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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NSA 비밀 정보수집에 브라질 격앙 “산업스파이 행위”

딸기21 2013. 9. 1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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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정보국(NSA) 불법 정보수집 문제로 미국과 브라질 간 외교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NSA가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개인 통신내용까지 감청한 것으로 드러난 데 이어, 브라질의 ‘자존심’인 최대 기업 페트로브라스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지자 브라질이 발끈하고 나섰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9일 페트로브라스를 상대로 NSA가 감시활동을 벌였다는 보도에 대해 “이것이 사실이라면 산업 스파이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페트로브라스는 어느 나라의 안보에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정보수집 활동을 ‘국가안보’로 포장해온 미국을 비판하고, 자국 기업들을 불법 스파이행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4월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왼쪽)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전날 브라질 글로보TV는 에드워드 스노든에게서 NSA의 비밀 정보수집에 관한 자료를 입수해 보도한 영국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 기자로부터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변호사 출신인 그린월드는 동성 파트너와 함께 브라질에 거주하고 있다.


페트로브라스는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로, 연 매출이 2000억 헤알(약 95조원)에 이른다. 브라질 최대 기업이자 세계에서도 손 꼽히는 에너지 업체다. 페트로브라스는 최근 대서양에 있는 리브라 해저 유전 개발권을 경매에 부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미국 측이 이 유전 개발권에 대한 정보 등 페트로브라스의 민감한 경영 관련 정보를 빼내기 위해 도청을 해온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정치권에서는 미국 기업들의 리브라 유전 개발권 입찰을 아예 금지해야 한다는 격앙된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리브라 유전에는 80억~120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브라질 정부가 미국 기업 입찰을 제한하는 강수를 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이지만, 양국 간 관계에 악재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과 브라질 간에는 이미 페트로브라스 문제 외에도 NSA 불법 정보수집 건으로 마찰이 심해지고 있었다. 글로보TV는 지난 주 NSA가 호세프 대통령의 이메일 등 인터넷 통신내역과 전화 통화 기록 등을 몰래 감시했다고 보도했다. NSA는 호세프 대통령이 멕시코 대선을 앞두고 당시 유력 후보였던 페냐 니에토(현 멕시코 대통령)와 나눈 대화를 엿들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호세프 대통령 측은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 해명하지 않는다면 다음달 21일로 예정된 미국 국빈 방문을 취소하겠다”며 강경 대응했다. 다음달의 워싱턴 방문에서 호세프 대통령은 40억달러(4조34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전투기 수입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호세프 대통령은 또 지난 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나 정보수집에 대해 항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1일까지 해명을 하겠다고 약속했고, 브라질의 루이스 아우베르투 피게이레두 외무장관이 워싱턴에 가 수전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과 만나 해명을 듣기로 했다.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장(DNI)은 8일 “다른 나라들도 모두 하고 있듯이, 미국민과 동맹국들의 안전을 위해 정보를 수집해온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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