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와 마녀와 옷장>을 축약해 그림책 형식으로 만들어놓은 책을 처음 읽은 게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너무너무너무너무 재미있어서 도저히 잊지를 못했던 그 책. 중학교 때였나, 정식 번역본은 아니지만(그땐 저작권 개념 같은 것이 별루 없어서였는지) 어쨌든 <나르니아>(그 때는 표기도 나니아가 아닌 나르니아였다) 7권이 시리즈로 출간돼 사다놓고 읽었다. 지금은 내용도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3학년이 된 꼼양이 <사자와 마녀와 옷장>의 세계를 맛보았다. 회사에서 퇴근 전에 집으로 전화했더니 대뜸 "엄마, 사자와 마녀와 옷장을 읽었어요!!!" 한다. 목소리만 들어도 얼마나 폭 빠졌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아직 어린 애이기 때문에 이런 류의 소설을 1권은 읽어도 시리즈로 쭉 읽지는 못한다. 하지만 어쨌든 <메리 포핀스>에 이어 <빨강머리 앤>, <삐삐 롱스타킹>, 그리고 이제는 <나니아> 시리즈까지... 어릴 적 추억의 그 책들이 꼼꼼이 입에서 나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학교 생활 잘 하면 <나니아>를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자기 전에 꼼양이 <사자와~>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마녀가 주인공 남매들 중 둘째아들이었던가, 홀로 눈 속을 떠돌던 사내아이에게 '터키젤리'를 주며 꾀었다고 한다. 터키 여행할 때에 너무 달아 느글느글하게 생긴 터키쉬 딜라이트들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얼마전 '이태원 세계일주' 할 때에도 과자점에 들러 터키쉬 딜라이트들은 구경만 하고 덜 단 아랍과자들만 사서 맛을 보았는데, 꼼양이랑 구경가야겠다.
"꼼꼼아, 나중에 이태원에 터키젤리 파는 곳 가자. 터키젤리 너한테 먹여서 엄마가 시키는대로 하게 만들어야지."
"엄마 그게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아세요...?"
"엄마가 뽀뽀하라 하면 뽀뽀하게 만들고... 엄마가 시키는대로..."
그랬더니 와서 '쪽'.
[댓글들]
살구처럼: 그 터키젤리는 내 남편에게 좀 먹였으면 좋겠는데.. 뽀뽀하라 하면,, 자꾸 반항을 해서 -_-
딸기: ㅋㅋ 터키젤리 사서 보내드릴까요 ^^
탱누나: ㅎㅎㅎ 터키젤리, 유행어될라... 남편한테는 안 먹이고 싶고, 쌀군은 먹일 필요 없으니 난 그 젤리가 필요가 읍네... 음.
독서 수준이 참으로 대단한 꼼양. 쌀군은 Why에 이어 과학상식 어쩌고 시리즈 탐독 시작. 얼마전부터 좀 기가 막한 일이다 싶으면 '쩜쩜쩜' 하더군요. 할 말을 잃고 묵묵히 있는 상태라 이거죠. 참, 나도 '... ' 이네. 동화, 이야기가 잘 안 먹혀요. 올 하반기에 꼬셔서 좀 읽게 해야지.
딸기: 꼼양은 와이 시리즈를 아직도 안 읽었어요. 집에 서른 몇권 사다놓은지 4년이나 됐지만, 그런 쪽으로는 확실히 흥미가 없네요. 그래서 요샌 그 쪽으로 유도를 하고 있는데... 감수성은 굳이 일부러 더 발달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고.. ^^;; 모자라는 쪽을 조금씩 보완해나가야 하는데, 제가 출장다녀온 뒤로 좀 피곤하기도 하고...
딸기: 터키젤리...는 아니고(엿이나 강정처럼 생긴 터키식 젤리는 증말 넘 달아서 못 먹어요;;)
일전에 블로그에서 한번 소개했던 '살람 베이커리'에 들러서 터키식 달디 단 과자를 좀 사다가 먹었어요. 쌉쌀한 커피랑 같이 먹으면 그런대로 괜찮은데 이게 보통 단 게 아니라 '충격과 공포' 수준이라서요 ㅎㅎㅎㅎ
탱누나: 글쎄 그런게 왜 글케 달까요? 인도 갔을 적에 인도식 과자점에서 생과자처럼 파는거... 한 입 베어물었다 목을 차마 통과시키지 못하고 뱉었잖아요. 그건 내가 아는 설탕의 당도가 아니었어요... @_@;;; 한 식당에선 민트이파리 같은거에 설탕을 싸서 디저트라고 주는 것 같았어요, 어렴풋한 기억으로... 으으으...
와니: "엄마 그게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아세요...?" 나는 이 말이 눈에 콕 들어 와 박히네요. 벌써 시키면 시키는대로 한다는 것이 무서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꼼양. 학교 생활이 미숙해 보이는 것은 실은 미숙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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