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두이치의 국영 농장 농민들은 올가을 밀과 보리, 유채 1400톤을 수확했다. 여름 농산물들이 베어져나간 뒤에는 겨울밀이 푸른 물결을 이루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오래전 좋았던 시절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양이지만, 이곳 농장 주민들에게는 희망을 상징하는 첫 추수였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161만㎡(약 490만평)의 농장을 관리하는 블라디미르 프리젠코프는 "농작물 검사결과 방사능 물질은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국토 4분의1 방사능 오염
옛 소련에서 독립한 벨로루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라트비아 등에 인접한 공화국. 넓은 삼림에 비옥한 토지를 가진 이 나라는 옛 소련 시절부터 우크라이나와 함께 곡창지대로 이름 높았다. 비두이치는 과거 `칼 막스'라는 이름의 광대한 집단농장이 있던 지역이다. 밀과 보리가 물결치던 이 곳은 1986년4월26일 체르노빌의 폭발음 이후 `생태 지옥'으로 변해버렸다. 260㎞ 떨어진 체르노빌에서부터 날아온 방사능 낙진은 벨로루시 국토(20만㎢)의 4분의1을 오염시켰다. 비두이치의 농장은 한때 사람들의 접근 자체가 금지돼 마을 전체가 사라지다시피 했었다.
재건이 본격화된 것은 2년 전부터. 유엔 등의 지원을 받아 수백만 달러를 들여 수확기와 트랙터를 사고 농기구를 정비했다. 제나디 크루자예프(38)는 체르노빌 사고 당시 칼 막스 농장에서 막 일을 시작한 청년이었다. 터전을 잃고 고향을 떠나 택시운전사, 가스채굴기사 등으로 이 일 저 일을 전전했던 그는 지난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농장에는 크루자예프처럼 돌아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환경단체들, "아직 이르다"
비두이치 농장은 벨로루시 정부가 체르노빌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울여온 노력의 상징이다. 1994년 취임한 알렉산더 루카셴코 대통령은 그 자신 협동농장 관리인 출신으로, 농업생산을 늘이기 위해 체르노빌 피해지역의 재건작업을 적극 추진했다. 그는 지난해 "오염된 땅을 되살릴 때가 되었다"면서 오염지대의 옛 집단농장들에 주택을 건설할 것 등을 지시했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히 많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정부측 환경조사보고서는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어린아이였던 사람들은 20~30대가 된 지금 각종 암에 시달리고 있다. 방사능 물질 중 하나인 세슘137은 반감기가 30년에 이른다. 당국은 "치명적인 건강상의 위험은 사라졌다"고 주장하지만 환경-보건단체들은 벨로루시 인구의 14%인 130만 명이 오염지역에 거주해온 것으로 추정한다.
"달에 식민사업하는 것" 여전히 힘든 복구
비두이치의 농장에서는 말과 식육용 양을 키우고 있지만 과거처럼 낙농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유 생산은 방사능 오염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농산물 안전이 확인된다 하더라도 생육 조건이 변해버렸다. 관리인 프리젠코프는 "모든 생산물은 당국의 인증 뒤에 출시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땅의 온도가 높아져서 동물사료들이 너무 억세게 자란다"고 말했다. 밀과 보리에는 방사능 물질 흡수를 막는 비료를 사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 곳에 농민들을 끌어 모으면서 버섯과 야생딸기, 벌꿀, 물고기 등 야생 동식물 채집은 금지시켰다. 야생동식물에서는 여전히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고 있기 때문. 한 정부관리는 뉴욕타임스에 농장 재건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달에 식민사업을 하는 것만큼이나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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