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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오바마와는 만나도 ‘전투기 갈등’ 에르도안은 안 만나

딸기21 2015. 11. 3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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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와 ‘술탄’은 결국 만남지 않았다. 터키가 시리아 접경지대에서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한 이후 계속돼온 두 나라 갈등은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자리에서 회동을 갖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제안했으나 푸틴의 거부로 무산됐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파리에서) 에르도안과의 만남은 예정돼 있지 않으며 만남에 대한 논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는 영공 침범에 정당하게 대응한 것이라면서 전투기 격추에 대해 러시아에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옌스 슈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 공동기자회견을 하면서 “터키의 총리나 대통령은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또 시리아 국경문제는 터키의 국가안보에 관한 것이라면서 러시아군이 공습하던 시리아 북부 지역에는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도 “사과할 필요가 있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우리 영공을 침범한 측”이라고 밝혔다.



푸틴이 에르도안의 회동 제안을 거부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터키의 이런 강경한 태도 때문이지만, 러시아 역시 강경대응을 불사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8일 터키에 대해 제한적 금수조치 등 경제제재를 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이 조치에 따라 러시아에서 일하는 9만 명의 터키인들은 노동계약을 연장할 수 없게 되고, 양국간 비자 면제도 중단된다. 러시아는 또 민간인들의 터키 여행도 사실상 중단시키기로 했다. 연간 320만 명의 러시아인이 터키를 여행하는 만큼, 러시아는 터키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칠 지렛대를 갖고 있는 셈이다.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는 러시아에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보복성 경제 제재는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터키는 또 격추된 전투기 조종사인 올렉 페슈코프 중령의 시신을 러시아에 인계했다. 미흡하나마 화해 제스처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러시아의 태도는 몹시 강경하다. 러시아 스푸트니크(리아노보스티) 통신은 30일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면서 “터키 언론인들도 전투기 격추에 대해 앙카라 정부가 밝힌 기본적인 팩트(사실)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터키가 IS와 싸운다면서 시리아의 쿠르드족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푸틴은 에르도안과의 만남은 거부했으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는 파리에서 얼굴을 맞댔다. 두 사람은 기후변화 총회 일정과 별도로 만나 비공개 회동을 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파리 동시다발 테러 직후 터키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에도 따로 만나 비공식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가 IS 격퇴전에서 얼마나 공조를 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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