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빛의 제국- 표지 그림이 아깝다

딸기21 2006. 12. 7.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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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제국 

김영하 (지은이) | 문학동네 | 2010-02-16 



솔직히 난 이 작가 잘 모른다. 아니, 전혀 모른다. 요즘 유명하다는 얘기는 들었다. 고르고 골라 읽은 책은 아니고, 손에 잡혀 읽었다. 앞부분은 재미있게 시작했는데, 이렇게 경박할 줄 몰랐다. 

경쾌한 것은 좋지만, 경박한 것은 싫다. 이 책은 그냥 경박하다. 솔직히 이 책을 10년 뒤에도 볼 사람 있을까 싶다. 대화나 상황설명이 유행어, 유행뉴스, 이런 것들로 되어있는데 작년 재작년 것들이다. 벌써 한두해만 지나도 뒤떨어진 느낌을 주는 것이 ‘유행’이다. 가비얍고 재미있게 보일지 모르지만, 톡톡튀는 정신보단 톡톡튀는 말장난 글장난이다. 소재는 잘 잡았는데 문제의식은 없다. 전반적으로 너저분하다. 글재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걸 ‘글 잘 쓴다’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비슷한 시기에 읽은 ‘남쪽으로 튀어’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마루야마 겐지 같은 무게 있는 작가를 기대하진 않는다. 트렌디하면서 트렌디의 본질을 잡아내는 무라카미 류라든가, 심오함에 부유감(浮游感)을 얹은 듯한 하루키를 찾는 것도 아니다. 그저 오쿠다 히데오나 가네시로 가즈키 같은 작가를 기대했을 뿐인데, 이건 아사다 지로에도 못 미친다. 
하다못해 얄팍한 감동도 없다. 요즘엔 이런 것도 문학이라고 부르는구나, 문학의 범주가 참 넓네, 하는 생각을 했다. 지나친가? 유명작가라면 이름값 하는 작품을 내놔야 한다고 기대할 뿐이다. 매우 독창적인 스타일이라든가, 형식적 실험이 있든가, 고전적인 무게감이 있던가, 웃기고 자빠진 수준의 재미라도 있던가. 
 
르네 마그리트는 왜 팔고 나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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