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우크라이나 사태로 루블화 동요, 러시아 중앙은행 금리 전격 인상

딸기21 2014. 3. 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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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위협하며 패권주의를 숨기지 않는 러시아가 경제불안이라는 복병을 만난 것일까. 크림반도 점령을 계기로 정국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러시아 루블화 환율이 급락하자 중앙은행이 3일 기준금리를 올렸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이날 기준금리를 5.50%에서 7.00%로 올렸다고 보도했다. 중앙은행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은 채 “금융시장에서 최근 변동성이 커진 것과 관련해, 인플레 위험을 막고 금융 안정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만 밝혔다. 하지만 세르게이 슈베초프 중앙은행 제1부총재는 우크라이나 위기 이후의 시장 불안 때문에 취해진 조치임을 인정하면서 현재의 시장 흐름은 “심리적인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우크라이나의 긴장이 고조되고 러시아군 대규모 파병설 등이 퍼지면서 루블화 가치는 달러 대비 2.5% 떨어졌다. 모스크바 증시의 MICEX 지수는 하루 만에 9.1%, 또다른 주가지수인 RTS지수는 10.3% 폭락했다. 러시아 최대 에너지기업인 가스프롬의 주가도 10% 이상 빠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임시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지난달 말 이후 우크라이나와 면한 서부 국경지대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으며, 지난 1일에는 우크라이나 내 크림 자치공화국에 주둔하고 있던 흑해함대 병력을 움직여 크림반도를 사실상 무력 장악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경제적으로 종속돼 있는 동시에, 투자처이자 무역상대국이다. 러시아산 천연가스는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나간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채 300억달러 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압박해 흔들수록 러시아 자산의 가치도 떨어지는 상황인 것이다. 우크라이나 화폐 흐리브냐는 지난주 내내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우크라이나 채권 가격도 급락했다. 

 

중앙은행은 금리인상이 루블화 하락을 막기 위한 ‘한시적 조치’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시장의 동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은 2일 러시아 해외자산 동결 등의 ‘국제적인 제재’까지 거론한 바 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모스크바의 주식중개인 아르템 아르게트킨은 로이터통신에 “무엇이든 당장 팔아치워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안드레이 클레파치 경제차관은 “시장의 히스테리는 지나가겠지만 언제쯤 지나갈 것인지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했다. 그는 “우리 앞에는 더욱 어려운 시기가 놓여 있다”면서 “유럽연합, 미국과의 관계가 더욱 복잡해지면서 연쇄효과를 낼 것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천연가스 무기로 우크라이나와 서방 압박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서방과 대화 창구를 열어놓으면서도, 경제적인 압박은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 가스프롬이 3일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이타르타스통신 등이 보도했다.

 

가스프롬은 이날 발표한 자료에서 “우크라이나의 정치혼란이 계속돼 유럽으로 가는 가스공급에 차질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은 전체 가스 수요의 30% 정도를 우크라이나를 지나오는 러시아산 가스로 충당하고 있다. 가스프롬의 이날 발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될 경우 피해가 서유럽에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이 잇달아 긴급회의를 갖고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스공급을 무기로 러시아가 유럽에 반격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은 과거에도 우크라이나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자 가스공급을 줄이거나 가스값을 올리는 방식으로 압력을 행사한 전례가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정권이 궁지에 올리자 지난해말 가스공급가격을 낮춰주는 방식으로 우회 지원을 했다. 하지만 야누코비치가 결국 축출되고 친유럽 임시정부가 수립되자 가스값을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올들어 계속되는 정치적 불안 속에서도 우크라이나와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의 가스 수송에는 아직 변동이 없었다. 블룸버그통신은 “푸틴이 (가스) 파이프를 우크라이나 압박에 쓰려 하고 있다”며 “가스프롬이 가스공급 할인혜택을 철회하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파산 위기에 몰릴 것이고, 유럽의 에너지 공급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경제적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천연가스관이 지나는 통로일 뿐아니라 유럽에 곡물을 수출하는 주요 식량공급지다. 러시아에 점령된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수출항이 몰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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