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미국인 기자를 참수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시리아·이라크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은 추가파병과 공습 강화 등 강경대응을 예고하고 나섰고, 유럽국들은 IS와 싸우는 쿠르드족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IS는 암 덩어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 IS에 살해된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40)를 애도하면서 “IS가 저지르는 짓은 어떤 신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IS에 맞선 공동대응을 촉구했다. 오바마는 IS를 ‘암 덩어리’에 비유하기도 했다.
시리아에서 취재하고 있을 당시의 제임스 폴리 기자. 극단조직 이슬람국가(IS)는 미국 프리랜서 기자인 폴리를 참수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19일 공개했다. 사진 글로벌포스트(Global Post).
미군은 이라크 북부 모술댐 부근의 IS 목표물을 이날 14차례 공습했다. 미 국방부는 300여명의 치안병력을 추가로 이라크에 파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1150명 정도의 치안병력과 군사고문단을 이라크에 보낸 상태다.
오바마 정부는 기존의 ‘제한적 공습’ 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미국민이 참혹하게 목숨을 잃은 사실이 드러난 이상 IS 문제와 계속 거리를 두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지금까지는 미국 내 여론이 이라크 전쟁 재개에 극히 부정적이었으나 폴리 사건을 계기로 흐름이 바뀔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국 내 여론, 강경기조로 돌아설까
미 의회에서는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강경론이 힘을 얻고 있다. 하원 대테러소위원회의 피터 킹 위원장(공화당)은 의회전문지 더힐 인터뷰에서 IS의 행위가 “사실상 미국에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며 군사개입을 늘려야한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로저스 미 하원 정보위원장은 휴가 중인 오바마 대통령에게 “당장 휴가를 끝내고 업무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폴리가 실종된 뒤 미군이 시리아에서 비밀리에 구출작전을 했다가 실패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오바마 정부는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국방부 관리들을 인용, 20여명의 미군 특수부대원들이 지난달 헬기로 시리아에 투입돼 폴리를 비롯한 미국인 피랍자들을 구출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미군 특수부대원들은 이 과정에서 IS 전투원들과 교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바마 정부는 시리아 내전에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고 대외적으로 밝혀놓고 비밀리에 작전을 벌였던 것이다.
유럽국들, "쿠르드 군대에 무기 지원하겠다"
시리아 내전에 대한 미국의 이중적이고 모호한 정책 때문에 IS의 공세를 막는 데 실패했고, 결국 미국인의 사망을 가져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폴리가 기고해온 인터넷매체 글로벌포스트에 따르면 IS는 이미 일주일 전 폴리의 가족들에게 그를 참수하겠다는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IS가 19일 공개한 동영상에 담긴 예고대로 또 다른 피랍 기자 스티븐 소틀로프를 살해할 경우 오바마 정부에 대한 비난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폴리 참수사건 뒤 강경 기조로 옮겨가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이 IS와 싸우는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군대 ‘페쉬메르가’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그동안 이라크 문제와 거리를 둬왔던 독일과 이탈리아도 페쉬메르가에 무기 공급을 비롯한 군사적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마테오 렌치 총리는 19일 이라크를 깜짝 방문해 지원계획을 논의했고, 프랑스는 유럽국들은 물론이고 아랍국과 이란까지 참여하는 국제회의를 열어 IS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들과 유엔은 IS의 참수 행위가 끔찍한 전쟁범죄라며 일제히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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