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에 걸린 아이를 위해 삭발을 한 전직 대통령, 이를 트위터에 소개하며 전임자에게 찬사를 보내는 전직 대통령, 숱한 위험 속에서 세계의 분쟁지역을 찾아다니며 평화를 설파하는 전직 대통령. 숨겨둔 재산 때문에 수색당하는 한국의 전직 대통령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미국 전직 대통령들의 모습이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에는 머리카락을 모두 밀어버린 조지 H 부시 전 대통령(89)이 어린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이 일제히 실렸다. 아이의 이름은 패트릭, 두살배기 사내아이인데 역시 머리카락이 없다. 부시 전대통령 경호원의 아들인데 백혈병을 앓고 있다. 패트릭의 부모는 병에 걸린 아들의 치료비를 모금하기 위해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사연을 들은 부시는 패트릭처럼 삭발을 하고 모금운동을 돕기 위해 나섰다. 부인 바버라와 함께 패트릭을 위해 기부를 하기도 했다. 부시 부부는 60년 전 4살짜리 딸을 백혈병으로 잃은 경험이 있다.
이러니까 H 부시가 대단히 훌륭한 인도주의자처럼 보인다.
아들 조지 W 부시가 보여준 온갖 악행;;의 전범이 그 아버지인데.
부시의 삭발을 널리 알린 것은 후임자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62)이었다. 클린턴은 “41, 멋져 보이는군요”라는 말과 함께 부시가 패트릭을 안고 찍은 사진을 소개했다. ‘41’은 제41대 대통령인 부시를 가리킨다. 부시와 클린턴은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 소속이지만 퇴임 뒤 아시아 쓰나미 사태 구호활동과 아이티 지진 이재민돕기 등을 함께 하며 나이와 정당을 넘어선 우정을 나누고 있다. (이런 거는 쫌 부럽긴 하다 -_-)
같은 날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88)이 버지니아대학 정치연구소 래리 서배토 소장과 가진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이 인터뷰에서 카터는 “외국을 방문할 때마다 비밀경호국이 내가 가는 곳이 아주 위험하다는 경고를 해온다”고 털어놨다.
카터는 퇴임 이듬해인 1982년 ‘카터센터’를 설립한 뒤 세계를 돌며 평화 중재활동을 해왔다. 레바논과 시리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을 다니며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했고 동아프리카 수단과 우간다의 평화협정을 이끌어냈다. 쿠바에서 피델 카스트로를 만나고 아이티 구호기금을 모았으며 베네수엘라 선거감시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2002년 노벨평화상을 받는 영예를 얻었지만 때론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카터는 “비밀경호국에서 내게 외국 방문 계획을 취소하라고 권한 적도 있지만 개의치 않았다”면서 “그럴 때면 (경호팀과 자신) 양쪽 모두 그냥 웃고 만다”고 말했다. 카터는 국제사회 ‘원로’들의 모임인 ‘디엘더스’의 일원으로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카터는 24일에도 영국 런던을 방문해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과 중동평화협상을 되살릴 방법을 논의했다.
퇴임한 지 올해로 32년이 된 카터는 백악관을 나온 뒤 가장 긴 여생을 보내고 있는 미국 대통령이다. AP통신은 “미국 건국 이래 200년 동안 퇴임 뒤 20년 넘게 생존한 대통령은 단 3명 뿐이었지만 ‘장수 사회’가 되면서 근래에는 전직 대통령 클럽(Ex-presidents club)에 건강한 멤버들이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정치학자 토머스 섈러는 “정치가 세계화되면서 전직 대통령들이 백악관을 도와 국제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흐름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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