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딸기의 하루하루

나름대로 감사의 말씀

딸기21 2003. 12. 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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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인가, 꿈속에서 딱 하루동안 익게가 실게로 되는 일이 생겼다고.
그렇게 쓰셨더군요. 실은, 그렇게 할수도 있습니다. 아주 쉬운 일입니다.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하려고 하더군요. 딱 1시간 동안만 실게로 만들어버려?
그렇게는 하지 않을 거예요, 물론. 익게에 뭔가 비밀스런 내용이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건 다들 아시잖아요. 어느 분이 글을 쓰시면 서로 누가썼다 막 추측하고 그러지요. 우리는 아무래도 서로 너무 잘 아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저 역시-- 똑별난 내용은 아닙니다만, 주책 떤 부분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익게로 남아있는 편이 좋거든요. ^^

지난 1년간, 너무 즐겁게 지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즐거워해주셨고, 많은 분들이 저하고 놀아주셨지요 ^^ 저는 붙임성이 없는 편은 아니지만 친구가 많은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친구들이 생긴게 너무 기쁘고 좋습니다. 여러 '언니들'도 생기고 동생들도 생기고... 사람이 사람을 모으고, 사람들이 사람들을 모으고- 그렇게 피라미드의 초석을 다졌다는게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합니다.
어떤 노래, 어떤 날씨, 어떤 계절은 유달리 추억으로 다가오곤 합니다. 돌이켜보면 아련한 기분이 들고, '뿌연 햇빛이 비춰들어와 오래된 풍금 위로 쏟아지는' 그런 느낌. 추억은 노래에도 있고 굴러가는 낙엽 한 장에도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추억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비법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겠죠. 올해는 추억을 산더미처럼 선물받은 한 해였습니다.

아쉬움이 왜 없겠습니까. 어떤 사람에게는 굉장히 화가 났었고, 어떤 일에는 신경 거슬려서 혼자 투덜거렸고, 또 어떤 일은 마음이 아팠습니다. 정작 소중한 사람에게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었는데도 겉으로 드러난 글이 전부이겠거니 생각하고 같이 아파해주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제법 긴 시간동안 친구로 지냈던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고, 제가 또다른 이에게 배신감을 안겨주기도 했었습니다. 누구를 기분나쁘게 하기도 했고, 못되게 굴기도 했습니다. 한 해를 돌아보면서 이렇게 많은 이들의 얼굴이 떠오른 적도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마을에는 많은 분들이 들어오십니다. 어떤 분들은 오프라인에서 웃고 떠들고 얼굴 맞댈 기회가 많이 있는가 하면, 유령으로 지내시는 분들도 있고 간간이 관심가는 글에만 몇마디씩 건네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오프모임에 나오지 못하시더라도 너무 거리감 느끼지 않으셨으면 해요. 오프모임에서 만나는 사람들끼리 히히덕거리면서 좋아좋아 하는 동안에, 번개다 송년회다 해서 복작거리는 동안에 오프모임 안 나오시는 분들이 서운해하시거나 거리감 느끼실까봐 조금 걱정이 되는데요. 
항상 '편하신 대로' 하십시오. 저도 늘 편하게 생각해왔고, 마을 분들도 모두 그냥 편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곳의 외연을 넓히려는 생각은 애초부터 별로 없었고 지금도 없습니다. 이런저런 경로로 들어오시는 분들이 여기 분위기를 마음에 들어하면 좋은 거고, 오프라인에서도 만나서 같이 놀 수 있으면 또 그것대로 좋은 것이고, 글로 쪽지로만 이야기 나누면서 아주 천천히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면 그것도 좋지요. 그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서, 몇 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지금처럼 친해진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올해가 정말 얼마 안 남았네요. 생각같아선 손으로 만든 카드 한 장씩 다 보내드리고 싶고, 어울리는 빛깔로 목도리 하나씩 다 떠드리고 싶고, 단팥죽이나 대추차 한잔이라도 함께 하고 싶은데 말이죠. 제가 주소를 모르는데다 뜨개질도 할줄 모르고 단팥죽 대추차는 고사하고 커피도 맛나게 끓일 줄 모르는 바람에... 이만 생략하겠습니다. 암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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