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또 동진(東進)을 한다. 나토가 옛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몬테네그로를 가입시키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러시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해 크림반도를 러시아가 병합하면서 고조된 ‘신냉전’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옌스 슈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회원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몬테네그로에 가입 초청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슈톨텐베르크 총장은 “역사적인 결정”이라고 표현했다. 몬테네그로가 내년 중 가입을 하면 나토의 29번째 동맹국이 된다. 나토로서는 2009년 알바니아와 크로아티아를 받아들인 뒤 7년만에 회원국을 늘리는 것이 된다. 몬테네그로는 ‘가입 초청’을 받음에 따라 나토와 협상을 벌이며, 나토 회원국들 의회의 비준동의를 거쳐 공식 가입하게 된다.
몬테네그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치안유지 임무를 지원하는 등 이미 나토와 군사적 협력을 해왔다. 세르비아로부터 분리된 몬테네그로는 인구 65만명의 소국이지만 나토가 발칸으로 더욱 확장하게 됐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받는 압박감은 적지 않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뒤 미국 등 나토 국가들과 대립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나토 회원국인 터키가 영공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러시아군 전투기를 격추하는 사건까지 일어나 관계가 극도로 악화됐다.
러시아는 몬테네그로를 끌어들이려는 나토의 방침에 즉시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모스크바는 나토와 나토의 군사적 구조들이 동쪽으로 확대되는 것에 대해 여러 차원에서 경고해왔다”며 비난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직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나토 확대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대통령에게는) 다른 우선적인 문제들이 있다”고만 답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 의회는 몬테네그로가 나토에 들어갈 경우 군사기술 분야를 포함한 협력 프로젝트들을 중단할 것이라 위협했다.
소련이 무너지고 1991년 러시아연방이 출밤한 뒤 냉전 시절의 대립은 끝나는 듯했다. 1994년 러시아는 나토와의 평화파트너십 프로그램에 착수했고, 1990년대 내내 양측의 협력을 위한 다양한 협정들이 체결됐다. 2002년에는 유럽의 안보 이슈들을 다루기 위한 나토-러시아 협력위원회가 만들어졌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대테러전이 전개되면서 러시아와 나토는 ‘비전통적인’ 안보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러시아는 비록 나토가 주도하는 아프간 국제치안유지군(ISAF)에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ISAF의 보급·수송을 도왔다. 산업 분야와 핵 비확산 문제 등에서도 협력을 했다. 2007년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폴란드와 체코에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관계가 냉각됐으나, 2009년 버락 오바마 정부가 MD 배치 계획을 철회한 까닭에 갈등이 봉합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뒤 상황은 급변했다. 지난해 4월 나토는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를 모두 중단했다. 대부분 나토 회원국인 유럽국들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에 나섰다. 프랑스가 러시아에 구축함 2척을 팔기로 돼 있었으나 미국의 압력 때문에 이 거래도 보류됐다. 지난해 11월에는 러시아 전투기와 정찰기들이 서방 비행기와 군함 가까이 접근하는 ‘니어미스(near miss·초근접 비행)’를 비롯한 위험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며 나토가 크게 반발했다.
나토는 몬테네그로 가입을 추진하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슈톨텐베르크 총장은 “러시아와 대화를 재개하는 방안을 회원국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나토-러시아 협력위원회가 다시 활동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도 대화채널을 복원할 뜻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토와 러시아의 긴장이 쉽게 풀리기는 힘들다. 비록 이번 회의에서 합의를 보지는 못했지만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도 논의됐다. 조지아와 우크라이나는 모두 러시아가 눈엣가시처럼 생각하는 나라들이다. 옛 소련 이전부터 ‘역사적으로’ 러시아 땅이었던 곳들인데, 독립 뒤 서방 쪽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두 나라 모두 러시아와 군사적 갈등을 빚은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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