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라비 부총리는 이라크전쟁 시작 전 미국이 사담 후세인 이후의 이라크를 이끌어갈 지도자로 낙점했던 인물이지만, 이라크 안에서 평판이 안 좋은데다 미국의 이라크 관련 정보를 놓고서도 왜곡된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나 최근 백악관의 미움을 사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찰라비 부총리를 `여우' `교활한 정치인' 등으로 묘사하면서 그의 워싱턴 행보에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찰라비 부총리는 9일(현지시간)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만나면서 기자들까지 내보낸 채 밀담을 나눴다. 8일 동안 미국에 머물 예정인 찰라비 부총리는 라이스 장관을 시작으로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들과 연달아 만날 예정이다. 이라크전을 주도해온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핵심들과 연쇄 회동을 갖는 셈이다.
찰라비 부총리에게 곱쟎은 눈길이 쏠리는 것은, 최근 그가 사담 후세인측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정보를 왜곡해 미국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 미 연방수사국(FBI)은 곧 찰라비 관련 수사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며, 야당인 민주당은 부시 행정부의 정보조작을 질타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FBI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 국무부의 환대를 받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며 비난했다.
찰라비는 1990년대 반 후세인 캠페인을 벌이면서 워싱턴 매파들의 눈에 들었지만, 어린시절부터 영국과 미국에 거주했기 때문에 이라크에서 자란 기간은 많지 않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전 직전 찰라비를 차기 이라크 대통령감으로 선전하자 미국 내 이라크인들이 크게 반발했을 정도. 찰라비의 아버지는 이라크에서 은행을 경영하다가 민족주의가 대두하자 영국으로 도피했었다.
찰라비는 전쟁 뒤 바그다드에 귀국해서도 이라크인들의 거센 비난에 부딪쳤고, 결국 대통령 자리는 쿠르드족 출신의 잘랄 탈라바니에게 돌아갔었다. 이번 방문으로 찰라비가 잃었던 워싱턴의 신뢰를 찾을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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