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사우디 새 왕세제... '노인천하'네.

딸기21 2011. 10. 28. 19:08
728x90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국왕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압둘라 국왕의 이복동생인 나이프 빈 압둘아지즈 내무장관이 책봉됐습니다. 지난 22일 술탄 전 왕세제가 지병으로 숨지면서 다음번 계승자가 공석이 됐고, 그 자리를 나이프 왕자가 메우게 된 겁니다. 술탄 전 왕세제가 맡고 있던 제1부총리직도 함께 이어받았습니다. 내무장관을 계속 할 것이기 때문에, 내무장관 겸 제1부총리 겸 왕세제가 되는 거지요.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의 차기 국왕이 될 나이프(Nayef bin Abdul Aziz Al Saud)... 나예프라고도 하고 나이프(Naif)라고도 하는데요. 1933년생입니다. 어릴 적에는 울라마라고 하는 이슬람 공동체에서 이슬람 지도자들로부터 전통 교육을 받았고요.

1953년에 리야드 주지사가 됐는데 이듬해 바로 내각으로 옮겨서 1954년부터 1970년까지 내무차관이 됐고, 1970년 장관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40여년간 줄곧 내무장관을 하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전제왕정 국가라서 왕실 형제들이 각료직을 모두 차지하고 있습니다.


Saudi Interior Minister Prince Nayef bin Abdul Aziz al-Saud participates

왜 형제에게 내려가는 건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던데요.

근대 이전의 다른 왕조들에선 아들에게 권력이 내려가는 경우가 많지만, 아랍 부족들은 이슬람 종교가 생기기 전부터 부족주의 공동체 전통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부자상속, 형제상속 이렇게만 설명하면 좀 이해하기 힘들지만, 형제상속의 배경에는 공동체 지도자들의 합의라고 하는 전통이 있었던 겁니다. 이슬람 공동체인 울라마의 지도자들이 회의를 해서 추대를 하는 형식이었던 거죠. 물론 지금의 사우디는 그런 합의와는 동떨어진 전제왕정 국가가 됐지만요.

왕위 계승자라고 하지만 나이프는 올해 나이가 이미 77세의 고령입니다. 사우디의 경우는 지도층이 노쇠하다는 게 늘 불안요인이 되는데요. 1975년 암살당한 파이잘 국왕, 그 뒤를 이은 칼리프 국왕과 파드 국왕, 현 국왕인 압둘라, 그리고 전 왕세제 술탄, 이번에 새로 왕세제가 된 나이프가 모두 형제들입니다. 압둘라 국왕은 선왕인 파드가 오랫동안 병으로 누워있었기 때문에 장기간 국왕 대행을 하다가 2005년 즉위했습니다. 지금은 88세의 고령입니다. 

압둘라가 즉위할 때 국방장관인 술탄 왕자를 왕세제에 앉혔는데 그 때 술탄은 81세였습니다. 이렇게들 나이가 많다보니, 언제 누가 먼저 사망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인 거죠. 결국 왕세제가 왕보다 먼저 세상을 뜨는 일이 생겨버린 거고요. 사우디 왕실은 그야말로 ‘노인천하’입니다. 그렇다보니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개혁도 거의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독재권력과 부패만 넘치는 상황이 수십년 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또한 늘 중동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더군다나 왕실 내부의 파벌 싸움도 치열합니다.

사우디 왕실에 수다이리 세븐(Sudairi Seven)이라는 그룹이 있습니다. 왕실 가계도가 복잡하다보니 생겨난 그룹인데요.

초대 국왕 압둘 아지즈에게 10여명의 부인이 있었는데, 7번째 부인 후사에게서만 아들 7명을 얻었습니다. 후사가 사우디의 유력 가문인 수다이리 부족 출신이었기 때문에 이 7명의 아들들이 20세기 초중반 이래 사우디를 좌지우지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사우디 왕실에서는 하프 브라더(아버지만 같은 half brother)냐, 풀브라더(엄마까지 같은 full brother)냐 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수다이리 세븐, 즉 후사에게서 태어난 풀브라더 7명이라고 하면 권력층 핵심 중의 핵심이 되는 겁니다.

고 파드 국왕, 그리고 얼마전 숨진 술탄 왕자 겸 전 국방장관, 미국으로 이민간 투르키 왕자, 국방부 차관인 압둘 라흐만 왕자, 리야드 주지사인 살만 왕자, 내무차관인 아흐메드 왕자인데요. 요직을 이들이 독식하고 있다고 봐야죠. 새 왕세제 나이프 왕자는 이들 7형제 중 네째입니다.

사우디 왕위계승자 결정에 대해서는 '둘라의 아랍이야기' 참고하세요


현 국왕이 이미 88세... 나이프 시대가 오면 사우디엔 어떤 변화가 올까요.

압둘라 국왕(위 사진)이 오랫동안 나랏일을 맡아오긴 했지만 압둘라는 수다이리 세븐이 아니어서 왕실 내 지지기반은 약합니다. 국제사회에서 그나마 양호하게 보는, 사우디 왕실 중에선 그나마 개혁적이고 합리적이고 온건한 사람이라는 평을 받아왔지만 개혁을 힘있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수다이리 7형제가 발목을 잡아왔겠죠...

나이프 왕자는 권력을 쥐고 흔드는 수다이리 일파의 핵심인데다, 개혁과는 더 거리가 먼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제무대에 많이 나서지는 않았지만 이란에 대해서는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고, 반면 팔레스타인에는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발언을 한 적 있습니다. 국내에선 알카에다를 비롯한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에 내무장관으로서 강경진압으로 대처했습니다. 실은 대테러 담당국장이 바로 나이프 신임 왕세제의 아들이랍니다.

나이프 왕자는 첫 부인과 딸인지 아들인지 하나를 두고 이혼했고, 두번째 부인 조하라와의 사이에서 딸 하나 아들 둘을 두었습니다. 큰아들 사우드는 지금 스페인 주재 대사이고요. 둘째아들 무함마드는 내무장관 아버지 밑에서 내무차관을 하고 있답니다. 동시에 무함마드는 대테러담당국장도 겸임... 나이프 왕세제는 여성 권익이나 정치개혁에는 소극적인 강경보수파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동 민주화혁명으로 아랍권이 변화와 개혁의 바람에 휩싸여 있는데, 사우디가 과연 잘 대응해서 변화의 연착륙을 할 수 있을지, 긍정적으로 바라보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