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중국, 이번엔 “호화 장례식 하지마”

딸기21 2013. 12. 2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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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3월, 중국 항저우의 한 고등학교 운동장에 링컨컨티넨탈 리무진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단원 100명이 넘는 오케스트라가 음악을 연주하고, 초대형 LED 전광판과 카메라가 운동장 주위를 에워쌌고 1만명 넘는 사람들이 몰렸다. 국가 혹은 지방정부의 대규모 행사라도 벌어지는 듯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저장성 원링시 신허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이날의 행사는 82세로 세상을 뜬 한 여성의 장례식이었다.


2011년 3월 항저우의 고등학교에서 치러진 초호화 장례식에 고급 리무진들이 줄지어 서 있다. 중국 당국은 20일 공산당 간부들과 당원들의 호화 장례식을 없애기 위한 조치를 발표했다. 사진 차이나데일리



그날은 휴일도 아니었고 학생들이 모두 등교해 수업을 받고 있었다. 상주들은 그 많은 문상객들에게 현금이 들어있는 봉투와 값비싼 담배 2보루씩을 답례품으로 나눠줬다. 이 장례식에 들어간 비용은 600만위안, 1억원이 넘었다. 


숨진 여성은 아들 다섯에 딸 하나를 두었는데, 자녀들이 각각 100만위안씩 내서 호화판 장례를 치렀다고 했다. 차이나데일리 등은 이 장례식 풍경을 전하면서 중국을 휩쓰는 ‘호화 장례식 붐’을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공직사회 부정부패를 잡고 허례허식을 없애겠다며 팔을 걷어부친 중국 시진핑 정부가 이런 호화 장례식에 제동을 거는 조치를 발표했다. 신화통신은 20일 중국공산당 판공실과 국무원 판공실이 ‘당원, 간부의 장례개혁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고 각 지역과 각 부문에 “진지하게 집행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공무원들과 당원, 당 간부들의 과시적인 장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당국은 “호화스럽게 장례식을 치르면서 이를 축재의 기회로 삼는 자들이 있어 당과 정부의 이미지가 나빠지고 사회분위기가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된 ‘의견’은 장례식을 치르면서 금품을 받지 못하게 금했으며, 당원·간부가 사망할 때 장례기구나 추도회를 구성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앞서 2008년 1월 광둥성 루펑시 도로국장이 모친상에 조문객 1000명 이상을 불렀다가 파면됐고, 이듬해에는 저장성 타이저우시 전력공급소 부소장의 모친 운구에 관용차 12대가 동원된 것으로 드러나 4명이 해직됐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7월에는 ‘아방궁 논란’을 불러온 지방정부와 국영기업들의 호화 청사 건설붐을 질타하며 향후 5년간 건물 신축을 금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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