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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예멘 공격, 이란에 맞선 '아랍의 반격'

딸기21 2015. 3. 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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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색을 하고 기사로 정리를 해두면 좋겠지만...

이것저것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한번 끄집어내 봅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을 공격했습니다. 어찌 보면 이번 예멘 공격은 사우디 새 국왕 살만의 승부수처럼 보입니다. 압둘라 전 국왕이 숨지자 마자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 대신 ‘이란과의 전쟁’을 선택한 꼴이랄까요.


살만은 28일에는 “후티(예멘 친이란계 반군) 뒤에 외국세력이 있다”며 직접 나서서 이란 겨냥한 비난을 했습니다. 더군다나 예멘 공격을 주도하는 것은 살만이 국방장관으로 전격 발탁한 자기 아들 무함마드입니다.


Yemeni president Abd-Rabbu Hadi is welcomed to Riyadh by Saudi defence minister Prince Mohammed bin Salman Al Saud


그러니 명목은 예멘 안정화이지만 이번 공격은 첫째 이란에 대한 견제, 둘째 아랍 맹주로서의 위상 부활, 세째 왕정 강화와 차기 후계구도까지 노린 국내정치용 목적 등 다목적 포석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Yemen strikes are test of youthful Saudi defence minister


As Saudi jets pummelled Houthi rebel targets around the Yemeni capital Sana’a, Prince Mohammed bin Salman Al Saud was coordinating the strikes from the Saudi military’s operations centre. The surprise assault is meant to stem the rapid advance of the Zaydi Shia militia that, allied with former president Ali Abdullah Saleh, has brought the Sunni Gulf allied-Yemeni government to the brink of extinction. 


Saudi television broadcast looped footage of the 30-year-old defence minister on the phone, receiving briefings from high-ranking personnel before showing pilots studying flight plans and F-16s taking off from their desert bases. Such patriotic propaganda has become commonplace in the Gulf as these well-armed states pursue increasingly muscular, adventurist foreign policies.


결국 사우디는 이집트 등 친미 아랍국들 규합해 후티반군(예멘)-이란-이라크-시리아-헤즈불라(레바논)로 이어지는 ‘시아벨트’와의 전쟁을 시작한 것이죠. 28~29일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아랍연맹 회의에서 '아랍연합군 창설'에 합의를 했다고 하는데, 이 또한 결국 ‘이란과의 대결’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미국과 사이 나빴던 이란은 미국이 일으킨 대테러전의 '최대 수혜자'였습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무너지고 힘의 공백이 생기자 이란의 영향력이 작용하는 이른바 '시아 벨트' 혹은 '시아파의 초승달'이 형성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라크에는 '민의에 따라' 시아파 정권이 들어섰고, 이 정권은 이란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후세인 시절 이란에 망명해 있었던 사람들이 대거 돌아와 정권의 주축이 되기도 했고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사실 종교적 색채가 강한 존재가 아니었으나 전방위 압력에 밀리면서 시아파 정권처럼 돼버렸고(주로 시리아에만 있는 알라위라는 독특한 종파랍니다), 역시 이란의 지원을 받았지요. 레바논에는 이란의 도움을 많이 받은 헤즈불라라는 무장정치세력이 있고요. 이란이 이들을 지원해 분탕질을 친 게 아니라, 이스라엘의 분탕질을 그대로 두는 것에 분노한 헤즈볼라를 이란이 지원해준 것이라고 봐야겠지만요.


종파 기준으로 보면 국가별 시아파 분포는 이렇게 됩니다.


이란은 나름대로 투트랙이랄까,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해온 것 같습니다. 하산 로하니 현 대통령을 포함한 '비둘기들'을 중심으로 서방과 화해에 나서면서, 물밑에선 매파들이 역내 시아 정치세력들을 지원해주고 있었던 셈입니다. 


