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섬나라 몰디브, 수돗물 끊겨 '위기 상태', 각국 물 공수작전

딸기21 2014. 12. 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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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이 사는 도시에 물을 공급하던 정수공장이 고장났습니다. 사람들은 생수를 배급받기 위해 곳곳에 줄을 섰습니다. 주변국들이 군함과 비행기로 물을 공수했지만 역부족입니다. 사람들은 아우성을 치고, 정부는 안정을 호소했습니다. 유명 관광지인 인도양 섬나라 몰디브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올라가 가뜩이나 물이 부족한 이 나라에서 주말 새 벌어진 소동은 ‘기후 난민 시대’에 지구 곳곳에서 어떤 위기가 닥칠 수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발단은 지난 4일 일어난 정수공장 화재였습니다. 몰디브 수도 말레의 유일한 정수회사인 말레상하수도회사(MWSC)의 정수설비에서 불이 난 겁니다. 불은 곧 진화됐고 7일 현재 시설의 60% 이상이 복구됐습니다. 


수돗물 끊긴 관광지, 식당도 문 닫아


하지만 말레에는 수돗물이 끊겼고 사실상 모든 상거래가 중단됐습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시내의 레스토랑들도 문을 닫았습니다. 식당마다 씻지 못한 그릇들이 쌓였습니다. 위생국은 전염병을 염려해, 모든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식당이나 노점에서 음식을 먹지 말라고 권고했습니다.



말레이시아를 방문하고 있던 압둘라 야민 압둘 가윰 대통령은 일정을 중단하고 6일 귀국, ‘위기 상태’를 선언하고 국민들에게 “침착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당초 예상보다 정수공장 피해가 큰 것으로 드러났으며, 물 공급은 9일 밤에야 정상화될 것이라고 현지 일간 하비루는 전했습니다. 현지 소프트웨어업체는 물을 배급받을 수 있는 지점의 위치를 표시한 스마트폰 앱을 만들어 무료로 배포했습니다.

 

인도와 스리랑카 등 주변국들은 군함 등 선박과 비행기를 동원해 몰디브로 물을 실어나르고 있습니다. 인도 군용기들은 끓인 물 수백 톤을 공급했고, 인도 해군은 순시함으로 물을 전달했으며 1일 200톤 가량을 정수할 수 있는 담수화 설비를 갖춘 배도 보냈습니다. 스리랑크 민항기들은 몰디브의 이브라힘 나시르 국제공항으로 물을 공수했습니다. 중국 정부도 960톤의 물과 담수화 장비를 실은 배를 몰디브로 보냈습니다. 이슬람권 적십자사인 적신월사는 자원봉사자들을 급히 모집해 확보된 생수를 주민들에게 나눠줬습니다.



공중에서 본 몰디브의 산호초들. /위키피디아


물 공급이 갑자기 끊긴 것은 갑작스런 화재 때문이었지만 몰디브인들은 언젠가 들이닥칠 미래의 암울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몰디브는 인도 남쪽 산호초 위에 세워진 섬나라로, 1190여개의 산호섬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인구 40만명 중 10만5000명 정도가 수도 말레에 살고 있고, 국민 대부분은 무슬림입니다. 해마다 75만명이 이 나라를 찾으며 관광수입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합니다. 


해수면 상승에 바닷물 침식, 마실 물 외에는 바닷물 퍼다 쓰는 주민들


스쿠버다이빙과 고급 리조트들로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이 나라는 이미 20여년 전부터 해수면 상승과 물 부족에 시달려왔습니다. 몰디브는 국토 전체가 해발고도 1.8m 이하여서 해수면 상승에 극히 취약하다. 정부는 빗물을 모으는 시설을 곳곳에 만들고 물 공급·사용을 효율화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국토 곳곳이 바닷물에 침식당해 지하수조차 마실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이 나라 1인당 GDP는 2013년 현재 구매력 기준 9100달러 정도이지만, 주민 5명 중 1명은 빈곤선 아래에서 살고 있습니다. 실업률이 2012년 기준으로 28%에 이르는군요. 가난한 주민들은 마실 물 외에는 바닷물을 퍼다 쓰고 있습니다. 반면 이번 화재 뒤에도 고급 리조트들은 자체 발전기와 담수화 설비가 있어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알자지라방송 등은 전했습니다.


몰디브의 바닷가, 아름다운 저녁노을. 하지만 해수면 상승이 이 곳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위키피디아


몰디브 정부는 2009년 바닷속에서 각료회의를 열고 전세계에 “해수면 상승을 늦추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은행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략행동계획(SPA) 프로그램을 추진, 몰디브 정부와 주민들의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갑작스런 물 부족에 적응하고 대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줬습니다. 더타임스오브인디아는 “몰디브를 기후변화로부터 구해내기엔 너무 늦은 것인가”라며,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체제는 미약하기만 하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