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살아있는 비너스'의 아름다운 도전

딸기21 2005. 11. 3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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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장애인, 발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 예술가, 양팔이 없는 비너스. 

선천적인 신체결함을 딛고 장애인과 여성들에게 희망의 빛을 던져준 영국의 여성 예술가가 `세계 여성 성취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AFP통신 등 외신들은 29일(현지시간) 영국의 장애인 예술가 앨리슨 래퍼(40)가 독일 세계성취상기금이 시상하는 제2회 `월드어워드 여성 성취상'을 수상했다고 보도했다.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시상식에서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대통령이 래퍼에게 트로피를 전달했다.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시상식장에 나온 래퍼



래퍼는 1965년 팔다리가 기형인 해표지증(Phocomelia)이라는 질병을 안고 태어났으며, 생후 6주만에 거리에 버려져 보호시설에서 자라났다. 22살때 결혼한 그는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9개월만에 헤어졌다. 그러나 그는 어릴적부터 관심이 있었던 미술 공부를 뒤늦게 시작해 헤덜리미술학교와 브라이튼대학을 졸업하고 예술가로서 새 인생을 시작했다. 입과 발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 겸 사진작가가 된 것. 그의 사진들은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자신의 나신을 모델 삼아 조각 같은 영상을 만들어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팔이 없는 `밀로의 비너스'에 빗대 `현대의 비너스'라 부른다. 신체 결함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화시킨 사진들은 런던의 밀레니엄 전시회에 전시되기도 했다. 최근 래퍼는 예술가가 아닌 모델로 더 유명해졌다. 영국 조각가 마크 퀸이 임신 9개월의 래퍼를 모델 삼아 만든 `임신한 앨리슨 래퍼'라는 5m 높이의 작품은 런던시의 공모전에서 뽑혀 지난 9월부터 트라팔가 광장에서 전시되고 있다.

미혼모이자 장애인으로서, 장애인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는 의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출산을 고집했던 그는 지난해 아들 패리스를 낳아 엄마가 됐다. 래퍼는 현재 서섹스에 거주하면서 육아와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래퍼는 그동안 저서 `내 손 안의 인생(My Life in My Hands)'과 웹사이트 등을 통해서 장애인 문제를 부각시켰으며, 가정 내 폭력 등 여성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만드는데에도 앞장서왔다. 국제앰네스티 주관으로 28일부터 런던에서 열리고 있는 여성 폭력반대 캠페인 전시회에도 래퍼의 작품이 출품돼 있다. 이 전시회를 앞두고 가디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남편의 학대를 받아봤기 때문에 가정폭력을 당하는 사람들이 겪는 심정을 잘 알고 있다"며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월드어워드는 오스트리아 작가 게오르크 킨델과 고르바초프 전대통령이 지난 2000년 창설한 상이다. 지난해부터는 세계에서 주목받은 여성을 대상으로 `여성 성취상'을 별도로 수여하고 있다. 지난해 첫 시상에서는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 출연한 테리 해처가 수상자로 뽑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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