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공습이다. 미국이 13년간의 대테러전에 이어 시리아에 전투기를 띄웠다. 스피리트, 이글, 팰컨, 호넷, 나이트호크에 이어 이번에 새로 등장한 것은 현존 최강의 전투기라는 랩터(F22 스텔스)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이래 전쟁을 끝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대테러전 3라운드에 돌입했다.
1라운드가 9·11 테러 뒤 벌인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이었다면 2라운드는 주요 전투가 끝난 순간 시작됐다. 아프간과 이라크 테러조직들과의 지난한 싸움 말이다. 이 싸움이 끝나지 않았는데 오바마는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제거한다며 3라운드에 들어갔다. 이번 무대는 시리아다. 미국은 이 싸움이 ‘전쟁’이 아니라 하지만, 군사개입이든 군사공격이든 무력행사든 전쟁은 전쟁이다. 꼬일 대로 꼬인 시리아 내전은 이제 국제전이 돼버렸다.
시리아 야르무크, 팔레스타인 난민촌. 사진 유엔 팔레스타인구호기구(UNRWA)/AP
조지 W 부시의 이라크침공은 전 세계가 반대했지만 이번엔 찬반 모두 미지근하다. 이 전쟁을 어떻게 봐야할지는 고민스럽다. 오바마 정부가 내세운 논리는 두 가지다. 첫째, ‘전 세계의 안보 위협’인 IS를 소탕하는 대테러전이라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IS에 덧붙여 호라산그룹이라는 새로운 적까지 내세우며 글로벌 테러위협을 강조했다. 두번째 논리는 군사공격을 해서라도 IS의 집단학살을 당장 막아야 한다는 인도적 개입론이다.
대테러전은 이제 지겹다. 오바마는 IS 공습에 아랍 5개국을 끌어들여 부시와는 다르다는 걸 부각시켰지만 전쟁으로 테러를 막지 못한다는 건 지난 13년간 입증됐다. 시리아의 세습 독재정권은 진작에 무너졌어야 하며 이라크 정부는 수니파 민심을 다독여야 했다. 미국은 11년전 사담 후세인을 몰아낼 때의 약속대로 이라크 재건과 민주주의 정착을 철저하게 지원했어야 했다. 썩어빠진 중동 친미정권들을 편드는 짓을 그만뒀어야 했다. IS가 사라진들 그 자리엔 또 다른 극단세력이 자라날 것이다. ‘오바마의 딜레마’가 아니라 미국이 저지른 일, 했어야 하는데 하지 않은 일의 대가다.
인도적 개입은 어떤가. 무기를 써서라도 위기에 몰린 사람들을 도와야 할 때가 있다. 다만 이 논리가 통하려면 당장 군사행동에 나설 긴박한 이유가 있거나 해당국 정부가 요청했거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번엔 시급히 개입할 이유가 있었다. 이미 이라크에서 IS에 소수 공동체가 학살당하고 유적들이 폭파되고 집단처형이 줄 잇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개입할 필요가 있었다 해도 목표가 달성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1990년대에 옛 유고지역 학살을 막는다고 공습을 했지만 오히려 공습 뒤 더 많이 숨졌다. 3년 전 리비아 공습 때에는 반정부 진영이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요청하면서 나토에 정보를 줬고, 정부군과 반정부군 근거지가 분리돼 있었고,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들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나은 개입이 됐다.
이렇게 복잡하기 때문에 인도적 개입이 옳으냐 그르냐를 얘기하기는 몹시 까다롭다. 절대적인 기준이 없고 상황과 조건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시리아의 경우 어떤 조건도 충족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미국은 시리아 사람들의 고통을 줄곧 무시해왔다. 심지어 지난해 1000여명이 화학무기로 숨졌을 때조차 독재정권에 면죄부를 줬다. 생각해보면 부시가 이라크 침공 때 내세웠던 여러 명분 중에도 ‘인도적 개입’이 들어있었다. 의도가 어찌 됐든 오바마는 부시 2.0이고 존 케리 국무장관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던 콜린 파월 2.0이다.
며칠 전 피란길에 오른 시리아인들이 모래바람을 뒤집어쓴 채 터키 국경에 몰려든 모습이 외신 카메라에 잡혔다. 이제 이들은 IS의 학살과 정부군의 공격과 미군의 공습 모두를 두려워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오바마는 “테러범들이 숨을 곳은 없다”고 했다. 화학무기에 숨진 아이들, 뼈만 남아 죽어가는 아기, 짐을 이고지고 철조망 앞에 선 사람들이야말로 숨을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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