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27년된 차 타고 다니는 우루과이 대통령

딸기21 2014. 11. 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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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우루과이에는 국민 모두가 다 아는 낡은 하늘색 폭스바겐 비틀 자동차가 있다. 1987년에 생산된 것으로, 이미 도로를 달린 지 27년이 지난 구식 중의 구식이다. 하지만 이 자동차는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을뿐 아니라, 자부심의 상징이기도 하다. 다름 아닌 호세 무히카 대통령(78)의 자가용차이기 때문이다.

 

무히카의 신고된 재산은 32만2883달러(약 3억3130만원)다. 그는 대통령 월급 1만1000달러의 대부분을 기부한다. 평범한 시민들의 평균소득에 맞추기 위해서다. 무히카는 호화로운 관저 대신 감정가 10만8000달러의 농장에서 살고 있는데, 이 농장조차 아내의 소유다.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대통령’이라 불리는 무히카에게 최근 귀가 솔깃할 법한 제안이 들어왔다. 폭스바겐 비틀을 100만달러에 사주겠다는 것이다. 아랍의 한 부호가 무히카를 위해 내놓은 제안인데, 이것을 받아들인다면 무히카는 단번에 전 재산의 3배에 이르는 돈을 얻게 되는 셈이다.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이 지난 5월 부인 루시아 토폴란스키와 함께 1987년식 폭스바겐 비틀을 운전하며 몬테비데오 외곽의 농장으로 향하고 있다. AP 자료사진


무히카 대통령이 몬테비데오 외곽의 농장으로 돌아가는 모습. 무히카는 아랍의 부호로부터 낡은 비틀을 100만달러에 사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최근 밝혔다. AP 자료사진


무히카는 최근 현지 주간지 부스케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6일 기자회견에서 누군가가 차를 팔 것인지 묻자 무히카는 “사람들은 나더러 그러라고 하는데, 나는 (그 제안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만일에 차를 넘기게 된다면 노숙자를 위한 집짓기에 100만달러를 기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무히카의 낡은 차를 팔라는 제안은 처음 나온 것은 아니었다. 최근 우루과이 주재 멕시코 대사도 사석에서 무히카에게 “멕시코에서 그 비틀을 경매로 팔면 4륜구동 트럭 10대는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무히카는 이 일화를 전하면서 “트럭을 얻으면 보건요원들이 타고 다니기에 좋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무히카는 낡은 차를 그동안 바꾸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우리집 개 마누엘라가 그 차를 좋아해서”라고 설명하곤 했다. 무히카는 다리가 3개 밖에 없는 개를 애지중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히카는 1970~80년대 군부정권 시절 반독재 게릴라 투쟁을 벌였다. 이 때문에 15년 가까이 감옥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를 ‘라틴아메리카의 넬슨 만델라’라 부르는 이들도 있다. 지난 5월 무히카가 미국을 방문, 워싱턴의 세계은행에서 강연했을 때에도 청중 중의 한 명이 그를 이런 호칭으로 불렀다. 그러자 무히카는 “만델라는 메이저리그에 계셨으니 나와는 노는 물이 달랐다, 나는 동네 아저씨들 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도좌파 정치인인 무히카는 2010년 집권했으며, 5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올해 말 퇴임한다. 지난달 26일 치러진 대선에서는 집권 중도좌파연함의 타바레 바스케스(74)와 중도우파 루이스 라카예 포우가 1, 2위를 차지했으며 이달 30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몬테비데오의 빈민지역 라테하에서 태어난 바스케스는 외과의사 출신으로 몬테비데오 시장을 거쳐 2004년부터 2009년까지 한 차례 대통령을 지낸 인물이다. 당시 우루과이 역사상 첫 중도좌파 정권을 탄생시킨 바스케스는 무히카의 전임자이자 후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바스케스 역시 재임 기간 자신의 병원에서 시민들을 직접 진료하는 등 ‘서민 대통령’으로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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