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시퀘스터'로 미국 국방비가 줄어들면?

딸기21 2013. 3. 3. 23:00
728x90

미 정부가 예산지출 자동삭감(시퀘스터)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2011년 8월 미 백악관과 공화당이 나라빚 때문에 싸우다가 어렵사리 화해해 법안을 하나 만들었죠. 국가채무한도를 늘려서 빚을 더 낼 수 있게 해주느냐 마느냐 논의하다가 예산관리법(Budget Control Act)이라는 걸 통과시켰습니다. 거기 따라 재정지출을 자동삭감하는 조치를 하기로 했고, 그게 당초 올 1월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얼마나 줄이냐 왈가왈부하다가 이걸 또 두달 미루기로 했는데, 그 기한이 마침내 들이닥친 겁니다. 


재정지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던 국방예산이 크게 줄면 국방 관련 일자리가 사라지고, 해외 무기 수출이 늦어지고,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미 정부는 주장합니다. 우리도 살짝 걱정해야 할것만 같은 느낌... 하지만 “미 예산 자동삭감 때문에 세상이 끝나지는 않습니다”(영국 텔레그라프지). 미국을 빚더미에 앉게 만든 것이 바로 그 국방예산이었고, 지나친 ‘군사국가화’가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것이기 때문이죠. 솔까말 미국이 군사비 늘려 전쟁 일으키는 게 경제에 좋고 세계평화에 좋고 인권에 좋고 환경에 좋았을 리가 있나요 ㅎㅎ 


US President Barack Obama has laid the blame on the sequester squarely on the shoulders of the Republicans [Reuters] 오랜만에 보니... 이분 참 많이 늙었네요;;



어디 한번 따져볼까요. 1일 발동된 자동삭감 조치에 따라 미 연방정부 재정 지출 850억달러가 줄어드는데,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국방부문입니다. 국방부는 올 회계연도가 끝나는 9월30일까지 국방예산의 9%에 이르는 460억달러(약 50조원)의 지출을 줄여야 합니다. 국방부는 해외작전이나 전투와 직접 관련 없는 비용부터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뭐 당연한 소리겠죠...


암튼 이대로라면 군수업체에 주는 돈을 줄이고 유지보수·건설비를 대폭 깎아야 합니다. 미국인들에게 당장의 공포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겠지요. 국방부는 민간고용인 80만명이 무급휴가 등으로 경제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 내다봤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자동삭감 조치로 일자리 75만개가 없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국방예산 줄어 영향 받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으냐고요?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래 국방부가 군 업무를 대거 민영화하면서 군에 연계된 일자리가 늘어난 탓이 큽니다. 국방부내 민간고용인은 2000년대 초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시절 ‘민간인력 양성’ 계획에 따라 크게 증가해 지금은 국방부 전체 인력의 3분의1에 이릅니다.

미 연방정부가 '국방'에 쓰는 돈의 총액을 물가 감안해 만든 그래프.
노란 부분이 이자비용이라니, 어마어마한 불균형 아닐까요. /위키피디아


2000년 즉 아프간전 이전과 비교해 미국 국방비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보여주는 그래프네요. /위키피디아



국방부가 지갑을 닫으면 미국산 무기수출도 늦어집니다. 군수회사들은 국방부에서 돈 받아 무기를 만드는 데 이게 단계마다 지연되는 거니까요. 특히 록히드마틴제 차세대 통합전투기 F35를 사기로 한 나라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F35를 도입하기로 한 나라는 이스라엘과 일본 등 8곳. 하지만 미국의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은 아랍국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왔고, 일본에선 F35 결함문제로 말이 많았죠. 무기 인도가 늦어지면 록히드 마틴은 발을 구를지 몰라도, 해당국 국민들이 손해볼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달 공개된 국무부 메모에 따르면 자동삭감으로 미국의 해외 안보지원비용도 5억달러가 줄게 됩니다. 영향을 받는 나라가 150개국에 이른다고 하는데, 속사정은 좀 다릅니다. 감축액 중 3억달러는 특정국가에 집중배치된 예산이라고 합니다. 


어느 나라들일까요? 대표적인 나라는 이스라엘과 요르단과 이집트입니다. 미국이 역내 반발을 무릅쓰고 밀어주던 중동의 친미 국가들이죠. 이 지원이 줄어든다고 중동 정세가 악화될 리는 없을 듯하네요. 


국방예산 감축액 중 국제 치안유지와 대테러업무, 재래식무기 확산방지 등 진정한 의미의 ‘평화유지’ 비용은 5500만달러에 불과합니다.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데이비드 버토 부소장은 군사전문지 디펜스뉴스 인터뷰에서 “재정을 줄이는 과정에서 국방부는 인력·물자 투입의 우선순위를 재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국가채무가 지난해 16조2070억달러(국내총생산 대비 104.3%)까지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전임 부시 행정부의 잇단 전쟁 때문이었습니다. 미국의 국방비는 전세계 군비지출의 40%를 차지하는데, 실제론 연방정부 국방관련 예산의 3분의1을 이자 갚는 데에 쓰고 있습니다.  이번 자동삭감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향후 10년간 국방예산 5000억달러를 줄여야 할 처지였습니다. 


정부는 큰일날 듯 외치지만 국민들은 삭감을 바라고 있습니다. 지난해 스팀슨센터·공공통합센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은 10명 중 9명이 , 공화당 지지자들조차도 10명중 7명이 국방비를 줄여야 한다는 견해였다고 합니다. 미국의 시퀘스터인지 뭔지 "세계 경제에 악영향 어쩌구저쩌구" 하는데, 장기적으로 국방비 삭감은 미국이 거쳐야만 하는 정상화 과정 아닐까 싶습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