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처지
미국은 자타 공인 세계 최대 원조국이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유엔을 빼면 매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원조를 행하는 기구다. 그런데 카트리나가 덮치면서 이 기구의 기능은 `미국 내 구호'로 바뀌었다. USAID는 조직 내에 카트리나 구호센터를 만들고 세계에서 들어오는 구호인력과 물품, 자금의 집행을 총괄하기로 했다.
원조를 약속한 이들 중에는 역설적이지만 USAID의 도움을 받았던 나라들도 들어있다. 스리랑카는 `작은 성의'로 2만5000달러(약 2500만원)을 보내겠다고 했고, 방글라데시는 1000만 달러를 보내기로 했다.
미국의 침공을 받고 미국의 돈으로 국가를 재건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이 10만 달러로 `성의'를 표시한 것도 눈에 띈다. 작년 쓰나미 때 미국의 원조를 많이 받았던 태국도 의료진과 쌀을 보내기로 발표했다고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산유국들, 지갑을 열다
국무부는 7일(현지시간) 95개국에서 현금 총 10억 달러와 물품 기부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번 원조 행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쿠웨이트였다. 중동의 작은 산유국인 이 나라는 과거 이라크 사담 후세인의 침공을 받았다가 미국이 걸프전을 일으킴으로써 위기를 벗어났었다. 쿠웨이트는 현금 1억 달러와, 4억 달러 어치의 석유 제품을 미국에 보내기로 했다. 민주화와 개방정책을 펼쳐 미국 언론들의 각광을 받았던 걸프 왕국 카타르와 거대 산유국 아랍에미리트(UAE)도 1억달러 원조를 약속했다. 모두 국제사회에서 `친미국가'로 알려진 나라들이다.
이번엔 중동 친미국가들이 거액의 원조를 약속해 이목을 모았지만, 중동 산유국들은 그간 빈국 지원에 인색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갑부 알 왈리드 왕자만이 개인적으로 빈국들을 지원, 큰 손 자선가로 알려져 있었을 뿐이다. 미국의 재난이 오일달러가 가득 든 중동국들의 지갑을 연 셈이다.
이란도 미국에 석유 2000만 배럴을 보내겠다고 제의했다. 일각에서 이를 `비꼬기' 정도로만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규모가 상당히 크다는 점에서 이란이 미국에 화해의 손짓을 보내는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더욱이 이란은 재작년 밤 시(市) 지진 참사 때 미국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바 있다. 외신들은 이번 원조 제의가 양국 관계에 하나의 모티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 대국들은 `짠돌이'?
반면 일본은 해외 원조 대국이면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은 씀씀이에 못 미쳤었다.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한다"는 비아냥까지 들어온 일본이 이번에는 `눈치 없이' 50만 달러 분의 현금과 물품만을 내놓겠다고 해 눈총을 받았다. 안팎의 비난에 부딪친 일본 정부는 결국 100만 달러를 지원키로 입장을 바꿨다.
몇년 새 세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인도는 서방으로부터 막대한 원조를 받아온 수혜국들이지만 경제발전에 갈 길이 바쁜 탓인지 지원에는 좀 인색한 편. 두 나라는 각기 미국에 500만 달러씩을 지원키로 했다. 중국과 인도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로부터 2003년 기준 20억 달러와 16억 달러를 각각 원조 받은 2,3위 수혜국들이다.
한국은 3000만 달러를 지원키로 해 대미 4위 원조국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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