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이름에 매이지 말고
꾀의 창고 되지 말고
쓸데없는 일 떠맡지 말고
앎의 주인 되지 마십시오.
무궁한 도를 체득하고 없음의 경지에 노니십시오. 하늘에서 받은 바를 완전히 하고, 터득한 것을 드러내려 하지 마십시오. 역시 비움뿐입니다. 지인(至人)의 마음씀은 거울과 같아 일부러 보내지도 않고 일부러 맞아들이지도 않습니다. 그대로 응할 뿐 갈무리해 두려 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물을 이기고 상함을 받지 않습니다.
뭐야 이건... 왜 장자는 자꾸만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이렇게 어떻게 살아, 이건 '존재'가 아닌 거잖아.
혼돈에 일곱 구멍
12. 남쪽 바다의 임금을 숙(儵)이라 하고, 북쪽 바다의 임금을 홀(忽)이라 하였고, 그 중앙의 임금을 혼돈(混沌)이라 하였습니다. 숙과 홀이 때때로 혼돈의 땅에서 만났는데, 혼돈은 그 때마다 그들을 극진히 대접했습니다. 숙과 홀은 혼돈의 은덕을 갚을 길이 없을까 의논했습니다.
"사람에겐 모두 일곱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쉬는데 오직 혼돈에게만 이런 구멍이 없으니 구멍을 뚫어 줍시다" 했습니다. 하루 한 구멍씩 뚫어 주었는데, 이레가 되자 혼돈은 죽고 말았습니다.
숙(儵)이라는 한자는 처음 본다. 무슨 글자인지 모르겠는데 글에서는 '밝음'을 대표하고 홀은 어두움을 대표한다는 해석이 붙어 있다. 서양에서는 혼돈을 나쁜 것으로 보는데 여기서는 밝음과 어두움, 생성과 소멸이 만나는 원천으로 긍정적으로 본다는 주석. 그런데 혼돈에 질서를 주려고 멋대로 구멍을 뚫으니 혼돈이 죽어버렸다!
혼돈의 상징(?)인 노틸러스...
왜 혼돈의 상징인지 묻지 마시길... 난 얘를 보면 혼돈에 빠져든다 ㅠ.ㅠ
이로써 장자 내편은 끝나고, 뒤에 외편과 잡편의 글들이 일부 수록돼 있다.
그 중의 하나.
오리 다리, 학의 다리
그러므로 오리의 다리가 짧다고 길게 늘여 주어도 괴로움이 따르고,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잘라 주어도 아픔이 따릅니다. 그러므로 본래 긴 것은 자를 것이 아니며, 본래 짧은 것은 늘일 것이 아닙니다. 두려워하거나 괴로워할 까닭이 없습니다. 인의(仁義)가 사람들의 본래적 특성일 수 있겠습니까? 저 仁을 갖춘 사람들, 괴로움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이건 해석을 보지 않아도 알겠다. 공자를 욕한 거다! 왜 본성을 무시하고 인을 갖추라 하냐고... 괴로움을 애써 사들이는 짓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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