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파묻힌 아이 구해내는 ‘기적의 구조’ 동영상  

딸기21 2015. 4. 29.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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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모여서 맨손으로 땅을 파고 있다. 건물이 무너진 듯, 콘크리트 더미가 널려 있고 흙먼지가 가득하다. 그 사이를 헤짚으며 시멘트 조각, 자갈과 모래를 파내는 남성들의 손길은 다급하다. 몇 분이 흐르고, 마침내 그들이 파고 있던 이유가 드러났다. 어린 아이가 잔해 속에 파묻혀 있었던 것이다. 아이의 울음과 비명이 새어나온다. 흙을 파내는 손길이 더욱 급해진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시리아 최대도시 알레포다. 지난해 1월 벌어진 일이다. 정부군 전투기가 민간인 거주지역에 폭격을 퍼부었고, 두 살짜리 여자아이 기나 바삼은 무너진 집터에 매몰됐다. 엄마는 목숨을 잃었다. 기나는 일곱 자매의 막내로, 위로 여섯 언니가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집터에 묻혔다가 결국 주검으로 발견됐다.



남성들은 아이 울음소리를 들으며 잔해를 파내고 또 파낸다. 마침내 흙범벅이 된 아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감았던 눈을 뜨며 울음을 터뜨린다. 몇몇 남성들은 하반신을 마저 끄집어내기 위해 손길을 놀리고, 그 사이 다른 남성들은 놀란 아이를 달래주며 얼굴을 닦아준다. 다행히 기나는 무사히 구출됐다.

 

이 동영상은 독립매체인 누르미디어가 올린 것이다. 조금만 늦었어도 세상을 다시 볼 수 없었을, 기적같은 구조 장면을 담은 동영상은 사건 뒤 1년여가 지났지만 다시 소셜미디어에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는 29일 기나가 구출되는 유튜브 동영상 파일이 널리 퍼졌다. 

 

기나를 구해낸 이들은 친척들과 이웃 주민들이었다. 기나의 삼촌은 ITV뉴스 인터뷰에서 조카의 생환을 기뻐했다. 하지만 “대체 일곱 자녀를 둔 엄마는 무슨 죄가 있다고 목숨을 잃은 것이냐”며 민간인 지역을 폭격한 정부군을 비난했다. 



다행히 기나는 큰 부상을 입지 않았고, 며칠 뒤 기나가 잘 지내고 있는 모습도 인터넷을 통해 퍼졌다. 하지만 집을 잃은 기나는 아빠와 언니들과 함께 집을 떠나 난민촌에서 고통스러운 생활을 해야 했다. 

 

그리고 반년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6월, 시리아는 이슬람국가(IS)의 부상과 함께 더욱 아수라장이 됐다. 최근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군은 반정부 진영 내 알누스라전선, IS 등 극단주의 무장조직들과 알레포를 놓고 격렬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수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던 기나가 아직도 무사한 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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