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가뭄으로 커피 원두 생산이 줄어든 틈을 타, ‘차(茶)의 나라’인 중국이 아시아의 새로운 커피 수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커피 생산지는 차 생산지로도 유명한 남부의 윈난(雲南)성이다. 3일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윈난성에서 재배되는 아라비카 원두가 미국과 유럽의 커피제조사들로 수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윈난산 아라비카는 온두라스·과테말라 등 남미 원두와 비슷한 부드러운 향을 지니고 있다. 현재 윈난성에는 커피를 키우는 농민이 8만명에 이른다. 아직 중국의 커피 수출량은 전 세계 커피 유통량의 1%에 못 미치지만, 외국 기업의 윈난 합작법인 설립 등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에 생산·수출량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국적 식품기업 네슬레는 이미 1980년대부터 윈난산 원두를 사들이고 있다. 네슬레와 계약한 현지 공급업체 수는 2005년 147곳에서 지금은 2000개 이상으로 늘었다. 차에 비해 커피 재배 쪽이 수익성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차 재배농가의 상당수가 커피 농작을 ‘겸업’하거나, 커피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중국의 원두 수출량은 2002년 약 8200t에서 10년 새 6만6000t으로 뛰어올랐다.
중국 윈난성의 커피 농장에서 일꾼들이 커피 원두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 nicelymadeinchina.com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영국의 유명 식품회사인 ED&F맨의 커피 브랜드 볼카페(Volcafe)가 지난달 28일 중국 시마오 커피회사와 윈난성 남부에 합작 벤처를 설립, 커피 원두를 구매하기로 계약했다고 보도했다. ED&F맨 측은 “중국의 부드러운 아라비카 원두는 세계 시장에 새로 진입한 단계이지만 앞으로 빠르게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에 올초부터 가뭄이 계속돼 원두 가격이 뛴 것도 중국 커피농들에게는 호재다. 브라질 커피협회는 올 원두 생산량이 예년보다 18%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커피 원두의 3분의1을 공급하는 브라질의 생산량이 줄자 아라비카 원두값은 올들어 73%가 올라갔다.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에도 커피 생산국은 여럿 있지만 동남아시아산은 대부분 원두커피로 마시는 아라비카종이 아니라 인스턴트 커피의 원료로 쓰이는 로부스타종이다.
중국인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서구식 생활패턴이 유입되면서 중국 내 원두 소비도 늘고 있다. 또한 온라인으로 원두를 주문하는 대만, 일본, 한국 등의 소비자들을 통해서도 중국산 커피가 유통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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