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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려난 이스라엘 병사, 여전히 갇힌 팔레스타인

딸기21 2011. 10. 1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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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하마스가 이스라엘 포로를 5년 반 만에 풀어줬네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있는 무장정치조직 하마스가 이스라엘 군인 길라드 샬리트를 5년4개월만에 이스라엘로 돌려보냈습니다. 올해 25세인 샬리트는 18일 새벽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한 교도소에서 차량 편으로 이집트로 이동한 뒤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 헬기 편으로 이스라엘 중부 텔 노프 공군기지에 도착했습니다.




가자지구는 북쪽과 동쪽이 이스라엘로 둘러싸여 있는데, 바로 이스라엘 쪽 국경을 넘은 게 아니라 이집트 쪽으로 에둘러 나갔네요. 보안문제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고요. 샬리트는 2006년 6월 하마스에 납치돼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었습니다.

IDF: Gilad Shalit back home in Israel /하레츠 


왜 억류했냐고요? 납치한 놈들이 나쁘다고요?

2000년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집권한 이후로 팔레스타인, 특히 주로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이에 끼여 고립돼 있던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반이스라엘 봉기가 일어났습니다.
팔레스타인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로 나뉘어 있는데, 가자지구는 특히 이스라엘의 압박이 심한 곳입니다. 팔레스타인 내에선 자치정부보다 상대적으로 과격한 하마스가 정치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팔레스타인 민중봉기를 인티파다라고 하는데, 1988년 1차 봉기가 있었고 2000년 2차 봉기가 일어났습니다.
그 뒤에 이스라엘이 살해한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6000명이 넘습니다. 이건 나중에 레바논과 가자지구를 무력침공해 살해한 사람들 숫자는 뺀 겁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저항조직 간부들을 계속 구금, 살해했습니다. 
하마스는 조직원들이 줄줄이 체포되자 이스라엘 병사 납치에 들어갔습니다. 팔레스타인 수감자들과 맞바꾸기위한 거였죠. 그래서 가자지구 부근 초소에서 근무하던 19세의 어린 장병 샬리트를 납치했습니다.


샬리트가 납치되자 이스라엘은 바로 가자지구에서 10일 동안 구출작전을 벌였으나 실패했습니다. 하마스의 납치에 고무된 레바논의 무장정치조직 헤즈볼라가 뒤이어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했습니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그 참에 대대적으로 레바논을 침공, 민간인들을 학살하고 전쟁범죄를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레바논에서 헤즈볼라를 키워주기만 했습니다.
2008년말부터 2009년 초까지는 가자지구를 침공하고 역시 민간인 학살에다 유엔까지 공격해서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죠. 그 사이에 샬리트 문제는 오히려 지워졌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수감자 맞교환 협상이 벌어졌지만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샬리트를 구하는 데 발목 잡히면 계속 하마스의 납치극에 시달리게 될 거라며 애당초 포로교환에 회의적인 입장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이 저지르고 있는 죄는 그렇다 쳐도, 샬리트라는 어린 군인이야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샬리트의 가족들은 도보행진에 인터뷰에, 여러가지 방법으로 5년 동안 샬리트를 구해줄 것을 호소하면서 이스라엘 여론과 정부를 움직였습니다. 2009년 9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샬리트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보냈습니다. 다시 이스라엘인들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그 비디오테이프를 받기 위해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여성 재소자 20명을 풀어주기도 했었습니다.

As Gilad Shalit goes free, a 5-year-long media campaign comes to a close /하레츠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강경파인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도 더이상 나몰라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요. 이달 들어 협상에 물꼬가 트였습니다. 팔레스타인 구금자들을 무더기로 풀어주는 대신, 샬리트를 넘겨받기로 한 겁니다.


이스라엘이 가둬놓고 있던 팔레스타인인 477명을 18일 풀어줬습니다. 샬리트가 이스라엘로 돌아가 환영을 받은 것처럼,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는 팔레스타인 석방자들로 축제분위기랍니다. 하마스는 아예 오늘을 국경일로 정했습니다. 추가로 2달 안에 이스라엘이 가둬두고 있던 사람 550명을 더 풀어줄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갇혀 있습니다. 2007년에는 팔레스타인 억류자 숫자가 9100명이 넘었습니다. 샬리트가 납치되고 1년 사이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 4000명을 잡아가두는 보복을 했던 겁니다. 현재 억류된 이들은 이스라엘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5204명인데요. 그중 272명은 몇년째 재판도 없이 ‘행정구금’이라는 불법적인 절차로 가둬두고 있습니다. 영국이 식민통치 때 썼던 방식을 이스라엘이 그대로 쓰는 거라네요. 미성년자도 176명에 이르고, 일부는 10대 초반이라고 합니다. 


구금자 교환이 성사됐으니 당분간은 해빙무드가 이어지지 않을까 외신들이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는데요. 해빙무드라고 해야, 결정적인 계기라기보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생필품이라도 좀더 드나들게 숨통 틔워주고, 팔레스타인인들이 자기네 땅인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사이 왔다갔다 하게 허가해주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마스 측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봉쇄를 완화해주는 것과 함께, 팔레스타인 재소자들을 면회할 수 있게 해주는 것 등에 합의했다고 전했습니다. 그것만 해도 중요하긴 하죠. 워낙 분위기가 냉각돼 있던 데다가,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봉쇄 때문에 에너지와 생필품과 의약품이 모자라 인도주의적인 위기에 이른 상황이었으니까요.

BBC방송은 이스라엘에서 풀려나 가자지구로 돌아간 사람들은 “이 감옥에서 저 감옥으로 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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