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구정은의 세계]오바마의 여행 가방엔 무슨 책이?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책 이야기

딸기21 2015. 8. 14. 22:41
728x90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 동부 해안의 마서스 비니어드 섬으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2주 동안의 휴가 기간 오바마는 김용 세계은행 총재 등과 골프를 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독서도 빼놓을 수 없다. 해마다 오바마의 휴가 때면 휴가지에 챙겨가는 ‘대통령이 고른 책들’이 관심을 모은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13일 올해 오바마가 가져간 책 6권을 소개하면서, 올해의 독서 테마는 이주와 환경이라고 보도했다. <올댓이즈>는 지난 6월 별세한 미국 작가 제임스 설터가 34년만에 내놓은 장편이자 유작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한 남성의 일대기다. 앤서니 도어의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역시 2차 대전을 바탕으로 한 소설로, 프랑스 소녀와 독일 소년의 엇갈린 삶을 다룬다. 또 한 권의 소설은 국내에도 팬들이 많은 인도계 미국 작가 줌파 라히리의 <저지대>. 오바마는 2013년 퓰리처상 수상작가인 라히리가 이 소설을 발표하고 얼마 되지 않아 서점에서 책을 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워싱턴포스트는 “2년 전에 샀는데 올 휴가에 가져가는 걸 보니 읽지 않은 게 확실하다”고 썼다.


"휴가 다녀올께요" President Barack Obama waves as he enters Marine One at the Cape Cod Coast Guard Station in Bourne, Mass., Friday, Aug. 7, 2015, en route to Martha‘s Vineyard. (AP Photo/Stew Milne)


"휴가지 도착했어요" President Barack Obama and first lady Michelle Obama walk over to greet people after arriving at Vineyard Haven on Martha‘s Vineyard, Mass., Friday, Aug. 7, 2015. (AP Photo/Susan Walsh)



나머지 3권은 소설이 아닌 전기와 다큐멘터리 종류다. 엘리자베스 콜버트의 <여섯 번째 멸종>은 환경 이야기이고, 애틀랜틱지 기자인 타네하시 코츠의 <세상과 나 사이>는 환경과 인종문제를 동시에 다룬다. <워싱턴: 한 사람의 일생>은 J.P.모건, 록펠러 등의 일대기로 유명한 전기작가 론 처너가 쓴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일대기다.

 

하버드대 출신 변호사 오바마는 워낙 지적인 이미지에다 두 딸을 데리고 서점에 가는 모습도 종종 포착됐다.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과 <담대한 희망> 등 베스트셀러를 펴낸 저자이기도 하다. 오바마뿐 아니라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대부분 독서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보좌관을 지낸 테비 트로이는 2013년 <제퍼슨이 읽은 것, 아이크(아이젠하워)가 본 것, 오바마가 트윗한 것: 백악관의 대중문화 200년>이라는 책을 통해 역대 미 대통령들의 독서 습관을 소개했다. 트로이에 따르면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대통령이 지적인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일종의 투자다. 


Nov. 29, 2014: President Obamashops with daughters, Sasha, center, and Malia, at Politics and Prose bookstore, in Washington, D.C. (AP)


존 애덤스와 토머스 제퍼슨은 ‘건국의 아버지들’ 중 책을 즐겼던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제퍼슨은 1776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초판을 샀는데, 요즘 시세로 치면 615달러(약 73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제퍼슨은 “책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종종 말했고, 책값이 몹시 비쌌던 시절임에도 6,487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었다. 제퍼슨의 서재는 뒤에 미 의회도서관의 모태가 됐다. 존 애덤스도 3000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뒤에 아내 애비게일에게 책을 사느라 엄청난 돈을 써왔음을 실토했다는 일화가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명연설가로 유명하지만 가난한 초원지대 출신이라 다양한 책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링컨이 어릴 적 읽은 책들은 성경, 이솝우화,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존 버년의 <천로역정> 같은 고전들이다. 그 대신 링컨은 몇 안 되는 종류의 책을 읽고 또 읽으며 곱씹었다고 한다. 트로이는 “링컨은 성경과 셰익스피어를 읽으며 언어를 가다듬었고, 이솝우화를 통해서 핵심을 찌르기 위해 말할 때 우화를 삽입하는 기술을 익혔다”고 전했다. 탐험가이자 사냥꾼이기도 했던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유독 문인들과 친했고, 업튼 싱클레어같은 작가들과 백악관에서 즐겨 만났다.


책 읽는 케네디 www.jfklibrary.org


책 읽는 레이건 www.presidentialimages.com


부시가 쓴 책을 읽고 있는 클린턴 /사진 트위터



존 F. 케네디는 대중문화 시대의 총아답게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즐겼고, ‘007 열풍’에 한 몫을 했다. 워터게이트 특종기자로 유명한 워싱턴포스트의 벤 브래들리는 케네디와 각별한 사이였는데 “케네디는 이언 플레밍 소설의 야수성과 섹스와 쿨함을 즐기는 듯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케네디의 고문을 지낸 적 있는 자유주의 사상가 겸 역사가 아서 슐레진저는 좀 다르게 증언한다. 케네디가 일부러 대중적인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본드 사랑’을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영화배우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의 취향도 케네디와 비슷했다. 톰 클랜시의 소설을 즐겨 읽었고,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최신 작품들’을 보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심어주려 했다. 플레밍이 케네디 덕을 봤듯, 클랜시도 레이건을 통해 인지도가 한껏 올라간 케이스다. 빌 클린턴도 미스터리 소설을 즐겼으며, ‘클린턴의 독서리스트’에 들어간 소설들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곤 했다. 월터 모슬리의 <화이트 버터플라이>, 마이클 코넬리의 <콘크리트 블론드> 같은 책들이다.


조지 W 부시의 그 유명한 ‘책 거꾸로 든 사진’


책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미지인 조지 W 부시도 ‘의외로’ 책을 많이 읽었다고 트로이는 소개한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2년 새 186권을 완독하기도 했는데 특이하게도 그 중 14권이 링컨의 전기였다. 부시는 또 자유주의 성향과 보수 성향 저자들의 책을 가리지 않고 읽었다. 반면 클린턴과 오바마는 주로 자유주의적이고 진보적인 이들의 책을 읽으며, 레이건은 보수주의자들의 책을 편식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