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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가을, 홍콩] 그 밖의 것들

딸기21 2000. 10. 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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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의 공동묘지

이 사람들이 한국의 공동묘지를 본다면 무지하게 호사스럽다고 할 겁니다. 지나가면서 홍콩의 묘지를 구경했는데, 봉분 없는 대리석 묘석에 묘비만 있는 형태였습니다. 무덤과 무덤 사이의 간격이 아마 15-20cm 밖에 안 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빽빽하게 붙어있어서 꼭 무슨 새집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그것도 산을 깎아 만든 계단식 밭같은 모양으로요. 홍콩사람들에게는 성묘(?)같은 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일 것 같습니다.

☆ 역시나 쇼핑천국

무슨 거리에 그렇게 에스컬레이터가 많은지...
도시 전체가 거대한 쇼핑몰임을 실감케 하는 것이 바로 그 에스컬레이터들입니다. 하다못해 육교같은 노천에까지(물론 지붕은 있지만) 에스컬레이터가 놓여있습니다. 어쨌든 다니기는 편한데, 이 사람들은 전기요금 걱정은 통 안 하는 모양입니다.

☆ 난 핸드폰 소리가 싫어

아, 지겨운 핸드폰 벨소리... 홍콩에 가서까지 그 소리에서 자유로와질 수가 없었습니다. 애나 어른이나 핸드폰 한 개씩 꿰차고 다니고, 곳곳에서 핸드폰이 울려대는 건 우리나라와 똑같더군요.

☆ 새벽의 이벤트(?)

첫날 밤, 밤거리 감상을 마치고 돌아와 잠이 들었는데 새벽 3시에 갑자기 눈앞이 환해져서 잠이 깼습니다. 호텔측의 실수였는지, 갑자기 TV가 켜진 겁니다. 그리고 나타난 화면은 '구정은 손님 환영합니다'라는 호텔의 메시지였습니다. 덕택에 새벽에 잠에서 깬 기념으로 창밖을 잠시 구경했죠. 조그만 방이었지만, 아무튼 구룡반도 쪽을 향해 바다에 면해 있는 방이었거든요.
잠을 깨운 호텔 직원을 불러다 실컷 깨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지만, 홍콩의 고층건물들은 밤에도 불을 끄지 않기 때문인지 바깥이 환해서 구경하기엔 좋았습니다.

☆ 말이 안 통해도 거짓말은 한다

점보 식당에 가기 위해 애버딘에 들렀을 때의 일입니다. 어떤 아줌마가 저더러 유람선을 타라고 하더군요. 영어는 한마디도 못하는 까만 얼굴의 아줌마인데, 동남아사람 같기도 하고...근데 이 아줌마가 일본인 관광객들을 많이 봤는지 "산지뿐, 산지뿐(30분)" 하면서 100달러를 내라고 했습니다.
아, 이건 분명 뻥이다! 그렇게 생각한 저는 50달러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속으로는 비싸다고 생각하면서, 거의 놀리는 심정으로 말이죠. 그러자 이 아줌마가 고개를 흔들며 '에이티 달라' 하면서 손가락 9개(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언행 불일치)를 내밀었습니다. 그 아줌마가 저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말이죠, 한 10분 동안을 괴롭혔다니까요. 저는, 분명 이건 바가지일테니까 딴 배를 알아보자 하고 생각했죠. 참고로 애버딘은 초고층 아파트들 사이의 작은 만에 허름한 선상촌이 인상적인 동네입니다.
저는 어느 보트에서 내리는 여자를 붙잡고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세상에, 공!짜!라는 겁니다. 알고보니 그 배가 점보에 가는 배였습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말은 안 통해도 거짓말은 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