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소련 태생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66·사진)가 러시아 인권탄압에 맞선 투사로 나섰다. 크레머가 독일 베를린에서 러시아의 인권탄압에 항의하기 위한 콘서트를 열기로 했다고 디벨트 등이 23일 보도했다.
크레머는 오는 10월 7일 베를린필하모닉 홀에서 ‘러시아와의 사랑’이라 명명한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콘서트에는 크레머와 베를린필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이스라엘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 조지아 출신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슈빌리, 독일 첼리스트 니컬러스 알트슈태트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대거 참가, ‘꿈의 연주회’가 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크레머는 디벨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콘서트를 기획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자유, 표현의 자유나 예술의 자유 같은 것들이 러시아에서는 금지돼 있다”면서 “물론 스탈린 시절과는 방식과 정도가 다르긴 하지만 (지금의 러시아는) 옛소련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크레머가 이 콘서트를 열기로 한 데에는 록그룹 ‘푸시 라이엇’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푸시 라이엇은 지난해 2월 모스크바의 정교회 사원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는 공연을 했다가 기소됐으며 멤버 5명 중 2명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이 사건 뒤 마돈나와 엘튼 존, 스팅 등 미국과 유럽 대중음악인들이 푸틴에게 공개 항의서한을 보낸 바 있다.
크레머는 이 사건을 언급하며 “푸시 라이엇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것은 정당하지 못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애국심’이라는 이름으로 푸틴을 지지하는 예술인들에 대해 “자기 이익만 지키려는 기회주의적인 행태”라고 비난했다.
크레머는 현재의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고, 리가와 모스크바에서 음악을 공부했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등 유명 국제대회에서 수상한 뒤 러시아와 오스트리아, 독일 등을 오가며 연주자로 명성을 쌓았다. 라트비아 국적이지만 독일에 거주하며 주로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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