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8월 28일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워싱턴의 군중들 앞에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며 흑백 차별이 없어진 세상을 역설했다. 킹 목사의 이 연설 50주년을 앞두고 미국에서는 민권운동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행사들이 한창이지만, 정작 이 유명한 구절은 당초 연설문에 들어있지 않았다.
킹 목사의 이 연설문 초안을 작성한 클래런스 존스(82)가 20일 미국 CBS 계열 KPIX5 방송에 출연해 반세기 전 역사적인 연설의 후일담을 공개했다.
킹 목사의 연설문을 작성한 클래런스 존스. 사진 USA투데이
그에 따르면 7개 문단으로 구성된 짧은 연설문 초안에는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구절이 들어 있지 않았다. 초안 뿐 아니라, 킹 목사가 직접 내용을 추가하고 다듬은 최종문안에도 이 구절은 없었다. 그런데 킹 목사가 전국에서 워싱턴으로 행진해 온 25만명의 기록적인 인파 앞에 서는 순간 내용이 바뀌었다. 킹 목사가 링컨메모리얼 앞의 무대에 올라섰을 때 기독교 복음성가 가수인 마할리아 잭슨이 무대를 향해 “마틴, 저들에게 꿈에 대해 말해 줘요”라고 외친 것이다.
이 말을 들은 킹 목사는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진리를 스스로 증명해보일 때가 오리라는”이라며 연설을 이어갔다. 20여줄에 이르는 이어지는 연설은 모두 즉석에서 이뤄진 것이었다고 존스는 전했다.
존스는 또 이 연설 3년 전 킹 목사가 자신을 처음 방문했을 때에 대해서도 회고했다. 킹 목사는 컨설턴트 겸 변호사인 존스에게 보좌관으로 와달라고 요청했지만, 당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던 존스는 킹 목사가 있는 앨라배마 주까지 이사하고 싶지 않아 거절하려 했다. 그런데 존스의 아내가 “이 멀리까지 찾아온 분을 돕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느냐”며 남편을 설득했다.
존스는 “아내에게 킹 목사는 수퍼스타였다”며 “그 당시 킹 목사는 조지 클루니와 마이클 잭슨, 덴젤 워싱턴과 맷 데이먼이 합쳐진 사람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킹 목사 연설 원문 보기 힘든 이유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명연설 “내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50돌을 맞아 미국 사회에서는 기념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러나 정작 연설 전문이나 녹화영상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28일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킹 목사의 연설은 유족의 사적 소유물이기 때문이다.
2038년까지는 저작권으로 보호를 받기 때문에, 킹 목사의 연설을 합법적으로 사용하거나 복제·재배포하려면 사용료를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연설 전체를 들으려면 킹 목사 기념사업회인 ‘킹센터’ 웹사이트에서 20달러에 DVD를 사야 한다. 언론사가 연설 내용을 사용하려면 ‘상업적 이용’에 해당되기 때문에 비용이 수천 달러가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서도 연설이 활발히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킹 목사 스스로 연설 내용을 ‘상업적 용도의 복제’를 금하는 대상으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연설이 있었던 워싱턴 대행진 몇 달 후 킹 목사는 연설문의 저작권을 등록했고, 20세기폭스 등 연설 녹음내용을 무단으로 판매한 회사 2곳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킹 목사가 이렇게 한 것은 영리활동이 아닌 민권운동을 위해서만 연설이 이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가족들은 연설의 사용을 엄격하게 통제해 왔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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