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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폭격의 역사-지옥의 묵시록

딸기21 2005. 9. 1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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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의 역사 A History of Bombing 

스벤 린드크비스트 (지은이) | 김남섭 (옮긴이) | 한겨레출판 | 2003-02-25 



때로는 재미있게, 때로는 심각하게 읽었다. 찬찬히 생각을 정리해보면 좋겠지만, 진지하게 리뷰를 올릴 정신이 없네.



36 

퀴비에의 소멸 개념은 동시대인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마지막 인간’(1806)을 최초로 쓴 사람은 프랑스인 작가 쿠쟁 드 그랭비어였다. 그의 소설에서 태양은 어슴푸레해지고, 지구는 나이를 먹고, 인간들은 점점 더 기진맥진해져 완전히 지쳐버린다. 생식 가능한 마지막 남자는 비행선으로 생식 가능한 마지막 여자와 짝을 짓기 위해 브라질로 날아간다. 그러나 문명의 마지막 조종은 이미 울렸다. 그 심장부인 파리는 숨을 멈췄다. 모든 것은 붕괴하고 사막으로 변한다. 두 연인은 죽어가는 세계에 아이를 데려오는 것이 쓸모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리하여 최후의 인간들은 슬프게도 서로 결합하는 것을 삼간다.


61

매튜 실의 ‘보랏빛 구름’(1901)의 주인공은 북극으로 가는 길에 제목의 보랏빛 구름인 가스를 방출한다. 그는 돌아오자 자기 자신을 빼고는 자신이 모든 인간을 다 죽였음을 알게 된다. 

그는 마지막 인간이다. 그는 전능하지만 통치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는 원하는 범죄는 무엇이든 저지를 수 있지만, 범죄의 대상으로 삼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는 죽일 사람을 찾지만, 이미 모든 사람들을 다 죽여버린 상태다.

절망에 빠진 그는 런던을 불지르고 도시가 불바다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즐거이 지켜본다. 그런 뒤 그는 아주 행복하게 파리, 캘커타, 샌프란시스코 등 셀 수 없이 많은 다른 도시들을 불지른다. 그는 중국에 혹시 죽일 사람이 남아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그곳으로 가보지만, 어느 누구도 발견하지 못하고 대신 베이징을 불지른다. 콘스탄티노플도 화염 속에 불타올랐을 때, 그는 마침내 가스를 피했던 아름답고 젊은 터키 여자를 발견한다. 그의 내부에서 목소리가 속삭인다. “죽여라, 죽여라, 죽음 속에서 뒹굴어라!” 


73 

헤이, 오델, 워털루, 서비스, 콜, 실, 런던 및 다른 많은 19세기의 작가들, 바로 그들이 쓴 대학살의 팬터지들은 최초의 비행기 도래를 기다렸다. 공중으로부터의 대량 파괴에 의해 세계의 모든 문제들을 해결한다는 꿈은 최초의 폭탄이 투하되기 전에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87 

평화를 유지시키는 초강력 무기, 행복을 가져다주는 대량파괴, 공중으로부터 쉽고 쾌활하게 세계의 문제들에 대한 적절하고 냉정한 해결책을 찾는 완전한 과학적 힘... 


151 

7개월간의 전쟁 동안 이탈리아 공군의 비행기 500대는 7,500회의 출격을 하였고 85톤의 폭탄을 투하했다. 무솔리니의 아들 브루노는 파일럿 중의 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나무가 우거진 언덕과 들판과 작은 마을들을 불질러야 했다...그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었다...폭탄들은 땅에 닿자마자 터져서 하얀 연기와 엄청난 화염을 내뿜었고, 마른 풀이 불타기 시작하였다. 나는 동물들을 생각하였다. 제길, 그놈들이 어떻게나 날뛰던지... 폭탄을 재어놓는 선반이 비자 나는 손으로 폭탄을 던지기 시작하였다. 그 일은 아주 재미있었다...불로 둥글게 포위된 약 5000명의 아비시니아인들은 무참히 죽었다. 그것은 생지옥이었다." 

이 구절을 발췌하여 자신의 책 ‘권력’(1938)에서 인용한 사람은 버트런드 러셀이었다. 러셀은 손길이 닿지 않는 고공에서 쉽고 재미있게 타인을 파괴할 수 있을 때 나타나는 신과 같은 권능 의식에 특히 관심이 있었다. 


169 

현재의 당연한 일은 어떤 주어진 순간에는 실제로 불가해하다. 천 번의 다른 ‘지금들’이 한때 바로 당연한 일로 존재하였고,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었던 또 다른 천 번의 ‘지금들’이 당연한 일로 존재할 수도 있었음을 깨닫는 데는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 


187

알프레드 베스터의 중편소설 ‘아담과 노 이브’(1941) 그는 핵연쇄 반응에 의해 까만 재로 변해버린 지구의 유일한 생존자이다. 실수로 그는 철 원자를 분해하면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촉매를 발견한다. 노련한 과학자들은 그에게 경고를 하지만, 그는 그들의 충고를 듣지 않는다. 그리고는 마침내 그는 지구를 파괴하였다. 지구의 모든 사람들은 죽고 모든 생명체들은 소멸하였다. 그는 마지막 식량을 먹은 뒤 강통을 내던진다. “지구의 마지막 살아있는 물체가 마지막 식사를 한다. 물질대사가 최후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그의 유일한 희망은 부패하고 있는 자기 몸이 미생물에게 영양분을 공급하여 생명의 순환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인 바다에 도달하는 것이다. “미생물들은 그의 썩어가는 잔해를 먹고 살 것이다. 그것들은 서로를 먹을 것이다. 스스로 적응해나갈 것이다... 자라나고 싹이 터서 진화할 것이다.” 해체되어가는 그의 몸을 자양분으로 생명의 어머니인 바다는 다시 한번 생명을 잉태할 것이다. 


316 

필립 와일더는 ‘승리’(1963)에서 수소폭탄이 폭발하면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썼다. 

불덩이가 지상에 접근하자 고층 건물들은 강철이 녹아내리면서 붕괴한다. 그러나 그것들이 땅에 도달하기 전에 건물도 땅도 사라져버리고, 수백만 톤의 콘크리트와 기반은 거품이 이는 하얀빛으로 바뀐다. 그와 동시에 방사능이 빛의 속도로 폭발의 중시미로부터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가면서, 반경 1.6 킬로미터 내의 아직 증발하지 않은 모든 생명체를 파괴한다. 그러나 최악의 것은 섬광이다. 모든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본다. 눈을 깜박할 시가니 없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는 모든 사람들의 망막은 불타 없어지고, 그들은 6~8 킬로미터의 거리에서 단지 그것을 잠깐 보기만 해도 영원히 장님이 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