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유대인에 집 내줘라” 이스라엘 요구에 맞서 농성하는 팔레스타인 주민  

딸기21 2015. 8. 17. 16:12
728x90

팔레스타인인 압둘라 아부 나브의 집에는 며칠 째 이웃들과 친척들이 모여들어 천막을 치고 농성 아닌 농성을 벌이고 있다. 아부 나브가 사는 곳은 이스라엘이 무단 점령한 동예루살렘이다. 1948년 건국과 함께 예루살렘 서쪽 반토막을 차지한 이스라엘은 1967년 전쟁 때 유엔이 ‘팔레스타인 땅’으로 인정한 동예루살렘까지 불법 점령했다. 아부 나브의 집은 바로 그 동예루살렘에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점령지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내몰고 유대인들을 들여보내기 위해 정착촌 건설 작업을 하고 있다. 이름은 정착촌(settlement)이지만 실제론 아랍계를 강제로 내쫓고 유대인들에게 집과 땅을 주는 ‘점령촌’이다. 아부 나브와 가족 16명이 살고 있는 2채의 집들도 그 대상이 됐다. 최근 이스라엘 대법원은 8월 11일까지 아부 나브가 집을 비우고 유대인들에게 내줘야 한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그 후로 아부 나브의 집에는 일가친척들이 모여 집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다. 알자지라방송은 16일 수십년 간 살아온 터전을 지키기 위한 팔레스타인 가족의 투쟁을 전하는 기사를 웹사이트에 실었다.


아부 나브(맨 오른쪽)가 집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도와주러 온 친구들에게 커피를 따라주고 있다. 사진 알자지라방송(Al Jazeera).


이스라엘 대법원은 ‘역사적으로’ 아부 나브의 집과 땅이 유대인들의 것이었다는 이유를 붙여 유대인들에게 내주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아부 나브의 가족은 이미 이 곳에서 70년 가까이 살아왔다. 그가 이 지역으로 옮겨온 것도 이스라엘 때문이었다. 원래 그의 집안은 서예루살렘의 주라트엘아나브라는 지역에 대대로 살았으나, 1948년 아랍-이스라엘 전쟁(이스라엘 독립전쟁)에서 아랍계가 패해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쫓겨났다. 그래서 동예루살렘으로 이주했는데, 힘겹게 자리잡은 터전에서 다시 쫓겨날 처지가 된 것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요르단강 서안지역과 맞닿은 예루살렘 구시가지 성벽 부근 실완이 그가 지금껏 살아온 곳이다. 이 지역은 이슬람 성지이자 유대교도들과의 오랜 분쟁거리가 돼온 알아크사 모스크와도 가까이 있다. 한때는 팔레스타인 마을이었지만, 유대인들이 들어오면서 마을 풍경은 나날이 바뀌고 있다. 그의 집 테라스에서는 알아크사의 돔과 함께 이스라엘 국기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웃집에 유대인 정착민이 들어와 내건 국기다.

 

유대인들이 실완을 넘보기 시작한 것은 이미 1980년대부터다. 돈 가진 유대인들이 야금야금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집과 땅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가난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억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몇 푼의 보상금을 받고 유대인들에게 집을 비워준 뒤 어딘가로 이동한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순순히 집을 내놓지 않으면 소송을 걸어, 이스라엘 법원으로부터 이주명령을 받아내는 식이었다. 아부 나브의 집을 놓고 유대인이 소송을 건 것은 2002년. 아테렛 코하님이라는 유대인은 아부 나브의 집이 1881년 유대 종교단체 자산(헤크데시)으로 등록된 구역 안에 있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원래 이 지역은 예멘계 유대인 공동체가 많이 살았던 곳인데, 예멘계는 1930년대에 아랍-유대인 분쟁이 심해지자 집과 땅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떠났다. 그 후 팔레스타인인들이 들어가 수십년 동안 살아왔다. 그런데 1970년 이스라엘 의회가 1948년 이전 소유주들의 동예루살렘 토지 소유권을 인정해주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몰아낼 법적인 길을 열었다. 아부 나브는 1948년 옮겨온 이후 줄곧 팔레스타인 사람에게 토지를 빌려 살았고, 땅 주인인 팔레스타인인의 아들과 손자에게 대를 이어 임대료를 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스라엘 법원에서는 그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웃집들에 석달 전부터 유대인들이 본격적으로 ‘입주’하기 시작했지만, 아부 나브는 이사를 거부하고 집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마당에 천막을 치고, 도움을 주러 온 친척들과 이웃들이 앉아서 버틸 플라스틱 의자들을 놓았다. 그렇게 농성이 시작됐다.

 

유대인 정착민들의 불법행위와 폭력을 감시해온 이스라엘 시민단체 피스나우는 정부가 실완 일대 5200㎡에 걸쳐 유대인 정착촌들을 만들려 하고 있고, 그 일환으로 아부 나브의 집을 몰수하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부 나브와 코하님 두 사람 간의 법적 다툼이 아니라, 이스라엘 정부의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팔레스타인인 몰아내기 작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코하님은 아부 나브 외에 다른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상대로도 소송을 내 승소했다. 피스 나우의 다니엘 루리아는 알자지라방송에 “코하님은 예루살렘의 심장부에서 유대교의 뿌리를 강화하려는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