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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역할이란... 미-쿠바 화해 뒤엔 뉴욕타임스와 '그란마'가 있었다

딸기21 2014. 12. 1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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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쿠바가 '비밀 협상'을 해서 '전격적으로' '국교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지요.

그 뒤에는... 장소 빌려준 캐나다, 밀어주고 당겨준 프란치스코 교황님, 오바마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분위기 띄워준 존 네그로폰테(부시 시절의 관료였지만 미-쿠바 관계개선을 촉구했습니다) 등 유명인사들, 기타등등 기타등등 여러 요인&사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언론'입니다. 


쿠바 합의 뒤에는 뉴욕타임스와 '그란마'가 있었습니다. 그란마는 쿠바 공산당 기관지입니다. (영어 버전도 있어요. 보고 싶으신 분들은 여기로)



바티칸의 중재로 비밀협상이 한창이던 지난 10월 12일, 뉴욕타임스는 사설로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이 외에도 그 무렵부터 계속해서 쿠바 문제를 다루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Obama Should End the Embargo on Cuba 



그러고 나서 이틀 뒤인 10월 14일, 피델 카스트로가 그란마에 기고를 합니다.

카스트로는 그란마 기고를 통해 중요한 이슈에 대한 자기 생각을 알리는데요.

가장 최근에 쓴 게 이 글입니다.


Lo que no podrá olvidarse nunca



스패니쉬 능력제로인 관계로... 번역기 돌려 대충 보니, 뉴욕타임스 사설을 이 구절 저 구절 인용하면서 앞으로 미국이 어떤 식으로 나아갈지 예측하고 있다고 하네요. 말하자면, 피델 나름의 방식으로 '화답'한 것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보름 정도 후. 11월 2일 뉴욕타임스는 쿠바와 수감자를 교환하라는 사설도 씁니다.


A Prisoner Swap With Cuba 


이번 합의를 하면서 미국과 쿠바는 저 사설 그대로, 서로 수감자들을 교환했지요.


이런 사정을 곰곰이 되새김질한 것은 워싱턴포스트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18일 이런 기사들을 실었습니다.


New York Times editorials timed perfectly for Cuba shift 

Did the N.Y. Times play a role in bringing about change in U.S.-Cuba relations?


워싱턴포스트는 뉴욕타임스에 기명·무기명으로 쿠바 관련 기사를 써온 쿠바 이민2세 기자인 에르네스토 론도뇨(33)에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론도뇨는 10여년 전 대학생 시절 쿠바 소년 엘리안 곤살레스 사건(자세한 내용은 생략;; 죄송...)에 깊은 영향 받았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스가 미-쿠바 관계 변화에 한 몫을 한 것인가?"


워싱턴포스트의 이 질문에 구체적인 답은 피하면서, 론도뇨는 “우리 사설과 기사를 오바마 정부 관리들이 긴밀히 들여다보기는 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에디터 앤드루 로젠탈은 “교황처럼 하지는(직접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네요(이들 두 신문의 상호취재가 참 재미있군요). 버락 오바마 정부의 물밑 협상 노력에 힘을 실어주는 여론조성 역할을 인정한 것이죠. 


기사 몇 건으로 분위기 조성만 했다고 보기엔, 뉴욕타임스가 공을 많이 들인 것 같습니다. 론도뇨는 사설과 기사들을 스페인어로 번역, 뉴욕타임스 웹사이트에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이 스페인어 번역본은 쿠바에서도 널리 퍼졌고 그란마에도 실렸다고 합니다. 


미국과 쿠바 양쪽에서 화해를 위한 여론을 만드는데 뉴욕타임스와 그란마가 함께 했던 겁니다. 

재미도 있고, 의미심장하기도 하고.


결론은.... 


뉴욕타임스는 참 훌륭한 신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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