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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좀 꺼주세요” 뉴욕 주가 불끄기에 나선 까닭은?

딸기21 2015. 4. 2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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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마천루들의 화려한 불빛과 야경을 보고싶은 사람들은 다음달 말까지는 여행을 피해야 할 것 같다. 뉴욕주가 봄철 ‘조명끄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인공 조명에 홀려 길을 잃는 철새들을 살리기 위해서다.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 주지사는 철새들을 위해 지난 15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주 정부 소유 건물이나 주 정부가 관리하는 시설에서 밤 11시 이후에 필수적인 전등 이외의 불을 끄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쿠오모 주지사는 민간 빌딩들에도 조명의 세기를 낮추거나 꺼달라고 요청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뉴욕의 야경

뉴욕시의 건물들이 모두 야간 조명을 끈다면 이런 모습이 될 것이다. 사진작가 티에리 코언의 연작 <어두워진 도시들(Villes Enteintes)> 중 하나인 ‘뉴욕(New York 40° 44 39 N 2010-10-13 lst 004)’라는 작품이다. 사진 Danziger Gallery/www.audubon.org


해마다 봄·가을에는 대서양을 건너온 철새들이 미국 동부 해안을 지나 북쪽으로 대이동을 한다. 수천 ㎞를 비행하는 철새들은 낮 동안 새들이 주로 태양을 나침반으로 이용하고, 밤에는 별이나 달의 위치를 보며 방향을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동부 해안은 ‘대서양 비행경로’라 불리며, 미주 대륙을 종단하는 철새들의 주요 이동로 4곳 중 하나다. 그런데 밤에도 휘황찬란한 불빛을 밝힌 마천루와 도시들은 철새들에게는 엄청난 장애물이다. 이달 초에도 철새 한 마리가 뉴욕 타임스퀘어 부근 빌딩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발견됐다. 


미주 대륙을 남북으로 오가는 철새들의 4대 이동경로. www.audubon.org


미 농무부에 따르면 ‘치명적인 전등의 유혹’이라 불리는 현상 때문에 미국에서만 연간 이동중인 철새 5억~10억마리가 죽는 것으로 추산된다. 빌딩 불빛을 보고 오인해 달려들었다가 죽는 새들도 많다. 초대형 빌딩 1개에 연간 1000마리 꼴로 새들이 부딪쳐 죽는다는 통계도 있다.


철새들을 위한 조명끄기 운동을 벌여온 민간기구 오뒤본소사이어티는 쿠오모 주지사의 발표를 환영했다. 록펠러센터와 크라이슬러빌딩, 타임워너센터 등 뉴욕의 대표적인 대형 빌딩들도 조명끄기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뉴욕뿐 아니라 워싱턴, 볼티모어, 미니애폴리스, 샌프란시스코 등 여러 도시들이 이미 조명끄기 운동에 나서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는 세계 최초로 1991년 새들의 충돌을 막기 위한 ‘치명적인 조명 인지프로그램(FLAP)’을 만들었다. 미국에서는 시카고가 가장 먼저 2000년대 초반에 비슷한 정책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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