아무튼 미 대테러전 이후 계속돼온 중동 전역의 ‘이란화’에 위기감 느껴온 아랍 수니국가들이 반격에 나선 것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특히 사우디는 위로 이라크, 옆으로 바레인(작은 나라이고 미군기지가 있는 곳인데 지배층은 수니, 국민들은 시아파이니 사우디 입장에선 매우 '위험스런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아래로는 예멘 후티에게 포위를 당했다는 위기감이 컸을 것이고요.


물론 중동에서의 갈등을 '종파 갈등'으로 해석하는 것은 손쉽고 편하면서도 안일하고 '나쁜 버릇'입니다. 사우디의 공격 대상이 된 예멘의 후티 반군만 해도 시아파가 주축이라고는 하지만 수니파 등 여러 세력들과 연대를 하고 있었다는 군요.


여기서 잠시 예멘 상황-

후티 반군이 올초 하디 대통령을 쫓아낸 게 발단이었습니다. 2011년 예멘인들은 장기집권 독재자 압둘라 살레를 몰아냈지요. 예멘판 '아랍의 봄'... 그 뒤에 하디가 여러 세력의 지지를 모아 집권을 했는데, 그 연대세력 중에는 후티 반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디가 미국과 사우디 빽을 믿고 최근에 후티의 뒤통수를 치려 했다가 반격을 당해 축출된 꼴... 


한마디로, 사우디가 예멘 대통령 몰아낸 '쿠데타'를 비난하며 후티 진영을 공격한 것에는 별로 명분 따위는 없다는 뜻입니다.


Coup or Counter-Coup: What Happened in Yemen?

At first, when they took over Sana in late-2014, the Houthis rejected Al-Hadi’s proposals and his new offers for a formal power sharing agreement, calling him a morally bankrupt figure that had actually been reneging previous promises of sharing political power. At that point, President Al-Hadi’s pandering to Washington and the House of Saud had made him deeply unpopular in Yemen with the majority of the population. Two months later, on November 8, President Al-Hadi’s own party, the Yemenite General People’s Congress, would eject Al-Hadi as its leader too.

(하디가 권력분점 약속을 어겨서 후티 진영이 열받았다. 특히 하디는 워싱턴과 사우디에 너무 의존해서 인기 추락... 심지어 하디네 정당조차 지난해 11월 하디를 총재 자리에서 축출...)

The Houthis eventually detained President Al-Hadi and seized the presidential palace and other Yemeni government buildings on January 20. With popular support, a little over two weeks later, the Houthis formally formed a Yemenese transitional government on February 6. Al-Hadi was forced to resign. The Houthis declared that Al-Hadi, the US, and Saudi Arabia were planning on devastating Yemen on February 26.

(그래서 후티 진영은 하디를 1월 20일에 몰아냈고 2월 6일에는 과도정부를 구성하기로 했는데, 미국과 사우디가 또 예멘에 개입해서 후티 진영을 막으려고... )

Al-Hadi’s resignation was a setback for US foreign policy. It resulted in a military and operational retreat for the CIA and the Pentagon, which were forced to remove US military personnel and intelligence operatives from Yemen. The Los Angeles Times reported on March 25, citing US officials, that the Houthis had got their hands on numerous secret documents when they seized the Yemeni National Security Bureau, which was working closely with the CIA, that compromised Washington’s operations in Yemen.

(왜냐면 하디 정권 축출은 미 외교정책에는 타격이었거든. CIA와 펜타곤이 그 동네에서 대테러전이니 뭐니 많이 해야했는데 하디가 쫓겨난 거니까.)

Al-Hadi fled the Yemeni capital Sana to Aden on February 21 and declared it the temporary capital of Yemen on March 7. The US, France, Turkey, and their Western European allies closed their embassies. Soon afterwards, in what was probably a coordinated move with the US, Saudi Arabia, Kuwait, Bahrain, Qatar, and the United Arab Emirates all relocated their embassies to Aden from Sana. Al-Hadi rescinded his letter of resignation as president and declared that he was forming a government-in-exile.

