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북한산 태블릿PC '삼지연' 써본 오스트리아 교수의 후기

딸기21 2013. 10. 2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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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노키아가 나란히 태블릿PC 신모델을 선보였다. 세계 시장에서는 애플, 삼성, 노키아 등이 태블릿PC의 강자로 알려져 있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의외의 생산자가 또 있다. 북한이다. 북한의 컴퓨터제조회사 ‘조선콤퓨터중심’이 만들었다는 태블릿PC ‘삼지연’의 사용후기들이 북한 관련 사이트와 홍콩 사이트 등에 잇달아 올라오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산 태블릿PC ‘삼지연’의 포장과 케이블. 사진 38north.org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38north.org)에는 22일 오스트리아 빈 대학 동아시아 전문가이자 북한 전문가인 뤼디거 프랑크 교수의 삼지연 사용후기가 올라왔다. 프랑크 교수는 16쪽 분량의 상세한 사용후기에서 삼지연이 “뜻밖에도 가격대비 좋은 성능을 가진 장비였다”고 호평했다.

프랑크 교수가 산 것은 올 3월 제작된 삼지연 SA-70모델이다. 그는 이 컴퓨터를 평양에서 180유로(약 27만원)에 구입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1기가헤르츠의 중앙처리장치(CPU)와 4GB 내장메모리를 갖추고 있고, 화면은 7인치 크기에 해상도는 800x480픽셀이다. 장착된 카메라는 200만화소로 아이패드나 구글 넥서스7 같은 제품들에 비해서는 뒤쳐진다. 하지만 화질은 생각보다 매우 좋았다는 평이다. 운영체제(OS)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4.0버전인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다. 

사진 38north.org



삼지연에는 아날로그TV 수신용 안테나가 달려 있지만 정작 인터넷 연결 기능은 없다.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다분히 ‘정치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북한 정부의 인트라넷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콘이 있고, ‘외부열람’이라는 이름의 앱도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인 프랑크 교수는 인트라넷에 접속할 수는 없었다. 접속단자조차 달려있지 않았다. 

태블릿에 들어 있는 앱들 대부분은 사상통제를 강화하고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다지기 위한 것이었다. 30만개의 어휘가 들어있는 영어사전을 비롯해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사전이 들어있고 ‘조선대백과사전’이라는 이름의 백과사전도 업로드돼 있었으나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불멸의 역사’라는 이름으로 올라와 있는 전자책들은 전세봉의 <혁명의 려명>, 최학수의 <압록강> 등 항일무장투쟁 시기의 업적을 강조한 것들이고,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예찬한 ‘불멸의 지도자’ 섹션도 별도로 구성돼 있다. 북한 소학교·중학교 교과서도 올라와 있다. 내용은 역시 ‘경애하는 지도자 김일성 동지의 어린시절’ 등 체제 예찬을 위한 것들이다. 북한 매체들 중에서는 ‘내나라’와 ‘로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5개의 앱이 깔려 있었다.

사진 38north.org



프랑크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블릿 자체의 성능만 평가해보자면 “내 경험 상 기대했던 것보다 더 돈값을 하는 몇 안 되는 장비 중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고 호평했다. 지난달에는 이 제품보다 업그레이드된 새 버전도 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독일 사람이라고 모두 벤츠S클래스를 탈 수는 없듯이 북한 주민들이 모두 이 제품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한 이 제품이 중국산 부품들을 들여다 조립만 북한에서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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