳤다고 보도했다. 캠브리지대학을 나와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에서 일하며 정책위원장을 지낸 콕스는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된 뒤 EU 잔류를 주장해왔다. 콕스는 지난해 하원 등원 첫 연설에서도 “우리 공동체는 이민자들 덕에 고양돼왔다”면서 무슬림이나 가톨릭을 가리지 않고 다양성이 영국 사회의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기적으로 버스톨 도서관 앞에서 주민 간담회를 열어왔고, 이날도 간담회에 다녀오다가 인접한 마켓스트리트에서 피습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서는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범인이 EU에 남아야 한다는 콕스의 주장에 항의해 살해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가디언은 경찰이 용의자와 극우 세력 간 연관관계가 있는지,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극우파 선전과 관련된 증거물들이나 온라인 상의 흔적들을 찾기 위해 메이어의 집을 수색했으며, 최소 한 곳 이상의 극우파 사이트를 방문한 사실을 알아냈다고 신문은 전했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EU의 이민정책 탓에 무슬림 이주자·난민들이 몰려들면서 이슬람국가(IS) 등의 테러 위협이 커진다고 주장해왔는데, 정작 최악의 폭력범죄를 저지른 것은 영국 내 극우파 혹은 브렉시트 찬성파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숨진 콕스의 남편 브렌던 콕스는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했던 사람으로 노동당 소속의 고든 브라운 전 총리 시절 자문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브렌던은 “아내는 아마도 남은 아이들이 사랑 속에서 자라게 하는 것, 그리고 자신을 숨지게 한 증오에 맞서 하나가 되어 싸우는 것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증오는 신념이나 인종, 종교와는 상관 없는 유해한 것일 뿐이다”라는 성명을 냈다.




영국 정치권은 충격에 빠졌다. 현역 의원이 살해당한 것은 1990년 북아일랜드 독립군의 공격으로 이언 고우가 숨진 이래 처음이다. 콕스의 지인들과 지역 주민들 수백 명은 버스톨에 있는 세인트피터스 교회에 모여 콕스를 애도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EU 잔류를 호소하기 위해 지중해의 영국령 섬 몰타를 방문해 캠페인을 하다가 일정을 모두 중단했다. 캐머런은 “너무나도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뉴스”라며 두 아이의 엄마인 콕스를 애도했다.

콕스가 속해 있던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끔찍한 살인에 온 나라가 충격을 받았다”면서 “소중한 동료”를 잃었다고 말했다. 버킹엄궁도 성명을 내고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콕스 가족을 위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애도의 뜻을 전했다. 가디언은 사설을 통해 “콕스는 단순히 한 명의 의원이었을 뿐아니라 이상을 가지고 움직이던 사람이었다”며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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