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72)는 올해로 의원생활 30년째를 맞았다. 4일(현지시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켄터키주 상원의원에 재선됨으로써 그는 주 역사상 최다선(6선) 기록을 세우며 다시 6년의 임기를 맞게 됐다. 더불어 30년 정치인생 내내 꿈꿔온 ‘의회의 수장’이라는 명예도 얻게 됐다.
공화당에 상원을 빼앗긴 것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치명타이지만, 공화당의 상원 대표가 매코널이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일 것 같다. 어릴 적 소아마비를 이겨냈고 1960년대 대학시절엔 민권 대행진에 참여했던 매코넬은 합리적인 보수주의자, 온건파로 알려져 있다. 그가 평생 모델로 삼아온 정치인은 18세기에 하원의장을 지낸 헨리 클레이다. 클레이의 별명은 ‘위대한 타협가’였다. 매코널은 선거 승리 뒤 “양당 체제에서 영원히 대결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 2기 들어 공화당 내 ‘티파티’ 등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국은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고 유권자들은 정치 전반에 등을 돌렸다. 매코널의 발언은 대립을 줄이고 사안별로 유연하게 대응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코널은 하원 통과 뒤 상원에서 잠자고 있는 고용법안과 논란 많은 키스톤XL 파이프라인 건설안, 사이버정보공유·보호법안 등 민감한 사안들을 처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당장 부딪쳐야 될 상대는 오바마와 민주당이 아닌 공화당 내 강경파들이다. 뉴욕타임스는 “강경파는 매코널이 ‘조용히 민주당과 협력하려 한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의회전문지 ‘더힐’은 “매코널은 늘 대통령이 사인할만한 제안을 내놓는 사람”이라는 주변의 평을 전했다. 매코널은 2년 뒤 대선에서 정권을 가져올 수 있도록 ‘통치능력이 있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제각각 대권을 꿈꾸며 오바마 물어뜯기에 바쁜 티파티 쪽과는 생각이 다른 것이다.
상원을 장악함과 동시에 공화당은 외교위, 군사위, 세출위 등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매코널은 주요 이슈와 관련해 상임위원장들에게 더 큰 권한을 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의 근무시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스개도 나온다. 그러나 공화당 내에서조차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가 심하게 벌어져 있어, 매코널 체제가 시작부터 뒤뚱거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상·하원 다수당이 됐다는 게 오히려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오바마는 선거 직후 의회의 반대를 우회해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다시 극한 대치가 벌어진다면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책임을 덮어쓸 수도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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