(수도 사나에서 도망친 하디는 남부 항구 아덴으로 가서 거기가 임시 수도라고 선언.)

The Houthis and their political allies refused to fall into line with the demands of the US and Saudi Arabia, which were being articulated through Al-Hadi in Aden and by an increasingly hysteric Riyadh. As a result, Al-Hadi’s foreign minister, Riyadh Yaseen, called for Saudi Arabia and the Arab petro-sheikdoms to militarily intervene to prevent the Houthis from getting control of Yemen’s airspace on March 23. Yaseen told the Saudi mouthpiece Al-Sharq Al-Awsa that a bombing campaign was needed and that a no-fly zone had to be imposed over Yemen.

(후티와 그 연대세력들은 미국이랑 사우디가 요구해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The Houthis realized that a military struggle was going to begin. This is why the Houthis and their allies in the Yemenite military rushed to control as many Yemeni military airfields and airbases, such as Al-Anad, as quickly as possible. They rushed to neutralize Al-Hadi and entered Aden on March 25.

(사우디 하는 꼬라지를 보니 아무래도 전쟁이 날 것 같다 싶어서, 후티 진영은 예멘 군사기지들을 장악하기 시작. 그리고 사우디는 이 기지들을 공습으로 때려버림)

By the time the Houthis and their allies entered Aden, Al-Hadi had fled the Yemeni port city. Al-Hadi would resurface in Saudi Arabia when the House of Saud started attacking Yemen on March 26. From Saudi Arabia, Abd-Rabbuh Manṣour Al-Hadi would then fly to Egypt for a meeting of the Arab League to legitimize the war on Yemen.

(후티 진영이 아덴까지 밀려오자 하디는 사우디로 튀었다가 다시 이집트로 튐)


아무튼 공격을 시작했으나 


이란은 고립 속에서도 자기들만의 정치체제(선거를 통한 정권교체, 다른 나라들보다 강력한 시민사회)를 갖춰왔습니다. 미국과 친한/친했던 나라들일수록 문제가 많다(=친미 독재정권)는 것이 중동의 진실...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국들은 전근대적이고 부패한 봉건왕국 혹은 독재국가들에 불과하다는 명백한 한계가 있습니다. 종파 갈등도 있지만, 아랍국들은 이란이 ‘Arab Awakening’(아랍의 봄을 가리키는 이란의 표현)을 부추기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입니다. 미 오바마 정부도 이런 문제들 탓에 아랍과 거리 두는 것이고요.


아랍연합군은 물론이고 사우디 군 자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 같습니다. 15만명을 예멘에 투입하겠다고 했는데, 당나라 군대로 유명한 사우디... CIA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사우디는 GDP 대비 군사비 지출은 세계 3위입니다. 1위 남수단이야 뭐 신생국으로서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것이고. 그런데 사우디는 해마다 어마어마한 액수의 무기를 미국으로부터 사주지만, 사들인 전투기 숫자가 조종사 숫자보다 많다는 소문이 있지요.



국제전략연구소(IISS) 2011년 군사력균형(Military Balance)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의 병력은 23만3500명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 중 15만명을 예멘에 투입하겠다고 하는 것인데요. 


사우디와 이집트 등의 예멘 공격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중동이 지금보다 '조용해질' 날은 요원한 것 같네요.


* 인남식 교수님이 페북에 글을 올리셨는데, 재미난 분석을 내놓으셨다. 이집트 사우디가 이번에 적극 나선 것에는 ‘수에즈 지키기’ 차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후티 자체는 지금까지 예멘 수니 정권과 협력했던 집단이고 극단주의 세력이라고 볼 수 없는 시아 정치세력일 뿐. 그런데 이들이 정권 장악하면 이들에 맞선다는 이유로 IS나 알카에다가 예멘에서 기승을 부리게 되고, 결국 수에즈로 들어가는 홍해 입구가 위험에 빠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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