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하게도, 1년동안 열심히 일해 휴가철이면 훌훌 털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은 대개는 여성들이다. 적어도 한국에선 그렇다. 한국여성들은 유독 세계의 다른 나라에 관심이 많은 것일까? 혹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여성들이 자유롭게 여행하기엔 뭔가 ‘편치 않은’ 데가 있는 것일까? 반면 한국의 남성들은 한국에 살면서 휴가도 한국에서 보내는 것에 만족하는 것일까?
의문에 답을 꼭 해야할 필요는 없지만, 일해서 돈 벌며 자신을 위해 투자하고, 휴가 때면 배낭 하나 짊어지고 떠날 수 있는 여성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간다. 이들이 꿈꾸는 것 중의 하나가 ‘여행작가’가 되는 것이다. 잘 나가는 아나운서 자리를 버리고 떠나 작가가 되어 돌아온 손미나처럼. 그런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작가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그런 이들을 위해 ‘여행작가 되는 법’을 안내해주는 책과 블로그들도 많다.
여행작가가 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여행을 다니고, 세세하게 다니며 느낀 것들과 정보를 기록하고, 문장을 가다듬어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다. 출판사 리더스하우스 편집장이자 여행작가인 구완회씨는 “여행블로그가 넘쳐난다고 하지만, 아직은 블로그에 글을 써서 작가가 되는 것이 가장 유효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블로그에 여행기를 올려 조금씩 입소문이 나면 출판사에서 제안을 하고, 그렇게 해서 자기 이름으로 된 여행책 하나를 갖게 된 작가들이 많다는 것.
두번째는 여행잡지에 기고하는 것이다. 일본 잡지의 라이센스로 발행되는 여행전문지 <AB-ROAD>, 1995년 창간돼 국내 여행잡지의 대표로 자리잡은 <뚜르드몽드>, 월간지로 발행되는 <여행스케치> 등에 찾아가거나 메일을 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여행 계획 혹은 여행기를 가지고 잡지사에 문의해 글을 실을 수 있는지 알아볼 것. <여행스케치>는 시시때때로 블로거 기자단도 운영하고 있다.
블로그나 잡지에 쓴 글들이 어느 정도 모이면 출판사에 책 출간 제의를 해볼 수 있다. 여행서적을 많이 내는 출판사로는 RHK(옛 랜덤하우스코리아), 시공사, 삼성출판사, 중앙북스, 테라(TERRA) 등이 있다. 사단법인 한국여행작가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나 한국관광공사와 연계해 국내여행 가이드북을 많이 펴낸다. 또 여행작가를 키우기 위한 강좌도 열고 있다. 이런 강좌를 들으며 다른 여행작가들과 ‘인맥’을 쌓는 것도 첫걸음을 떼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여행기를 잘 쓰는 방법을 비롯해 실질적인 기초정보가 필요하다면 여행작가가 되는 법을 소개한 책을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다. 위즈덤하우스에서 나온 <여행도 하고 돈도 버는 여행작가 한번 해볼까?>는 여행작가 지망생들의 궁금증을 담은 질문 42개를 뽑아 문답형식으로 풀어쓴 책. 혼자서 해외여행을 하려면 영어를 잘해야 하나, 여행작가 지망생을 위한 교육기관이 따로 있나, 다른 직업과 병행할 수 있나, 책 외에 어떤 매체에 기고할 수 있나, 전업 여행작가의 월수입은 어느 정도인가, 기업체 등의 ‘협찬’으로 여행하는 방법, 여행 기자가 되는 법, 블로그로 이름 알리는 법 같은 질문과 답변이 줄줄이 이어진다.
여행 짐정리 노하우와 여행노트 쓰는 법, 여행 사진 노하우 등 실무적인 지식들도 소개해주고 있어, 여행작가 지망생들에게 알찬 가이드가 된다. 저자 채지형씨는 세계일주 여행기 <지구별 워커홀릭>, <까칠한 그녀의 STYLISH 세계여행> 등을 낸 여행작가. 함께 책을 쓴 김남경씨는 여행기자로 시작해 지금은 여행 콘텐츠기획·제작·마케팅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시공사에서 나온 <슈퍼라이터>는 이지상, 정기범씨 등 국내 유명 여행작가들의 노하우를 풀어놓은 책. 글솜씨는 제법 있지만 사진찍기에 애를 먹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지상씨는 내셔널지오그래픽 회원이자 스타 여행블로거로, 이 책에서 감동적인 여행사진을 찍는 팁을 주고 있다. 사진 잘 찍는 법, 꼼꼼히 기록하는 법, 여행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법 등이 소개돼 있다.
푸른숲에서 펴낸 <떠난다 쓴다 남긴다>는 루이스 퍼윈 조벨 등 2명이 쓴 책으로 부제가 ‘여행작가의 모든 것’이다. 여행 준비에서부터 글을 쓰고 출판을 하기까지, 전업 여행작가의 생활에 대해 꼼꼼히 소개하고 있다. 1984년 미국에서 초판이 발행된 ‘오래된 책’인데, 여행 글쓰기에 대한 최고의 책으로 꼽히니 읽어볼만하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여행작가를 하면서 과연 먹고살 수 있나” 하는 점이다. 터키대사관에서 일하다가 여행작가로 변신한 김남희씨는 ‘도보여행가’다.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1~4편), <유럽의 걷고싶은 길>, <일본의 걷고싶은 길> 등을 썼다. 2003년 사표를 내고 중국, 네팔, 인도, 파키스탄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먼 길을 떠났다. 지금은 한비야씨와 쌍벽을 이루는 유명 작가가 됐지만, 책을 팔아 인세로 버는 돈이 생각처럼 많지는 않다. 여행서적이 ‘대박’을 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저자에게 인세로 지불되는 돈은 유명저자라 해야 책 판매금액의 10%다.
그러니 여행서적을 써서 부자가 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하지만 책을 펴내 돈을 벌면 ‘다음번 여행의 비용이 생기기 때문에’ 계속 여행할 수 있는 수입원이 된다. 김씨는 책을 통해 “네팔과 인도에서 1년에 450만원으로 생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저예산 여행을 하면서 ‘길에서 인생을 찾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돈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떠나라!
갑자기 왜 '여행작가 되는 법'이냐고요?
경향신문 인터랙티브팀에서 1년간 진행해온 '알파레이디 리더십 포럼'이 곧 책으로 출간됩니다.
아나운서에서 여행작가로 변신한 손미나 씨 강연을 정리하면서, 거기에 '여행작가 되는 법'이라는 꼭지를 덧붙였습니다. 거기에 쓴 내용을 옮겨온 것이랍니다. ^^
정리하면서 그동안의 강연 내용을 쭉 다시 읽어보니 참 좋더군요... 젊은 여성들을 위한 처세술 강좌는 결코 아니고요. 진지한 자세로 나의 직업과 나의 직장생활에 임하라, 정성과 성의를 다 해 나를 가다듬과 관계를 맺어라... '기본 자세'와 함께,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팁과 고민거리들을 던져주는 내용입니다. 책 나오면 꼭 사보세요!
(참고로, 알파레이디 포럼은 2012년에는 '알파레이디 북토크'라는 이름으로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되어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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