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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형제단 지도자 무함마드 바디에 체포... '85년 역사상 최대 위기'

딸기21 2013. 8. 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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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카이로 북부 나스르시티의 한 아파트에서 무슬림형제단의 수장 무함마드 바디에(70)가 20일 체포됐다. 시위대 수백명이 목숨을 잃은 라바광장 바로 부근에서였다. 이집트 소셜미디어들에는 흰 셔츠 차림으로 방탄차량에 실려 어디론가 호송되는 바디에의 체포 장면들이 올라왔다. 이어 현지 위성방송 ONTV는 바디에가 총을 든 경찰 옆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을 내보냈다.

 

이날 경찰에 끌려간 바디에는 1928년 창설 이래 군부정권의 숱한 탄압을 받아온 무슬림형제단 역사의 산 증인이었다. 지난 16일 아들 암마르(38)를 진압경찰의 총탄에 잃은 바디에는 스스로도 체포되는 처지가 됐다. 투쟁으로 점철된 그의 인생은 이슬람 정치운동과 무슬림형제단의 굴곡을 그대로 보여준다.



바디에는 카이로 북부 산업도시인 마할라 알쿠브라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했지만 어린 나이부터 이슬람주의에 심취했고, 1965년 22세에 형제단 활동을 하다 처음 체포됐다. 군사법정에서 15년형 선고받고 9년을 복역한 뒤 1974년 사다트의 사면으로 풀려났다. 

1993년 바디에는 형제단의 집행위원회 성격인 ‘안내자’ 그룹의 일원이 되면서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형제단의 정강과 정책은 조직원 대의기구인 슈라협의회가 결정하지만 실제 지도부는 안내자 그룹이다. 그 산하에 집행·조직·교육·정치 등의 분과와 사무국이 있다. 바디에는 2010년에는 조직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수장 격인 ‘형제단의 최고안내자’에 올랐다.


Who's Who in Egypt's Muslim Brotherhood /워싱턴 인스티튜트


바디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눈치를 보는 아랍 정권들을 비판하며 ‘압제와 폭정에 맞서는 이슬람’을 주창했다. 신앙으로의 회귀가 아닌 이슬람 ‘정치운동’을 이끌어 왔고,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이 출범한 뒤 반이스라엘 분위기를 주도했다. 지난해에는 이스라엘을 ‘예루살렘의 강간범’이라 불러 파문이 일었다. 1979년 체결된 이집트-이스라엘 간 평화협정을 깨뜨려야 한다고 주장, 미국과 이스라엘을 자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디에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향해서도 “팔레스타인을 팔아먹고 있다”고 맹비난한 바 있고, 조직 내에서는 유연한 지도자라는 평을 들었다.

 


16일 사망한 바디에의 아들 암마르의 장례식. 암마르의 어린 아들이 아버지의 관 앞에 서 있다.
저 아이가 자라서 '테러리스트'가 되지 않을 거라고 누가장담할까. 피의 악순환이 두렵다. /AP


바디에 밑에서 조직을 사실상 운영하던 2인자인 카이라트 엘샤테르와 전임 최고안내자 마흐디 아케트는 이미 지난달 군부 쿠데타 뒤 검거됐다. 형제단의 정당조직인 자유정의단의 사드 엘카타트니 대표와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도 구금 상태다. 아이러니하게도 엘샤테르 등 지도부들은 카이로 시내 모카탐에 있는 형제단 본부 앞에서 시위하던 반대자들을 공격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조직원들과 지지자 1300여명이 살해되고 바디에와 지도부가 체포된 지금, 무슬림 형제단은 85년 역사에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관영 일간 알아흐람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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