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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깊이보기]이란 군부와 의회도 핵 합의 ‘환영’... 개혁조치 다시 힘 실릴까

딸기21 2015. 4. 7.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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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보수파 의회와 군부가 핵 합의안을 환영했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온건파 정부의 최대 치적이라고 할만한 핵 합의에 대해 보수강경파들도 인정하고 나선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란 최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의 모하메드 알리 자파리 사령관이 7일 “평화적인 핵 프로그램을 추구할 권리를 지켜내기 위한 핵 협상단의 외교적 노력을 치하한다”고 말했다고 국영 프레스TV 등이 보도했다. 그는 “이란 국민들과 혁명수비대는 핵 협상단이 이슬람공화국(이란)이 지켜야 할 선을 지키면서 충실하게 정치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이란 최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의 모하메드 알리 자파리 사령관. 사진 PRESS TV


보수파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마즐리스(의회)도 핵 합의에 만족감을 나타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정부 핵협상단은 이날 마즐리스에 출석해 지난 3일 타결된 핵 합의안의 내용을 설명했다. 2000년대 후반 강경파 정권 때 이란 측 핵협상 대표를 지냈던 알리 라리자니 국회의장도 이번 합의가 핵 문제를 해결할 ‘좋은 신호’라며 환영했다. 의회에 나온 자바드 자리프 외교장관과 아크바르 살레히 원자력청장 등은 이번 합의로 핵발전을 비롯한 평화적인 핵 이용을 보장받게 된 것이라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 합의, 보수파 의회도 ‘일단 환영’

 

합의안에 따르면 이란은 앞으로 최소 10년 동안 3.67% 이상으로 우라늄을 농축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3.67% 이하의 저농축우라늄(LEU)만으로도 경수로의 발전 연료로 쓰는 것은 가능하다. 저농축우라늄을 이용한 의료 연구나 과학기술 연구도 할 수 있다.


앞서 이란데일리 등은 보수파 의원이 의회 안에서 핵 합의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보수 언론인 ‘카이한’의 편집장도 핵 합의를 가리켜 “안장까지 갖춘 말을 데리고 가서 부러진 고삐만 쥐고 돌아온 꼴”이라고 비난했었다. 그러나 이날 의회의 분위기나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치하'는 보수파들도 일단 핵 합의를 받아들이고 승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분위기에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의중이 짙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5일에는 군 최고위 장성인 하산 피루자바디 육군참모총장이 하메네이에게 핵 합의 ‘축하’ 인사를 보내며 협상 타결을 지지했다. 아직 하메네이는 핵 합의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최측근인 피루자바디의 입을 통해 협상결과를 승인한 것으로 풀이됐다.

 

일각에선 이번 핵 합의를 통해 보-혁 간 극심한 대결이 진행돼온 이란에서 ‘보수파 우세’라는 현 구도가 무너지고 정치적 재편이 진행되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스웨덴 룬트대학의 이란 전문가 루즈베흐 파르시는 월드폴리틱스리뷰 기고에서 “이번 합의는 엄청난 정치적 자산을 투자했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게는 큰 성공이었다”며 특히 로하니에게는 대선 때 약속했던 개혁조치들을 이행할 수 있는 ‘정치적 자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구도 변할까... 보수파의 ‘반격’ 우려

 

2013년 대통령 선거 당시 로하니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정권 시절인 2009년 대선 부정선거 항의시위 때 잡혀간 정치활동가들을 풀어주고 언론 검열을 완화하며 대학들에 좀더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로하니의 공약은 강경파 정권의 억압에 지친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로하니가 이런 조치들을 약속한 것은 2009년 유혈사태로 큰 타격을 입은 개혁파 정치 엘리트들에게 다시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로하니는 취임 뒤 일부 약속을 실행에 옮겼지만 개혁이 미진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그런데 이제 핵 합의를 발판으로, 보수파들에 맞설 레버리지(지렛대)를 갖게 됐다고 파르시는 분석했다.

 

그러나 보수파들이 때를 기다렸다가 반격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금은 비록 핵 합의 환영 분위기에 밀려 잠잠한 상태이나 제재 해제와 경제적 효과가 곧바로 뒤따르지 않을 경우 여론이 실망감 쪽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하메네이가 핵 협상의 후원자로 나선 상황에서, 보수파가 반격을 하게 되면 하메네이를 공격해야 한다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파르시는 내다봤다.

 

비록 보수파들이 핵 합의를 뒤집기는 힘들겠지만, 로하니를 강력 견제하려 할 공산이 크다. 이란은 내년 5월 총선을 치른다. 이란은 4년마다 직선으로 마즐리스 의원들과 대통령을 뽑지만 최고권력기구인 혁명수호위원회에서 후보들을 심사해 걸러내기 때문에 완전한 자유선거라 보기 힘들다. 보수파들이 장악한 혁명수호위원회에서 개혁파 후보들을 대거 탈락시킬 경우 총선은 일방적으로 ‘보수파 강세’로 흘러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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