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아시아의 참상 뒤에는 인신매매... 네팔과 로힝야의 비극

딸기21 2015. 5. 2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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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지진의 상흔이 가라앉기도 전에, 네팔인들의 또다른 비극이 들려온다. 인신매매다. 인도 등지로 노예처럼 팔려나가는 아이들이 네팔 아이들이 잇달아 구출됐다.

 

네팔과 접경한 인도 북부 비하르주 노동국 관리 산지브 쿠마르는 “최근 20일 사이에 인신매매 조직에 팔려가던 아이들 26명을 구했다”고 밝혔다. 네팔 지진 뒤 가뜩이나 취약한 경제가 더 무너지고, 인신매매가 늘어날 것으로 국제기구들이 경고해왔는데 이것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특히 지진으로 일자리를 잃거나 살기가 막막해진 빈농 부모들이 아이들을 인신매매 조직들에 넘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진으로 인신매매와 조혼(早婚) 늘었다”


이번에 구출된 아이들의 부모들은 대부분 인도 북부에서 이주노동자로 일하던 사람들이다. 지진이 난 뒤 인도 북부도 피해를 입었고, 이들의 일자리는 사라졌다. 그러자 부모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아이들을 데려온 뒤 “인도에서 아이들에게 일자리를 구해주겠다”고 꾀는 인신매매범들에게 넘겼다. 


한 네팔 어린이가 카트만두 시내의 구호식량 보급소에서 엄마 손을 붙들고 서 있다. /EPA


8~14세의 아이들은 인도 북부 락솔의 국경경비소를 지나 입국하는 과정에서 당국에 구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들은 뭄바이의 가방공장으로 끌려갈 예정이었다고 쿠마르는 설명했다. 공장에 넘겨지면 아이들은 노예처럼 착취당하는 불법 아동노동자가 됐을 것이 뻔하다. 인신매매범 일당 4명은 당국에 체포됐다. 

 

지난 주에도 인도 북서부 루디아나에서 시민단체가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어린이 28명을 구출했는데, 그 중 8명이 네팔 아이들이었다. 이 아이들은 지진 2주 전 인도로 와 주급 150루피(약 2600원)를 받으며 티셔츠를 꿰매는 일을 했다. 한달을 꼬박 일해도 1만원 남짓 받는 전형적인 ‘스웻샵(sweat shop·노동착취 공장)’이었던 것이다. 

 

인도와 네팔 사이의 국경은 1751km에 이르지만 국경 경비는 느슨하다고 영국 가디언은 지적했다. 미 국무부도 네팔 당국이 인신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고 비판해왔다. 네팔 인권단체인 환경보건·인구활동연구센터의 아난드 타망은 로이터통신에 “지진으로 아이들의 인신매매와 조혼(早婚)이 두드러지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월급 1만원, 노동착취 '스웻샵'의 노예로


비극 뒤에 숨은 인신매매는 네팔에만 있는 게 아니다. 최근 미얀마를 떠나 말레이시아 등지로 가려던 소수민족 로힝야 난민 사태가 세계적인 인권 문제로 부상했다. 밀입국 브로커들에게 돈을 주고 낡아빠진 배를 탔다가 표류하게 된 난민들뿐 아니라, 인신매매범에게 속아 국경 지대를 떠돌거나 갇혀 죽임을 당하는 이들도 적지않다.


지난 21일 미얀마 로힝야족 어린이 사드후신 모하마드(6)가 말레이시아 클랑에 마련된 로힝야교육센터의 스승의날 행사를 창문 너머로 지켜보고 있다. /AP

채널뉴스아시아는 25일 태국과 인접한 말레이시아 국경지대에서 로힝야족이나 방글라데시인으로 보이는 사람 139명의 집단매장지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말레이 경찰 발표에 따르면 매장지는 태국 국경에서 1km도 떨어지지 않은 페를리스 지역의 밀림에 있었다. 발견된 시신들의 상태는 참혹했다. 고문의 흔적이 역력했고, 주검이 매우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이런 끔찍한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으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감식팀은 발견된 시신들을 조사하고 있다. 당국은 희생된 이들이 인신매매범들에게 넘겨진 뒤 정글 속 불법 캠프 28곳에 수감됐던 것으로 보고 있다. 그 후 가혹행위 등으로 숨졌거나 살해된 뒤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인신매매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말레이인 35명과, 이들과 결탁한 의혹을 받는 경찰관 2명을 체포했다.

 

세계에서 사고 팔리는 사람들 3분의2가 아시아인


태국과 말레이 국경은 인신매매되는 이들의 주요 이동 통로다.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에서 온 이주 희망자들이나 난민들의 주된 목적지는 소득수준이 높은 말레이다. 태국은 이들이 말레이로 가는 경로에 있다. 이 때문에 말레이 정부는 태국과의 국경지대 경비를 강화해왔으나, 여전히 감시망이 느슨한 곳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이번에 집단 매장지가 발견된 왕끌리안의 국경초소였다.

 

라잘리 이스마일 전 유엔 미얀마특사는 이 사건 뒤 말레이 정부를 비판하며 책임자들을 기소하라고 촉구했다. 라잘리 전 특사는 “제복 입은 사람들 중에도 가담자가 있다”며 “동남아시아의 초국적 범죄를 인식하고 대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노동인권단체 ‘워크프리’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세계에는 3600만명에 이르는 ‘노예’들이 인신매매되고 있다. 그 중 3분의2가 아시아인으로 추정된다. 이 단체가 선정하는 세계노예지수(GSI)에서 인신매매 최악 10개국 중 인도, 중국,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태국 7개국이 아시아 나라들이다. 인도에서만 1400만명이 사고팔린다. 중국은 320만명, 파키스탄은 210만명이 노예로 매매된다. 

 

미 국무부가 매년 발표하는 인신매매(TIP) 보고서에도 아시아 국가들이 대거 언급된다. 지난해 보고서는 북한, 말레이시아, 파푸아뉴기니, 태국을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꼽았다. 버마(미얀마), 캄보디아, 중국,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도 요주의 대상 목록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