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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히로부미 후손이 일본 외상이 됐다고.
재일 한국인으로부터 정치헌금을 받았다가 물의를 빚고 사임한 마에하라 세이지 전 일본 외무상의 후임에 이토 히로부미 후손인 마쓰모토 다케아키(51)가 취임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마쓰모토는 우리식으로 하면 외무차관인 외무 부대신(차관)을 맡고 있습니다. 간 나오토 총리가 어젯밤 외교의 연속성을 고려한다면서 차관의 승진을 결정했습니다. 마쓰모토 내정자는 일왕의 친서를 받고 오늘 취임했습니다.
초대 조선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의 외고손자라는 것 외에, 사실 특기할 만한 부분은 별로 눈에 띄지 않네요. 어머니가 이토 히로부미 증손녀이고요. 아버지 마쓰모토 주로는 방위청 장관을 지낸 정치인입니다.
마쓰모토 내정자는 도쿄대 법대를 졸업한 뒤 은행에서 근무하다 1989년 아버지가 방위청 장관이 되자 아버지 비서관으로 정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2000년 효고(兵庫)현에서 중의원에 당선됐고, 그 때부터 4선 의원을 지냈습니다. 민주당 안에서는 중의원 운영위원장과 정조회장 등을 거쳐 지난해 9월부터 외무 부대신을 맡았습니다. 당내에서는 금융과 재정, 안전보장에 밝은 정책통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이토 히로부미 후손이라는 점 때문에 우리나라나 중국 입장에선 껄끄러운 생각이...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 더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한국 식민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인데, 우리 입장에선 아무래도 마쓰모토라는 사람을 그 인물만으로 보기는 힘들고, 또 중국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한국 언론들도 어제부터들 보도를 했지만, 오늘 중국 언론들도 “이토 히로부미 고손이 일본 외상을 맡는다”고들 보도했습니다. 물론 남의 나라 외교 수장인 만큼 대놓고 비판을 할 수도 없고 또한 정책이나 외교 노선이 아닌 걸로 아직 이야기할 때도 아니지만 중국 입장에서도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의 중국 침략을 이끈 제국주의 정치가였던 탓에 신경이 쓰이는 모양입니다.
-간 나오토 총리도 모르지 않을 텐데 그렇게 인선한 이유는.
앞으로 몇 달간 일본의 정치일정이 바쁘답니다. 당장 며칠 뒤인 14~15일 프랑스 파리에서 주요 8개국(G8) 외교장관 회담이 있고요. 6월에는 미·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습니다.
간 총리가 ‘외교의 연속성’을 강조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간 총리는 나오시마 마사유키 전 경제산업상과 이미 한 차례 외상을 지낸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간사장을 외무상에 기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산적한 외교 현안을 고려해 그동안 마에하라 전 외상을 보필했던 마쓰모토 부대신을 선택했다고 하는군요.
취임 6개월만에 물러난 마에하라는 민주당에 드문 외교통입니다. 지금 일본이 러시아하고는 북방열도 그러니까 러시아명 쿠릴열도 놓고 계속 협상을 하고 있고, 중국하고는 또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죠. 미국하고도 오키나와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마찰이 많았습니다. 주변 강대국들과 다 외교현안이 불거져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외상이 바뀌게 된 셈이죠.
-신임 외상이 정해졌다고는 하지만 당분간 일본 외교에 차질이 불가피하겠네요.
오카다, 마에하라에 이어서 민주당 정권 들어 벌써 세 번째 외상입니다. 마쓰모토는 국제무대에서 인지도가 높은 인물도 아니고, 일본 정계에서도 그리 유명인사는 아니었습니다. 중의원 4선 의원이라고는 하지만 정치 경력이 이제 겨우 10년이죠.
한일 관계나 외교 관련 업무를 계속 해온 것도 아닙니다. 지난해 9월 외무부대신이 돼서도 미국 관련 임무를 맡았던 것 외에, 아시아 관련 업무는 하지 않았습니다. 아시아와 관련된 외교 현안들은 또 다른 부대신인 반노 유타카가 담당했거든요.
연속성을 중시했다고는 하지만 실제 마쓰모토가 외교통이라고 볼 수는 없는 거죠. 오는 5월에 미·일 외무·국방장관 간 안보협의회(2+2회담)이 있는데 잘 될지도 의문시되고, 또 6월 간 총리의 방미계획과 미·일 정상회담 자체가 미뤄지는 것 아니냐 하는 얘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이토 히로부미 후손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마쓰모토가 중의원 운영위원장을 지낼 때부터 이토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유해 관련 자료들을 모아왔다는데, 과거를 전화위복으로 삼을 수 있다면 더 좋겠죠. 본인도 안의사 유해 관련 기록을 찾아 한국에 넘겨주고 싶다는 뜻을 밝힌 적 있고요.
마쓰모토가 한국 측 지인들을 만나면서도 "내가 이토 히로부미의 후손이라는 점을 먼저 밝히는게 좋겠느냐, 아니면 밝히지 않는게 좋겠느냐" 의견을 구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또 마쓰모토가 우파인 자민당이 아닌 민주당 소속이라는 것도 눈여겨 봐야할 것 같습니다. 민주당이 야당이던 2005년 당시 극우적인 행보를 많이 보였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게 “야스쿠니 신사를 올해도 참배할 것이냐”며 비판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다만 아시아보다 미일동맹을 중시하고, 대북 강경론 쪽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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