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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깊이보기]'비옥한 초승달'에서 '전쟁의 초승달'로... 꼬이는 시리아 공습

딸기21 2014. 9. 2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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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들이 ‘메소포타미아(두 강 사이의 땅)’라 불렀던 이라크의 유프라테스·티그리스 강 유역에서부터 시리아와 터키로 이어지는 지역은 인류 문명의 요람이었다. 역사상 가장 먼저 농경이 생겨나고 문자가 만들어진 곳이 이 지역이다. 비옥한 퇴적토 덕에 문명이 싹틀 수 있었던 이 지역을 학자들은 ‘비옥한 초승달’ 지대라 부른다. 하지만 이라크전쟁과 뒤이은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으로 인해 이 일대는 이제 ‘전쟁의 초승달’로 바뀌어 버렸다.

미 주도 국제연합전선, 터키-시리아 접경으로 공습 확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연합전선은 28일 터키와 맞닿은 시리아 북부로 공습을 확대했다. 영국에서 시리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시리아인권관측소는 미국 등이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조르의 가스플랜트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없었지만, 이 플랜트가 파괴됨으로써 IS와 시리아 정부군 모두 에너지 수급에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AFP통신 등은 전했다. 미군은 공습 초반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동맹국들과 함께 IS의 가스 시설과 임시 정유시설 등을 집중공격해왔다.


미군은 쿠르드족이 많이 사는 터키 접경 코바니도 공습해 IS 건물 등을 파괴했다. 이 과정에서 IS 무장조직원 3명 이상이 사망했지만 민간인도 6명 목숨을 잃었다고 인권관측소는 밝혔다. 코바니의 쿠르드 마을들은 이달 중순부터 IS의 포위 속에 학살 위협을 받아왔다. 지난 19일 이후 터키가 며칠간 국경을 개방하자 이 지역 쿠르드족 16만명 이상이 피란길에 오르기도 했다. 쿠르드족은 이후 ‘인민수비대(YPG)’라는 민병대를 만들어 IS에 맞서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공습 속에서도 이 지역 IS의 세력은 큰 타격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IS가 수도로 삼고 있는 라카도 계속 공습, IS의 훈련시설을 파괴했다.


'문명의 요람' 파괴하는 슬픈 전쟁 

공습과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지역들은 시리아와 이라크·터키 접경지대에 집중돼 있다. 이 지역은 종 다양성 풍부한 문명의 태동지였을 뿐만 아니라 현대까지도 오랜 역사와 함께 문화적 다양성이 넘쳐나던 곳이다. 그런 지역이 고스란히 전쟁터로 변하면서 더 큰 문화적 충격을 불러오고 있고, 사회 파괴가 더욱 더 우려되고 있다. 

일례로 미국 등이 집중공습한 데이르에조르는 아랍인들과 함께 베두인(유목민)과 쿠르드족과 아르메니아계, 앗시리아계가 함께 살던 곳이다. 코바니에서는 아랍계와 투르크멘계가 쿠르드와 공존해왔다. IS의 본부가 있어 미국 공습 첫날부터 목표물이 됐던 라카는 기원전 3세기 셀레우코스 왕조 시절 중심지였던 오래된 도시다. 


알카에다 계열 무장조직 ‘호라산그룹’을 잡기 위해 미국이 공습한 시리아 북서부의 알레포는 도시 전체가 유적이라 할만한 2000년 역사의 고도다. 선사시대 유적부터 고대 그리스 문명의 흔적과 비잔틴의 시가지, 십자군 요새, 오스만투르크 유적과 이슬람 사원들, 근대 이후 프랑스 점령통치시절의 건축물들이 혼재하고 있다. 

알레포의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군과 반정부군 간 격렬한 교전이 계속되면서 인류의 유산인 이 도시가 대거 파괴됐다. ‘수크(souq)’라 불리는 구시가지의 유서깊은 상점가는 정부군의 ‘통폭탄’ 공격에 폐허가 됐고, 최근엔 미군이 도심을 공습했다.


문명과 민족들 중첩된 고도(古都) 알레포, 모술 모두 포연 속으로

이라크의 사정도 비슷하다. 쿠르드족이 많이 사는 북부 유전도시 키르쿠크는 네안데르탈인이 거주했던 선사시대부터의 주거지다. 이 곳은 IS가 국가를 선포한 뒤 쿠르드 자치정부가 사실상 관할하고 있으나 IS의 공격 위협을 받고 있다. 아예 IS에 넘어간 이라크 북부 대도시 모술은 ‘모슬린’이라는 직물이름으로도 유명한데, 역시 3000년의 긴 역사를 지닌 도시다. 이 곳도 전쟁터가 됐다.

미국은 공습을 통해 IS의 인프라를 파괴한 뒤 시리아의 온건파 반군을 ‘지상군’으로 활용해 IS와 싸우게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나, 이 전략은 초반부터 꼬이는 분위기다. 온건파 반군은 미군 공습이 시리아 독재정권에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정부진영에 가담했던 알누스라전선 등 알카에다 계열 이슬람반군은 그간 IS와 사이가 나빴으나 미국·아랍 동맹국들의 공습이 시작되자 오히려 IS와 손을 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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